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움직인 K조선…HD한국조선해양, 글로벌 IR 시동

/사진 제공=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영문 동시통역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최근 미국과 통상 협상에서 한국 조선업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등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과 맞물린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전무는 31일 진행된 2분기 콘퍼런스콜 모두발언에서 "이번 분기부터 영문 동시통역을 도입했다"며 이에 따른 시간 지연 등 다소 불편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성 전무는 소통방식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기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 콘퍼런스콜은 웹캐스팅 방식을 채택해 외부에 개방된다. 다시 말해, 해외 투자자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시간 동시통역의 경우 단순한 영문자료 제공이라기보다는 직접적인 정보제공 방식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선박 영업 중심의 산업구조임에도 동시통역을 활용하지 않은 것은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까지만 해도 HD한국조선해양 전체 투자자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은 10% 안팎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을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하는 등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최근 들어 외국 투자자의 비중이 30%까지 높아졌다.

특히 이번 변화는 조선업의 정책산업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에 통보한 25%보다 10%p 낮아진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상이 이뤄진 데는 '한미 조선 협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날 워싱턴DC에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이번 관세 합의에는 일명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in)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업 부흥에 조력하면서도 한국 조선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안의 핵심은 조선업 한정으로 운용되는 1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다. 이를 이용해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 업무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IR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바꾸는 작업은 미국 시장 확대 가능성과 맞물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선박 공동건조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밖에도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 인도 최대 국영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이용한 간접 투자뿐 아니라 필리핀에서는 수비크조선소 야드 일부를 임차해 해상풍력 및 선박 건조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자사가 투자를 주도하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등이 생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필리핀 현지사업의 경우 향후 기자재 공급, 인력파견 등의 과정에서 매출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전무는 "1500달러 규모의 펀드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며 "조선소 건립뿐 아니라 광범위한 투자도 예상되므로 협상이 본격화되면 정부와 협조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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