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르노 SM7이 다시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 등장한다면, 단순한 부활로는 승산이 없다. 현재 이 시장의 왕좌는 단연 현대 그랜저다. 압도적인 판매량과 브랜드 인지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풍부한 트림 구성이 그랜저를 ‘국민 준대형 세단’으로 만들었다. SM7이 그랜저를 넘어서기 위해선 전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디자인이다. 르노는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세련된 곡선미와 감각적인 디테일을 앞세워 ‘이 차는 르노여서 다르다’는 감성적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 전면부는 날카로운 DRL과 볼륨 있는 범퍼, 얇고 우아한 그릴로 고급감을 강조하고, 측면은 길게 뻗은 루프라인과 크롬 디테일로 프리미엄 유럽차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후면은 일체형 리어램프와 독창적인 시그니처 라이트로 마무리해, ‘곡선의 미학’이라는 르노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는 SM7이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플래그십 세단 수준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 아이보리·딥그린 등 프렌치 감성의 인테리어 컬러, 나파가죽과 리얼 우드, 메탈 소재까지 총동원해 ‘감성 고급차’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 리클라이닝 시트, 뒷좌석 전용 공조 시스템과 고급 오디오까지 기본화한다면 실내 경쟁력은 충분하다.

파워트레인도 전동화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에 더해 E-Tech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까지 갖춰야 하며, 복합 연비 18~20km/L 이상, EV 주행거리 500km 이상은 기본 조건이다. 르노는 유럽에서 이미 E-Tech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국내 시장에 맞춰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주행 감각은 부드러운 그랜저와 달리, SM7은 ‘탄탄한 유럽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묵직한 핸들링, 정숙한 차체,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통해 고속 주행 안정성과 프리미엄 감각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노면 대응형 댐퍼, 전자식 서스펜션 등을 더해 차별화된 승차감을 갖춘다면 그랜저와의 구분이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이미지다. SM7은 실용차가 아닌 ‘갖고 싶은 세단’이어야 한다. 고급 소비자를 타깃으로 전용 컬러, BI, 슬로건을 마련하고, 감성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 패션, 인테리어, 예술 브랜드와의 협업도 고려할 수 있다. 르노 SM7이 다시 등장해 시장을 흔들기 위해선, ‘유럽 감성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길을 꿋꿋이 걸어야 한다. 그 길만이, 그랜저를 넘어설 유일한 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