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여신전생5 벤전스, 시리즈 본연의 어두움을 추구하다

최근 세가에서 ‘진·여신전생5’ 시리즈가 전세계 누적 160만 판매고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본편의 경우 진즉 100만 돌파 소식이 있었으니, 지난 6월 14일 정식 발매된 ‘진·여신전생5 벤전스(이하 벤전스)’가 사흘만에 50만 장 가량 판매된 셈이다. 본편이 3년 전 작품임을 고려하면 이제와 또 날개 돋은 듯 팔리는 게 의아할 수 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까닭이다. 첫째, 난해한 길 찾기 등 본편서 지적된 문제를 전부 개선하고 분량도 2배로 늘린 그야말로 완전판인 점. 둘째, 닌텐도 스위치에서 PC, PS4, PS5, XONE, XSX|S까지 지원 기기를 대폭 확장한 점. ‘벤전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앞서 체험기를 통해 전한 바 있으며, 본고는 그 후속으로 아틀러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공개한다.

※ 질의서 발송 시점이 ‘벤전스’ 출시 전이라는 것을 감안해주시길.
※ 여러 담당자가 나눠 답변한 만큼, 특정 인터뷰이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 많이 늦었지만 우선 ‘진·여신전생5’를 출시한 감상을 듣고 시작하려 한다

: 모두들 ‘진·여신전생5’를 기대 이상으로 즐겨줘 국내외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이제 본편 발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만큼 게임을 다 즐긴 분들의 감상과 지적 등을 청취하는 중이다.

● ‘진·여신전생5 벤전스’는 본편과 별개 루트를 추가하는 독특한 방향으로 제작됐다

: ‘진·여신전생5’를 출시한 후 이제 또 뭘 만들까 논의했다. 그런데 다들 시리즈 본연의 어두움을 좀 더 표현하고 싶다더라. 고통받은 자들과 억압하던 자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가 ‘벤전스’다.

● ‘창세의 여신’과 ‘복수의 여신’ 루트의 동일 세계관이지만 주요 인물과 주제가 다르다

: ‘진·여신전생5’ 세계관은 풍부한 설정과 서사를 품고 있으나 그 가운데 적잖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은 채 남겨졌다. 그 이유는 단순히 본편 메인 스토리(창세의 여신)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굳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이 세계관의 밑바탕이 된 설정을 전하고자 ‘벤전스’를 기획했다. 즉 ‘복수의 여신’ 루트는 어쩌면 존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이야기로 즐겨달라.

● 루트 명칭에서 보여지듯 새로운 주제로 ‘복수’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좀 더 들려달라

: 앞서 ‘진·여신전생5’는 주인공이 행한 바에 따라 세계가 만들어지는, 그야말로 ‘창세’의 이야기였다. 반면 ‘벤전스’는 창세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본편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우(牛, 소)신과 사(巳, 뱀)신간 ‘복수’극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 시리즈 전통의 로우, 뉴트럴, 카오스 루트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라 느껴지는데

: ‘여신전생’ 시리즈라면 로우, 뉴트럴, 카오스라는 세 성향을 빼놓을 수 없다. 본편 역시 멀티 엔딩을 지원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전부 다 로우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로우 중에서도 로우, 또는 뉴트럴에 가까운 로우 같은 느낌이랄까. 그에 반해 ‘벤전스’는 확실히 카오스 성향이 강조돼 보다 어둡고 심오한 전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카오스 일변도라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다양한 전개가 펼쳐지지만 말이다.

● 새롭게 표지를 차지한 카디슈투는 전원 미모의 여성 악마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 본래 카디슈투라 불리는 여마들은 카발라에 대해 다루는 유대교 경전 조하르서 인간을 유혹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때때로 천사마저 홀려 타락시켰다니 그 매료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만하다. 그 중에서도 릴리스는 구약성서나 탈무드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여성 악마의 대표격 인지도를 자랑한다. 창조주가 흙으로 빚은 아담의 첫 아내였다고도 할 만큼 그 기원이 되는 명칭을 포함하면 가장 오래된 여성 악마인 셈이다.

‘여신전생’ 시리즈 팬분에게도 릴리스는 무척 친숙할 텐데, 이번에는 카디슈투를 이끄는 리더로서 기존의 야(夜)마가 아닌 새로운 여(女)마로 디자인했다. 앞서 소개한 전승 기록에 입각하여 아담을 떠나 자립한 여성답게 강한 인상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신의 비호를 벗어나 악마가 되었기에 흙으로 빚은 신체 일부가 무너져 결손됐고 등 뒤로 붉은 뱀이 보인다. 예로부터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사탄 혹은 사마엘이라 불린 존재는 바로 릴리스가 보냈다는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릴리스부터 나아마, 아이셰스, 아그라트까지 카디슈투 넷 모두가 미, 추를 겸비한 컨셉으로 그려졌다는 거다. 보통 누군가를 매혹하는 악마라면 완벽한 미녀로 표현하기 십상이지만 ‘여신전생’에서는 뭔가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악마로서 가져야 할 공포감을 드러내기에도 좋은 발상이었다고 본다.

● 여마 외에도 비신, 환마 등이 추가됐다. 오냥코폰과 아난시 등 아프리카 출신이 많은데

: 알다시피 ‘여신전생’ 시리즈는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승을 소재로 삼아 다양한 악마를 등장시켜왔다. 다만 이집트를 제외하면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많지 않았기에 본작을 통해 좀 더 주목하고자 했다.

● 또다른 추가 요소로 악마마다 유니크 스킬과 일종의 합체기인 마가츠히 스킬을 줬다

: ‘진·여신전생5’과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고자 악마 각자의 힘뿐 아니라 ‘파티 멤버 4명의 힘’이란 지침을 마련했다. 그래서 아군 전체에 적용되거나 다른 동료와 연계까지 감안하여 유니크 스킬을 만들었다. 본편부터 존재하던 스킬 및 마가츠히 스킬의 활용법을 다각화하고 행동 순서를 궁리하는 전략, 신화나 전승 등 악마끼리 조합을 고려해 파티 멤버로서의 악마 육성, 그리고 악마를 모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랐다.

● 쉬이 예상되거나, 반대로 전혀 의외의 조합도 있다. 마가츠히 스킬을 준 기준이 무엇인지

: 복수의 특정 악마가 강력한 마가츠히 스킬을 사용하도록 만든 건, 사천왕처럼 특별한 관계가 모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오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 성립 조건이 엄격한 만큼 연출 뿐 아니라 효과도 다채롭고 파괴적이도록 신경을 썼다. 또한 본편의 경우 악마 하나가 사용 가능한 마가츠히 스킬이 최대 2개라 다소 부족했을 듯하여 선택지를 넓히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래서 동일 신화 속성 2체 같은 조건도 추가했다. 이 경우 조건이 어렵지 않으므로 본편 마가츠히 스킬에 없던 '프레스 턴 아이콘에 관련된 효과'라는 기준으로 준비했다.

더불어 신규 스킬의 밸런스를 맞출 때 핵심은 그것을 쓸만한 상황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최대한으로 활용한다고 너무 강해지진 않는지다. 일견 어디다 쓸지 알기 힘든 스킬이라도 우리로선 반드시 어딘가 활용할 방법이 있도록 설계하여 넣었음을 알아달라. 나아가 여러분이 더 나은 사용처를 모색해준다면 완전히 새로운 전술의 길을 개척하게 될지도 모른다. 유니크 스킬과 마가츠히 스킬 모두 많은 분량에 밸런스 조정도 무척 힘들었으나, 뭇 게이머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극복해냈다.

● 끝으로 ‘여신전생’ 시리즈와 아틀러스를 성원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를

: “아틀러스의 ‘여신전생’ 시리즈는 신과 악마를 독자적으로 해석한 어두운 세계관이 뭇 게이머의 호응을 얻어왔습니다. 그 최신작 ‘진·여신전생5 벤전스’ 역시 특별한 악마 체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니 모쪼록 한국의 여러분도 많이 즐겨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