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불빛 의지해 한글학교 실습"…쿠바 전력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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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붕괴'로 표현될 정도로 심각한 쿠바 정전 사태에 현지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적으로 3시간에서 최대 16시간까지 정전이 이어지자, 쿠바 정부는 각급 학교 휴교령, 공무원 재택근무령, 비필수사업체 운영 중단 등 긴급 조처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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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스 공급까지 '위태'…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케인까지 접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전력망 붕괴'로 표현될 정도로 심각한 쿠바 정전 사태에 현지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아바나에 있는 한글학교 수업도 큰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과 가스 공급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인 1호 쿠바 영주권자인 정호현 한글학교장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안정한 전력 상황 때문에 이번 주말을 비롯해 다음 주 중반까지는 수업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정부 지침을 고려해 최소 23일까지 모든 수업은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떡볶이를 만들어 보는 실습의 경우에는 사놓은 재료가 있어서 일단 진행했는데, 휴대전화의 손전등 기능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쿠바 현지 독서동아리와 함께 한강 작가 독서 토론도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쿠바는 전력 공급원으로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화력 발전소 최소 2기의 시설 노후화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쿠바 정부는 열악한 인프라 개선을 위해 인력과 자본을 계속 투입하고는 있지만, 작업의 복잡성과 석유 부족 등 문제로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22년 9월 허리케인 '이언' 영향으로 전국이 한동안 암흑천지가 된 바 있는데, 당시 부서졌던 일부 시설물은 1년이 지나서야 일부 복구됐다.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적으로 3시간에서 최대 16시간까지 정전이 이어지자, 쿠바 정부는 각급 학교 휴교령, 공무원 재택근무령, 비필수사업체 운영 중단 등 긴급 조처를 시행했다.
수도 아바나의 경우 이날 정오께 일부 전력이 복구됐으나, 여전히 최소 200만명은 전기 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장은 "며칠 새 냉장고는 거의 무용지물처럼 돼가고 있는데, 냉동고를 최대한 열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며 "오늘은 가스마저 원활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마을에서는 상수도 모터가 멈추면서 수도 공급도 끊길 처지에 놓였다.
정호현 교장은 "그전에도 나흘이나 닷새 동안 하루에 3∼4시간 정도 정전된 경우가 있으나, (이번과는 달리) 자연재해가 큰 원인이었던 사례가 많았다"며 "주변의 쿠바 현지인들은 일단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서로 도닥이며 슬기로운 정전 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력 수급 상황을 수시로 전하는 쿠바 전력청(UNE) 페이스북에는 어두운 밤거리에 대한 묘사와 함께 "쿠바인들이 핼러윈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자조 섞인 댓글도 게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쿠바 동부에는 허리케인 '오스카'가 접근하면서, 정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쿠바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23일까지 비필수 행정 근무자 휴가와 학교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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