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80억 포수, 6월에 두 번 말소된 이유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34)이 6월 13일 1군에 복귀한 지 이틀 만인 15일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 후 두 경기 합산 성적은 5타수 무안타 3삼진. 팀은 당장 쓸 수 있는 포수가 손성빈 한 명뿐인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유강남을 2군으로 돌려보내는 쪽을 택했다. 박재엽과 정보근 모두 말소 규정상 즉시 콜업이 불가능한 날짜였다. 그럼에도 결정을 강행한 것은 현재 유강남의 타격 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2026시즌은 유강남의 롯데 FA 4년 계약 마지막 해다. 총액 80억 원. 그 계약의 종착역이 6월 중순 두 번째 강제 재충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즌은 아직 80경기 가까이 남았지만, 흐름은 분명히 좋지 않다.

유강남은 2022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서 롯데와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40억 원, 연봉 총액 34억 원, 옵션 6억 원 구조였다. 롯데가 이 계약에 투자한 명분은 단순한 타격 수치가 아니었다. LG 시절 축적된 경험, 투수 리드 능력, 그리고 당시 KBO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프레이밍 기술이 핵심이었다.

이적 첫해인 2023년은 수치상 무난했다. 121경기 출전, 타율 0.261, 10홈런, 55타점, OPS 0.726. 포수라는 포지션과 나이를 감안하면 기본적인 주전 역할은 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시즌이었다.

균열은 2024년에 시작됐다. KBO가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면서 포수의 프레이밍 기술 자체가 무력화됐다. 유강남이 가장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던 수비 역량이 제도 변화로 하루아침에 의미를 잃었다. 타격까지 극심한 부진이 겹쳤다. 4월 타율 0.122로 시즌을 시작했고, 7월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연골 봉합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최종 성적은 52경기, 타율 0.191이었다.

2025년에는 110경기에 나서 타율 0.274로 회복하며 재기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5홈런, 38타점에 그쳤고 장타력은 2023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롯데 구단 내부에서도 수비 면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계약 마지막 해인 2026년, 흐름이 다시 꺾였다.

2026시즌 유강남의 현재 성적은 45경기, 타율 0.233, 3홈런, 7타점, 출루율 0.266, 장타율 0.369, OPS 0.635다. 득점권 타율은 0.125. 삼진 2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4개를 골라냈다.

월별로 분해하면 흐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3월에는 11타수 1안타, 타율 0.091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 4월에 49타수 14안타, 타율 0.286, 2홈런, 5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 시기가 시즌 전체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간이었다. 5월에는 37타수 9안타, 타율 0.243으로 다시 하락했다. 그리고 6월 들어 6타수 무안타 4삼진, 타율 0.000을 기록한 채 두 번째 말소를 맞았다.

6월 3일 첫 번째 말소 직전에도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10일간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13일 1군에 복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3일 잠실 LG전에서 4타수 무안타 2삼진, 14일에는 교체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삼진. 15일 다시 말소됐다. 콜업과 말소 사이 간격이 고작 48시간이었다.

같은 기간 포수 박재엽도 13일 1군에서 빠졌고, 정보근은 8일 말소됐다. KBO 규정상 말소 후 10일이 지나야 재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강남 말소 시점에 롯데 1군 포수는 손성빈 단 한 명만 남게 됐다. 백업 포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유강남을 내려보낸 결정이었다.

상대팀별 성적에서도 극단적 편차가 확인된다. 키움 상대로는 타율 0.417, NC·KIA 상대로는 3할대를 기록했다. 반면 KT 상대로는 5타수 무안타 5삼진, 삼성 상대로는 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특정 팀 투수 구성에 따라 타격 편차가 크다는 점은 ABS 도입 이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취약점이다.

유강남의 현재 상황을 단순히 부진한 선수의 부진으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이 사례는 KBO의 제도 변화가 특정 유형 선수의 가치를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2024년 ABS 도입 이전까지 유강남의 프레이밍은 KBO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잡아 심판의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포수의 수비 공헌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기계가 판정하는 체제에서 이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ABS는 포수에게 프레이밍 대신 블로킹, 도루 저지, 투수 리드와 같은 전통적 기본기로만 평가받는 환경을 만들었고, 유강남은 그 전환 과정에서 수비 강점이 축소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 이적 4년간 누적 성적은 328경기, 타율 0.252, 23홈런, 120타점이다. 같은 기간 4년 80억이라는 계약 규모와 직접 비교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포수는 공격 수치만으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BS 이후 수비 프리미엄이 줄어든 환경에서 타격 생산성도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계약 평가를 박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득점권 타율 0.125라는 수치는 단순한 슬럼프로 해석하기 어렵다. 득점 기회에서의 반복적인 침묵은 팀 입장에서 라인업 구성에 직접적인 부담이다. 볼넷 4개, 삼진 28개라는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선구안 문제를 가리키는 지표다. 베테랑 포수에게 요구되는 타석 운영 능력이 수치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FA 계약 마지막 해에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차기 계약 전망에도 직결된다. 유강남은 올 시즌이 끝나면 35세가 된다. 포수로서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고, 주전 경쟁 구도에서도 팀 내 손성빈·박재엽 등이 출전 기회를 나누는 구조다. 시즌 종료까지 80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강남이 반등 궤적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단순히 올해 성적을 넘어서 그의 현역 커리어 방향성과도 연결된 문제다.

FA 80억 계약의 마지막 해, 유강남은 6월 중순 현재 두 번째 말소를 맞았다. 시즌은 80경기 가까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어떤 숫자를 만들어내느냐가 그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34세 포수가 시즌 후반 반등에 성공한다면 재계약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 롯데 팬들은 과연 유강남에게 어떤 결말을 기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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