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Monthly] 아시아 쿼터 선수들

KBO리그 각 구단의 한 해 농사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수들. 2025시즌까지 팀마다 세 자리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들은 리그의 판도를 바꿨고, 선수단의 운영에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곤 했다. 그리고 이번 2026시즌, 그전까지는 잘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외국인 선수 10명이 KBO리그에 상륙할 예정이다. 그동안 쉽사리 영입 대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국적의 선수들. 이들은 단순히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의 규모를 늘리는 존재일 뿐 아니라, 리그의 저변을 넓히고 전력을 보강하는 새로운 방식의 산증인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그럼, ‘아시아 쿼터’라는 이름 아래 우리 곁으로 찾아올 10명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3월 12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사진 LG 트윈스,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시작된 역사

지난 161호(24년 9월 호) ‘더그아웃 보이스’에서도 한 차례 다룬 적 있는 아시아 쿼터. 당시 본지는 국내 4대 스포츠 리그 중 유일하게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지 않은 KBO리그에도 점차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었다. 그리고 그해 시즌이 끝난 후 KBO는 예상대로 2026시즌부터 아시아 쿼터 제도를 시행할 것을 발표했고, 마침내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격변의 시기가 찾아왔다.

올해 신설된 아시아 쿼터를 통해 영입할 수 있는 대상은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야구연맹(BFA) 소속 국가 출신 혹은 호주 국적의 선수로, 직전 또는 해당 연도에 아시아 리그 소속이었던 선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여기에 제도의 허점을 방지하기 위해 이중국적의 선수는 영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특징.

이로써 각 구단은 2025시즌까지 보유할 수 있었던 기존 3명의 외국인 선수에 더해 아시아 쿼터 선수 1명을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으며, 총 4명의 외국인 선수가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추가로 신규 영입 시 연봉과 계약금을 합산한 총액이 최대 20만 달러로 제한되며, 재계약 시 해당 금액을 매년 10만 달러씩 인상할 수 있다. 올해는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해인 만큼 모든 선수의 영입 금액이 2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영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자체가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보다 확연히 낮기에, 자연스럽게 아시아 국적을 가졌을지라도 일본 프로야구(이하 NPB)나 대만 프로야구(이하 CPBL), 호주 프로야구(이하 ABL)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보다는 독립 리그, 혹은 2군 레벨에서 뛰는 얼굴들이 주를 이뤘다. 그렇다면 각 구단 역사에 ‘첫 아시아 쿼터 선수’로 기록될 총 10명의 이름엔 누가 있을까.

#LG 트윈스 – 라클란 웰스 (호주, 계약금 20만 불)

‘디펜딩 챔피언’ LG의 마운드를 탄탄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웰스. 그는 2015년부터 미네소타 트윈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ABL 시드니 블루삭스,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에서 뛰었으며, 지난해엔 키움 히어로즈 케니 로젠버그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6주간 KBO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웰스가 키움 유니폼을 입고 남긴 성적은 4경기 1승 1패 20이닝 평균자책점 3.15 16탈삼진.

비록 4경기 만에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마감했지만, 첫 등판에서 3이닝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뒤 나머지 세 번의 등판 모두 5이닝 이상을 2실점 이하로 막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으로 꼽힌다. 키움에서는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LG에서는 주로 불펜 투수로 기용될 예정. 커리어 내내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익숙한 만큼 롱릴리프나 대체 선발 등으로 LG 마운드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한화 이글스 – 왕옌청 (대만, 계약금 10만 불)

아시아 쿼터로서 처음으로 KBO리그 구단과 계약을 체결한 주인공이다. 2018년 왕웨이중(전 NC 다이노스) 이후로 한국 무대에 입성한 두 번째 대만 출신 선수이며, 2023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쿼터 선수 중 가장 어린 2001년생임에도 NPB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에서 6년 동안 착실하게 육성 과정을 밟아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왕옌청의 최대 무기를 꼽자면 좌완임에도 단연 최대 154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다. 게다가 라쿠텐에서도 꾸준히 선발 유망주로 육성됐기에 한화에서도 선발로 기회를 받을 공산이 크다. 2025시즌에도 NPB 이스턴리그에서 22경기 116이닝 ERA 3.26 84탈삼진으로 팀 내 최다 이닝, 최다승을 기록하며 라쿠텐의 에이스로 활약한 만큼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떠난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된다.

#SSG 랜더스 – 타케다 쇼타 (일본, 계약금 20만 불)

오늘 소개할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주인공이다. 타케다는 2012년부터 2025년까지 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며, NPB 통산 217경기 1,006이닝 ERA 3.34 66승 48패 858탈삼진의 성적을 올린 베테랑이다. 여기에 2015 프리미어12,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한 경력도 가진 데다 일본 시리즈 우승 반지만 6개에 달하는, 그야말로 ‘거물’이다. 주무기는 NPB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은 커브.

워낙 굵직한 경력의 소유자다 보니 일본 미야자키에서 치러진 2차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취재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숭용 감독 역시 일찌감치 풍부한 경험을 가진 타케다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지난해 랜더스의 에이스였던 드류 앤더슨이 MLB로 진출하며 선발진의 공백이 생겼기에, SSG로서는 미치 화이트와 앤서니 베니지아노만큼이나 타케다의 활약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 – 미야지 유라 (일본, 계약금 18만 불)

미야지 유라는 최고 158km/h, 평균 속도도 149.6km/h에 달하는 속구를 가진 우완 파워 피처다. NPB 1군에서 등판한 경력은 없지만, 2022년부터 일본 독립 리그와 NPB 2군 리그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빠른 구속을 앞세워 2025시즌 9이닝당 탈삼진율이 11.2였을 정도로 뛰어난 탈삼진 생산 능력이 최대 장점이다. 미야지가 삼성으로 오는 과정에서 과거 삼성에서 코치로 부임했던 오치아이 에이지의 추천이 있었다고.

KBO리그에서는 최상급으로 분류될 정도의 구속과 구위를 보유한 만큼, 불펜 강화가 필요한 삼성에서도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필승조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삼성엔 김무신, 배찬승 등 150km/h 중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불펜 자원이 포진해 있기에, 미야지의 합류는 이미 구위로 정평이 난 삼성 불펜진의 위력을 더할 것이다.

#NC 다이노스 – 토다 나츠키 (일본, 계약금 13만 불)

2019~2020시즌 일본 독립 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뛴 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지명되며 NPB 진출에도 성공한 토다 나츠키다. 그는 독립 리그 시절 선발과 마무리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팀의 에이스로 군림했고, 요미우리에서는 5년 동안 27.2이닝 ERA 5.53 1승 1패 15탈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비록 1군에서는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지 못했지만, 2025시즌 NPB 이스턴리그에서 81.2이닝 ERA 2.42로 안정감을 증명했다는 게 특징이다.

170cm, 75kg이라는 체격은 야구선수로서 돋보이지 않으나, 최고 150km/h에 달하는 속구와 주무기 슬라이더를 비롯해 포크볼, 커브,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모든 보직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만큼 NC에서도 전천후 역할을 맡을 수 있지만, 우선 이호준 감독은 나츠키를 선발로 준비시킨다고 밝혔다. 2025시즌 선발진의 부진으로 홍역을 앓은 NC에 나츠키가 얼마나 큰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KT 위즈 – 스기모토 코우키 (일본, 계약금 12만 불)

일본 독립 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한 뒤, 2026시즌 KT 위즈에서 생애 첫 프로 무대를 치르게 됐다. 독립 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스기모토는 최고 154km/h의 속구를 앞세운 우완 정통파 투수로, 지난해 일본 독립 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충족한 투수 중 최소 볼넷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선발과 불펜 보직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기모토지만, 비교적 선발 자원이 풍부한 KT의 사정상 마무리 투수 박영현의 짐을 덜어 줄 필승조로 등판할 듯하다. 더군다나 스기모토 본인 역시 지난해 후반기 불펜으로만 등판해 ERA 1.63을 기록할 만큼 불펜으로서 강점을 드러냈다는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롯데 자이언츠 – 쿄야마 마사야 (일본, 계약금 15만 불)

2016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지명돼, 1군에서도 6시즌이나 활약한 경력을 가진 우완 정통파 투수다. 쿄야마 역시 속구의 최고 구속이 155km/h에 달하며 삼성의 미야지, KT의 스기모토만큼이나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파워 피처라는 게 특징이다. 정교한 제구력보다는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투수로 요약할 수 있을 듯.

NPB 1군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4년엔 불펜 투수로서 22.1이닝 ERA 2.01 2승 1패 5홀드 20탈삼진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남겼고, 롯데는 쿄야마를 5선발 후보로 낙점해 스프링캠프에서도 테스트를 이어 가고 있다. 다만 한국으로 오기 전 NPB 2군에서도 하락세를 보였기에, 단점인 제구력을 상쇄할 만큼 자신의 최대 무기인 강력한 구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KIA 타이거즈 – 제리드 데일 (호주, 계약금 15만 불)

KIA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아시아 쿼터를 야수로 채우며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호주 출신 내야수 제리드 데일. 그는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6년간(2019~2024) 뛴 후, 2025시즌엔 NPB 오릭스 버팔로즈의 육성 외국인으로서 41경기 타율 0.297 2홈런 14타점 OPS 0.755의 성적을 남긴 바 있다. ABL 멜버른 에이시스 소속으로도 뛰며 2024-25시즌엔 34경기에서 타율 0.381 OPS 0.935를 기록하기도.

데일의 장점은 주 포지션인 유격수를 포함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라는 것. 여기에 마이너리그 시절 한 시즌 31도루를 기록했을 만큼 준족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거기다 작년 가을 KBO 교육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을 상대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만한 점이다. KIA는 데일을 박찬호(두산 베어스)의 이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울 후보로 구상 중이다.

#두산 베어스 – 타무라 이치로 (일본, 계약금 20만 불)

2016년 드래프트에서 NPB 세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에 지명돼 9년이나 NPB에서 뛴 경력을 가진 베테랑 투수가 두산 베어스에 합류했다. 타무라의 최고 구속은 151km/h로, 9명의 아시아 쿼터 선수 중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NPB에서 꾸준히 불펜으로 뛴 이력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여기다 9시즌 중 최근 3년 동안의 성적이 가장 뛰어났다는 점도 2026시즌 활약을 기대할 만한 요소다.

선수 생활 내내 불펜으로 뛴 만큼 타무라는 두산에서도 경기 중후반을 틀어막아 줄 역할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이병헌, 최지강 등의 불펜 투수들이 부침을 겪은 만큼 타무라는 마무리 투수 김택연 앞에서 7~8회를 책임질 셋업맨으로 활약할 듯. 스프링캠프에서 치러진 자체 청백전에서도 최고 구속 149km/h를 찍으며 일찍이 컨디션을 끌어올린 만큼, NPB에서 1점대 불펜 투수로 활약했을 적의 투구를 선보이리라 예상해 본다.

#키움 히어로즈 – 카나쿠보 유토 (일본, 계약금 13만 불)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뛴 카나쿠보 유토다. 과거 히어로즈 역사상 첫 일본인 선수였던 다카쓰 신고의 제자이기도 한 유토는, 최고 154km/h에 달하는 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워 피처다. 커리어 하이는 2021년으로, 그는 당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정규 시즌 10경기 42.2이닝 ERA 2.74 4승 1패 34탈삼진을 기록한 뒤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와 일본 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우승 반지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여러 보직을 오갔으나, 선발진이 강력하지 않은 키움의 사정상 시즌 초반엔 선발 로테이션을 고정적으로 돌 가능성이 크다. 설종진 감독도 안우진의 복귀 전까지 유토를 3선발로 기용할 것이며, 향후 선발 자원이 모두 복귀할 시 필승조로 보직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라 밝혔다. NPB 시절에도 가장 큰 무대인 일본 시리즈까지 경험한 유토이기에, 그가 키움의 젊은 투수진에 불어넣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0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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