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당을 지배한 서빙 로봇…알고보니 대부분 ‘중국산’

(출처: EBS 다큐 캡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입니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어요.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초저출생’에서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대 명예교수인 조앤 윌리엄스는 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보고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연신 놀라는 모습이었죠.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이 된 건 벌써 5년째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하락하며 1명 미만의 수치를 기록했어요. 2020년 기준으로 보면,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출산율이 낮으면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노동력 감소로 이어집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국가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해요.

요즘 식당 가면 보이는 ‘이것’…줄어드는 노동 인구의 해결책, 서빙 로봇

(출처: 연합뉴스)

이처럼 점점 줄어드는 노동 인구에 대응하고자 등장한 게 바로 서빙 로봇입니다. 최근 외식을 하려고 식당이나 대형 뷔페에 가면 서빙 로봇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물론 여기엔 코로나19 팬데믹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외출을 자제해야 해서 외식을 하는 사람의 수가 줄었고, 식당 사장님들은 매출 방어를 위해 인건비부터 줄여야 했어요.

그때부터 서빙 로봇이 활발하게 각 식당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 당시에는 많은 고객이 비접촉식 주문을 선호했기 때문에 서빙 로봇이 나르는 음식이 인간 직원보다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죠.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식당에는 약 5000대의 서빙 로봇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 대비 67% 증가한 수치로,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인 1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만큼 서빙 로봇 시장은 코로나19 상황과 한국의 인구학적 구조에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전망돼요.

급성장하는 서빙 로봇 시장…정작 돈 버는 건 중국 로봇 업체

(출처: 뉴시스)

그런데, 급성장하는 서빙 로봇 시장을 장악한 건 오히려 중국 로봇 제조업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난 8월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식당에서 사용 중인 서빙 로봇의 70% 이상이 중국산이었습니다. 국산 로봇보다 중국산 로봇이 더 저렴해서 나타난 결과인데요. 중국산 로봇은 1000~3000만 원의 가격을 형성해 국산 로봇보다 20% 정도 저렴합니다.

외식업주 입장에서 중국산 서빙 로봇은 국산보다 저렴하면서 기능도 국산 로봇만큼 좋다고 평가받아요. 사실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 서빙 로봇은 절대 국내산 로봇에 뒤쳐지지 않아요. 중국은 국내보다 먼저 서빙 로봇을 상용화해 깊은 노하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가격까지 국산 서빙 로봇보다 저렴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겁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서빙 로봇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자국 부품 쓰는 중국 로봇에 가격 경쟁력 확보 어려워

(출처: 에브리봇)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한국 서빙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5억 3000만 달러에서 2026년 10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년 평균 23%씩 서빙 로봇 대수가 늘어나는 셈이죠. 하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건 중국 로봇 업체라서, 국내 로봇 제조사의 한숨은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보다 국내 로봇이 비싼 이유는 부품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중국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데, 국내 로봇은 일본, 미국, 독일,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부품을 수입한다고 해요. 다시 말해, 생산 비용 자체가 높아 중국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거죠. 국내 로봇 제조사는 이러다 서빙 로봇 산업 전체를 중국이 장악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출처: LG 유플러스)

한편, FT는 자국 산업 보호보다 서빙 로봇 확대에만 전념하는 정부 정책도 비판했어요. 정부는 서빙 로봇 도입을 촉진하고자, 제품 원산지와 상관없이 구매 가격의 70%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중국 제품에 관세도 부과하지 않아요. 결국 이러한 정부 정책이 중국산 서빙 로봇이 득세하는 데 한몫했다는 겁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