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몬, 미정산금 10분의 1 '허위 보고'…속아 넘어간 금감원

구혜진 기자 2024. 10. 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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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류광진 티몬 대표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을 금융감독원에 미정산 잔액을 허위 보고했단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티몬의 허위 보고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이를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3년 초 티몬은 금감원에 제출한 'PG(전자지급 결제대행)이용 현황 보고'에서 2022년 말 기준 미정산 잔액을 의미하는 '결제대행 잔액'을 462억3800만원으로 보고했습니다.

(사진1) 티몬과 위메프가 금감원에 보고한 2022년 말 기준 전자지급대행(PG) 이용 현황입니다. 결제 수단별 가맹점 수가 크게 다른 위메프의 보고 내용과 달리, 티몬의 경우 가맹점 수가 2만3609개로 다 같습니다. [출처=금감원, 천준호 의원실]

하지만 금감원이 티몬의 2022년 재무제표만 검토했어도 '허위 보고'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단 지적이 나옵니다. 미정산 금액을 추정할 수 있는 티몬의 재무제표상 미지급금과 예수금의 합은 2022년 기준 5822억원으로, 티몬이 보고한 미정산금액의 12배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검찰이 추산한 당시 미정산 잔액 금액도 5163억원으로 이에 근접합니다.

같은 기간 위메프가 재무제표상 미지급금과 예수금의 합인 2074억원에 근접한 1992억원을 금감원에 미정산 금액으로 보고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사진2) 2023년 초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 점검 결과 및 대응방안' 문서입니다. 티몬의 미정산 잔액을 462억원으로 적으며, 43%를 보호하는 조치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금감원은 티몬이 허위 보고한 액수를 바탕으로 미정산금의 위험 수준을 평가했습니다. 금감원은 2023년 초 금융위원회에 티몬이 200억원을 별도로 예치하기로 해 미정산금 462억원 중 43%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고 보고했습니다.

미정산 잔액 외에도 티몬이 금감원에 보고한 문서엔 허술한 점이 많았습니다. 신용카드·계좌 이체·가상계좌·기타(상품권 등) 거래수단별 가맹점 수가 2만3609개로 같았습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러 눈감아준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금감원의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면서 "티메프 사태를 막지 못한 금감원의 책임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티몬의 허위 보고를 토대로, 대응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금감원이 2024년 초 금융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23년 말 기준 티몬의 미정산 잔액을 559억4000만원으로 적시했는데, 당시 티몬의 재무제표상 미지급금은 8183억원이었습니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의 법정관리인인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는 "금감원 보고 등은 티몬이 아닌 큐텐에서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티몬의 전산 시스템이 구식이라 오류가 많다며,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를 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같은 커머스 회사라고 해도, 사업 구조에 따라 재무제표에 미정산 대금과 관계없는 유동부채 규모가 클 수도 있다"며 "재무제표의 특정 숫자만을 바탕으로 사전에 (허위 보고)를 인지할 수 있다는 건 결과론적인 평가"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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