새 투자 스타의 탄생
글로벌 주식 시장의 최신 동향을 정리해 드리는 ‘월스트리트 시시각각’. 오늘은 새로 왕좌를 차지한 미국의 헤지 펀드를 소개합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이 세운 헤지펀드 시타델이 작년 160억 달러(약 19조7600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LCH인베스트먼트 집계에 따르면, 시타델은 작년 고객에게 160억 달러의 이익을 돌려줬습니다. 시타델의 운용 규모는 540억 달러쯤 됩니다. 시타델이 운영하는 대표 헤지펀드인 웰링턴 펀드는 작년 38.1%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켄 그리핀이 벌어들인 이익 규모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에 베팅하면서 156억 달러의 이익을 낸 헤지펀드 투자자 존 폴슨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시타델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레이 달리오가 창업한 브리지워터의 성적(62억 달러)도 넘어섰습니다.
LCH 인베스트먼트는 2010년부터 자료를 내고 있는데, 첫 해에는 조지 소로스의 펀드가 1등을 차지했고 그 다음엔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가 7년간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약세장에서 켄 그리핀이라는 새로운 투자 스타가 두각을 나타낸 것입니다.

올해 54살인 켄 그리핀은 1990년 시타델을 창업했으며, 현재도 지분 80%를 갖고 있으면서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개인 재산이 작년 272억 달러로 미국 갑부 중 53위를 차지했습니다.
작년은 S&P500이19.4% 하락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8.5%) 이후 최악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주식 투자만 했다면 그리핀과 같은 수익률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켄 그리핀이 운영하는 헤지펀드는 ‘매크로 헤지펀드’로 분류됩니다. 거시 변수 예측을 토대로 채권과 외환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핀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통화당국의 후행적인 정책 대응, 매파적 정책 기조 강화 등의 거시 금융환경을 정확히 예상하고 그에 베팅해서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에 시타델과 같은 유형의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인 HFR(헤지펀드리서치)이 500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평균 -4.25%를 기록한 가운데 매크로 헤지펀드는 9.31%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매크로 헤지펀드 가운데 시타델 외에도 ‘디이쇼’가24.7%, 밀레니엄 매니지먼트가 12.4%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주식을 주로 하는 헤지펀드들은 평균 -10.3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인 투자를 주로 한 헤지펀드는 무려 -55.08%의 수익률을 나타냈습니다.
LCH인베스트먼트가 20대 헤지펀드만 따로 집계해 봤더니, 작년에 224억 달러의 이익을 냈습니다. 이들은 평균 3.4%의 수익률을 기록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하지만 20대 헤지펀드들이 2019년 593억 달러, 2020년 635억 달러, 2021년 654억 달러 등을 번 것과 비교하면 작년이 얼마나 어려웠던 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주식과 채권 모두 약세장을 경험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전략을 따라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전략을 짜면 주식, 채권이 모두 약세장을 보일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어려운 장세일 때도 빠져나갈 길은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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