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클레이페이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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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클레이페이스라는 캐릭터를 이 영화로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

코믹스 원작에 대한 충실성, 각색의 기조 같은 것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할 수 없다는 점 양해 좀.



서브스턴스 이후로 인디 씬에서 부터 바디호러에 대한 접근 시도가 상당히 늘었고,

아마 클레이페이스가 처음으로 메이저 스튜디오가 그 흐름에 편승하여 만든 영화가 될 것 같은데,

대형 스튜디오가 바디 호러 장르로 빌런 오리진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내가 상상했던 것들이 그대로 나오는 영화였음.

다들 기대하던 고어 연출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편이고, 자해 장면이 꽤 적나라해서 얼굴 찌뿌리며 보긴 했지만,

그 외 모든 요소에는 안전 장치를 걸어두고 있기도 하고,

연출적으로도 좀 삐그덕거리는 순간들이 있는데다,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크로넨버그가 보여줬던 바디 호러 비극을 스튜디오식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조형해서 흉내내는 듯한 인상이 분명 있긴 해.

바디 호러를 여러모로 아주 폭발적으로 활용하는 영화는 아니고,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플롯과 화법을 바탕으로 시각적인 수위만 강화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한 영화였음.

암튼 우중충한 도시 배경으로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와 마피아 세계를 오가는 서사라는 점에서 옛 네오 느와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고어 바디 호러를 곁들인 각종 셰이프시프팅 연출이 이 영화의 나름 정체성으로서 기능하기는 하니

마냥 평범한 스튜디오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대중적인 선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바디 호러 상업 영화‘를 시도해야 하는 입장에 대해 지나치게 야박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수위 높이는 것 말고는 무언가 해보려는 생각 자체를 너무 과하게 안한 것이 아닌가 싶은 심심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듯.



그리고 원작에 대해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놓친 디테일이 있을 수 있지만

간간이 고담이 언급되는 정도 말고는 딱히 히어로들이 뛰어 다니는 세계라는 느낌이 들거나

다른 DCU 컨텐츠와의 연관성을 애써 강조하려고 하지는 않아서

그냥 독립적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건 장점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