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주일 앞두고 공부 잘되는 ‘약’, ‘수험제’ 열풍 어쩌나
‘집중력 향상’, ‘체력 증진’ 등 문구 강조하는 과대광고 눈에 띄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의 일종인 '메틸페니데이트'와 '수험제'의 오남용이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험생뿐만 아니라 6~7세 미취학아동들의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합격용으로 사용되는 등 수요가 늘면서 아동 및 청소년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건수는 258만7천920건으로 2007년도 대비 5.3배 증가했다. 처방 인원 역시 2007년 8만2천221명에서 32만6천748명으로 4배 늘었다. 처방 인원의 주연령은 10대이며, 소득 수준은 5분위(고소득층)에서 가장 많았다.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도파민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특징이며, 흔히 각성제로 불린다. 이로 인해 의사의 처방 아래 분명한 ADHD 치료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대구일보 취재진이 만난 재수생 자녀를 둔 공무원 A씨는 자녀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수험제를 복용시킨 경험이 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향상 및 피로 개선, 기억력 개선에 좋다고 해서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47)씨 역시 첫째와 둘째 아들 모두 수험제를 복용시킨 경험이 있다고 했다. B씨는 "당시 처방을 받으러면 ADHD 테스트를 한 뒤 ADHD 진단을 받아야 해서 주변 학부모들을 통해 테스트 팁을 전수받은 적도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는 수험생 사정을 얘기하면 별도의 테스트 없이 약을 처방해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구의 경우 고소득층이 주로 모여 있는 수성구 범어동, 만촌동 일대와 달서구 죽전동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식약청의 단속이 심해지자, 건강기능식품 '수험제' 열풍이 불고 있다.
천마, 홍삼, 녹용 등으로 만들어진 한 건강기능식품 역시 최근 5년 전부터 집중력 향상과 체력 보강의 효능으로 인해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존 ADHD 치료제에 비해 건강기능식품은 인터넷·판매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건강 위험 부담이 적다는 것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수험생을 넘어 6~7세 미취학아동들의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합격용으로까지 쓰여지고 있다.
대구의 학부모 커뮤니티 '맘카페'에서도 자녀들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글쓴이는 '국제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초등 고학년 학부모인데, 아이가 집중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 수험제 건강기능식품을 먹이려 하는데 괜찮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댓글에는 '우리아이는 6살 때부터 꾸준히 먹고 있는데, 확실히 효능이 있는 것 같아요' 등의 수험제를 적극 추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현재 수험제로 유행하는 건강기능식품 역시 출시 초반 남성활력 증진과 피로 회복 등을 내세우며 광고했으나, 수험생 집중력 향상과 체력 증진 등으로 광고 내용을 바꿔 홍보 중이다.
천자희 동구약사회 회장은 "수험제라 불리는 약품을 섭취한 전후 집중력 향상에 크게 변화가 없으며, 향정신성의약품을 남용하게 되면 성장기 청소년의 신체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약품에 의지하지 말고, 운동이나 식습관 등으로 체력 증진과 집중력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