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 단기 흑자 대신 내재가치 올인…올해 R&D 2000억 투입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장 프로필 /사진 제공=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0억원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간다. 주가가 1년 만에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회사는 수익성보다 파이프라인 성과와 기술이전(LO)에 무게를 둔 전략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주가에 기대가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분석과 함께 올해 임상 결과와 LO 성과의 실제 가시화 여부가 주가의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파이프라인 성과 가시화 여부 주목

31일 대전 유성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본사 1층 대회의실에서 제20기 정기주총이 끝난 이후 열린 주주간담회 현장 /사진=이승준 기자

31일 대전 유성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본사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0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블로터>와 따로 만난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은 "작년 대비 (R&D비가) 조금 늘어날 것"이라며 "변수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지만 우리 계획상으로는 2000억원대의 R&D비는 기본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올해 파이프라인 성과의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CB14, LCB71, LCB41A 등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가 올해 발표되면 주가가 20만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이달 18일 21만1000원으로 처음 20만원대에 진입해 20일 21만3000원까지 상승했으나, 23일 다시 19만1700원, 25일 21만3500원, 30일 19만9000원 등으로 10만원 후반대에서 20만원 초반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양상을 띤다.

LCB14는 2021년 중국 포순파마에 LO해 현재 유방암 대상 임상1상과 로슈의 케사일라와 비교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은 중국·한국을 제외한 권리를 이전해 간 익수다테라퓨틱스에서 임상1상을 호주·미국·싱가폴·뉴질랜드에서 이어가고 있다. LCB71은 중국 씨스톤파마슈티컬스로 LO돼 미국·호주·중국에서 임상1상을, 익수다테라퓨틱스를 통해 미국·유럽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LBC41A는 넥스트큐어와의 공동개발로써 임상1상 단계에 있다.

올해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데이터 발표와 기존에 진행 중이던 LO 협의의 성과가 맞물리며 사업개발 성과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개별 파이프라인의 결과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임상 단계에서 확보되는 데이터가 후속 기술이전 협상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텍의 시총은 해당 기업의 누적 LO 금액 대비 높다"며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시총은 누적 LO 금액 9조6000억원 대비 낮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총과 성과의 괴리가 관찰된 유일한 바이오텍으로 올해 기대 모멘텀이 타 기업 대비 많다"며 "중반부 LCB14, LCB71, LCB41A 등의 임상 결과 발표가 점쳐지며 작년부터 추진한 LO 협의가 올해 성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자에도 기대감 반영된 주가 상승세

지난 5개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주요 재무지표 추이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박 사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주가에 파이프라인 성과와 LO 기대가 반영된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수년간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년 만에 2배 이상 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해 제19기 정기주총이 있었던 2025년 3월31일 9만4900원에서 이날 오전 9시 기준 19만7700원까지 뛰어올랐다.

세부적 주가 흐름에서도 이벤트 기대가 반영된 흔적이 읽힌다. 2025년 3월31일 9만49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5월13일 와이바이오로직스와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체 기술도입(LI) 계약 공시 이후 5월16일 10만원대(10만3100원)에 진입했다. 8월26일 오노파마슈티컬스로부터LCB97 마일스톤을 수령하며 10만원 중반대(14만8400원)에 안착했다. 올해는 2월24일 노바록바이오테라퓨틱스와 ADC 항체 LI 계약을 맺고 10만원 후반대(18만3100원)에 자리 잡았다.

이는 회사의 적자 구조와도 대비를 이룬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21년 322억원에서 2025년 1416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영업손실도 277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당기순손실 또한 2021년 234억원에서 2023년 737억원까지 확대됐다가 2024년 78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지난해 들어 다시 91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주요 임상 이벤트를 수행할 자금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유입될 마일스톤과 LO 계약금을 제외하더라도 현금만으로 2년 이상의 R&D 투입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986억원)과 금융기관예치금(3740억원)을 합산 금액은 472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R&D비는 2171억원이었다.

박 사장도 "추가 자금조달 없이도 (R&D 지속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워스트 시나리오와 베스트 시나리오 등 어떤 경우와 대비해도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도 자금은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돈을 투입하는 것이 독자적으로 임상1~2상의 파이프라인을 가져서 한 건당 훨씬 더 큰 돈으로 LO를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더 큰 밸류를 만들어내긴 위한 과감한 투자로써 이 중에서 결과물이 나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더 큰 규모의 LO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D 확대 기조 속 이사회 변화 주목

권용수 신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내이사 프로필 /자료=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이번 주총에서는 '흑자전환 시점'도 화두로 떠올랐다. 주총 이후 주주간담회에서 한 주주는 "바이오는 유행을 많이 타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면 기존 ADC도 도태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본다"며 "결국은 회사는 돈을벌어야 하고 재정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캐시플로우는 신약 LO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는 R&D를 더 우선시한다는 방침이다. 김용주 대표는 "실적은 R&D와 연계돼 있다"면서도 "단기 영업이익은 R&D를 줄이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직원에게 2030비전을 제시하면서 적어도 (후보물질) 2개 정도는 상업화하겠다고 했다"며 "R&D를 줄이는 것은 넌센스이며 바이오텍이 R&D비를 내리는 순간 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좋을 수는 있지만 뭘 위해서 줄이겠냐"며 "길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R&D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R&D비로 매출 대비 122.9% 수준인 395억원을 집행했다. 이후 꾸준히 늘어난 R&D비는 2024년 처음 1000억원대에 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 대비 90%인 1133억원이다. 지난해 집행한 R&D비 2171억원은 매출 대비 153.4%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리온 소속 사내이사의 진입'도 주목받았다. 권용수 오리온 신규사업팀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되자 이사회 내 역할 배분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전임 사내이사인 김형석 이사는 신규사업 총괄 전무로 바이오 계열사 운영과 사업 확장을 주도해왔던 인물인 반면, 권 팀장은 경영지원본부에 장기간 근무한 실무형 인사다. 오리온은 계열사 팬오리온을 통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5.58%를 확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오리온과) 일종의 인수합병(M&A)을 했을 때 오리온 측 이사 3명과 우리 측 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며 "오리온 쪽 사내이사 중 한 분이 퇴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분을 대신해서 들어온 것이지 신규로 인원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오리온 소속으로 사내이사로 계셨던 분이 작년에 퇴임하셔서 그 후임이 오리온에서 충원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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