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에 금실 한땀한땀…BTS의 RM도 반한 조선 왕실 여인의 ‘활옷’

도재기 기자 2023. 9.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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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조선 왕실 활옷 특별전
유일하게 착용자 확인된 ‘복온공주 활옷’
BTS RM이 보존처리 후원한 활옷 등 선보여
“활옷과 왕실 혼례문화 이해하는 자리”
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1818~1832) 활옷은 현존하는 국내외 40여점 활옷 가운데 유일하게 착용자가 확인됐다. 사진은 ‘복온공주 활옷’ 앞면(왼쪽)과 뒷면.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여성 혼례복인 활옷은 한국의 전통 복식 가운데 아름답고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 왕실 기록에는 붉고 긴 겉옷이란 의미의 ‘홍장삼(紅長衫)’으로 표기되고 있으나, 조선 후기 들어 왕실 예복이던 것이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활옷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국내와 해외 박물관·미술관에 각 20여점 등 전통 활옷은 현재 40여점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귀한 유물이기도 하다. 천연 염색재료인 홍화로 수차례 염색해 가장 진한 붉은색(대홍) 비단 위에 여러 색실로 행복·건강 같은 상징을 지닌 무늬를 자수로 옷 전체에 섬세하게 수놓아 신부를 축복했다. 일부는 금박 무늬를 넣기도 했다.

현대의 웨딩드레스처럼 활옷은 빌려 입는 등 공동 활용됐다. 제작에 워낙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에 소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대를 이어 낡은 부분을 수선하기도 해 현존하는 활옷의 대부분은 실제 덧대기 등 수선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평소 보기 힘든 아름다운 활옷을 다룬 특별전이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5일 개막하는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이다. 활옷은 물론 왕실 혼례 문화, 전통 복식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다.

특별전은 활옷 9점을 포함해 관련 유물 등 모두 110여점으로 구성됐다. 9점의 활옷은 조선의 공주와 옹주, 군부인(왕세자가 아닌 왕자·종친의 부인)이 입었던 혼례복이다. 계급사회이던 당시 왕실에서 왕실의 적통을 잇는 왕비·왕세자빈의 혼례복은 ‘적의’였으며, 활옷은 공주와 옹주 등의 혼례복이었다.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활옷은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복온 공주 활옷’(1830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등 국내 소장품 3점과 미국의 필드박물관·브루클린박물관과 클리블랜드미술관·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등 해외에 소장된 6점이다.

이들 중 특히 ‘복온 공주 활옷’은 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 공주(1818~1832) 활옷으로 활옷들 가운데 유일하게 착용자가 확인된 유물이다. 또 LACMA 소장 활옷은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의 후원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보존처리를 최근 완료한 것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의 후원으로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소장의 활옷을 전시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이 활옷은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RM은 2021년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의 보존·복원을 위해 써달라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고, 이 기부금으로 보존처리 작업이 가능했다. RM은 지난해 추가로 1억원을 기부했고, 이 기부금은 세계 주요 박물관·미술관에 소장된 회화 정보를 담는 ‘한국 회화작품 명품’ 도록을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RM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지난 6월 재단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하고 “보존처리 후 다른 활옷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활옷 연구에 도움이 되고, 또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우수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 왕실의 혼례와 그 절차를 소개하는 ‘국혼정례’(國婚定例)나 <조선왕조실록>, 순조의 셋째딸이자 복온 공주의 동생인 덕온공주(1822~1844)의 혼례 과정·혼수품을 기록한 옛 문헌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 혼례 때 사용된 각종 물품, 활옷 만이 아니라 왕실 여성들의 다른 의례복도 만난다.

활옷들은 앞뒤를 볼 수 있게 내걸리거나 전시대에 부착했을 경우 다른 면을 볼 수있도록 영상을 선보인다. 특히 활옷의 섬세한 자수와 무늬를 비교감상할 수 있는 영상·사진·설명 자료도 있어 참고할 만하다.

활옷 전체에 수놓아진 동식물 등 갖가지 무늬들은 저마다의 상징을 갖고 있다. 복을 기원하는 ‘福’(복), 무병장수하라는 ‘壽’(수) 같은 문자 무늬는 물론 포도·어린아이(동자) 무늬는 다산을 뜻한다. 상상 속의 상서로운 동물인 봉황 무늬는 부부의 화합, 나비는 남녀의 사랑, 화려하고 풍성한 꽃잎의 모란 무늬는 부귀영화와 풍요를 상징한다. 소매 끝을 장식하는 색동도 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벽사의 의미가 담겼다.

전시장의 다른 공간에서는 왕실 의복 등을 담당하던 상의원(尙衣院)의 역할, 장인들의 활옷 제작과정과 각종 재료 등이 나와있다. ‘덕온공주 홍장삼 자수본’(1837년)은 덕온공주의 활옷에 쓰인 자수본(수놓을 도안을 종이에 먹으로 그려 놓은 것) 유물로 왕실 자수의 섬세함과 우수함을 잘 보여준다.

활옷의 제작과 실제 차려 입는 과정을 담은 영상, 활옷 자수를 소재로 한 미디어 아트 등은 활옷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보존처리를 마친 LACMA 소장 활옷과 함께 보존처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고궁박물관 조지현 학예사는 “영상과 비교·설명 자료 등을 많이 활용한 전시”라며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통 복식,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기간 동안 성인·학생들을 위한 체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는 12월13일까지.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 전시장 전경 일부(왼쪽)와 ‘덕온공주 홍장삼 자수본’.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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