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동원그룹이 이달 알짜 계열사인 동원F&B를 지주사 동원산업의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함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상법 개정에 발맞춰 주주가치 훼손 없이 중복상장으로 인한 저평가 이슈를 해소하고, 글로벌 사업 비전을 명확히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개편 과정에서 동원산업의 소액주주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외부 견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동원F&B 주주에게 보통주 1주당 동원산업 주식 0.9150232주를 지급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전날 마쳤다. 동원산업은 이를 통해 기존 74.4%였던 동원F&B 지분을 100%로 확대했다.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동원F&B는 이달 30일까지 매매거래 정지 기간을 거쳐 31일 상장폐지 될 예정이다.
동원그룹의 포괄적 주식 교환은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며 계획대로 순항했다. 회사의 결정에 반대한 주주(개인 및 법인)는 동원산업에서 7명, 동원F&B에서 30명에 그쳤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동원산업과 동원F&B는 각각 3083만원(주당 3만5643원), 1676만원(3만2490원)을 들여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865주, 517주)을 사들였다. 동원산업은 이렇게 모은 자사주를 5년 이내 처분할 예정이다. 동원F&B는 이달 7일부터 사흘간 모두 장내 매각했다.
동원산업은 종속기업투자 관련 비유동자산이 늘며 결과적으로 자산이 2210억원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부채 변동 없이 자산 총계는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도 동원산업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모회사인 동원산업과 자회사인 동원F&B의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이해충돌 우려를 최소화한 점이 우호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포괄적 주식 교환에 대한 이사회 결의 직전 3만5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이달 초 5만5400원까지 도달하며 호응했다.
동원산업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부지런히 수행해 왔다.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동원디어푸드를 소규모 합병으로 품어 효율화를 꾀했다. 2023년과 2024년 두 번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다는 점도 정부 차원의 자사주 소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긍정 요인이다.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동원산업은 향후 동원F&B, 동원홈푸드, 미국의 스타키스트, 세네갈의 스카사 등 국내외 식품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젼(Division)으로 통합 재편하고, 올해 22%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 4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한층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환 신주가 발행되면서 최대주주인 김 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이 59.9%에서 53.7%로 감소했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역시 87.8%에서 78%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액주주 비중은 11.4%에서 약 21%로 늘었다.
통합 3%룰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는 곧 김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사내이사, 사외이사 포함)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전부 더해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 개별 3%룰(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체제에선 김남정(59.9%) 회장과 김재철(21.5%) 명예회장, 동원육영재단(4.4%) 등이 최대 3%씩 행사할 수 있어 의결권을 합산할 경우 약 11% 수준으로 소액주주(11.4%)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최대주주 측의 의결권이 통합 3%로 제한되는 반면, 소액주주 측은 21%까지 늘어난 만큼 외부 견제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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