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디자인이 최신 모델 보다 멋진 이상한 차, 뻥연비로 피해 보상까지
2012년에는 '프로젝트 DM', 싼타페의 3세대 모델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봐도 디자인이 참 멋스럽죠? 유려한 곡선이 주를 이뤘던 선대 모델과 달리 팽팽한 근육질 차체, 강인한 선과 날카로운 엣지가 강조된 디자인으로 인상이 훨씬 터프해진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앞서 출시된 5세대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Grand Glide(위대한 활공)'을 테마로 했다는데, 그랜저 HG가 독수리였다면 이쪽은 시조새를 모티브로 한 듯 저는 왠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이 떠오르더라고요.
현대차의 패밀리 룩으로 자리 잡은 거대한 핵사고날 그릴을 중심으로 두꺼운 크롬 장식과 각을 세운 램프, 심지어 그 안에 프로젝션 렌즈조차 사각형으로 깎아 전면부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측면은 사선으로 치켜 올라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을 강조한 리어 휀더, 여기에 자칫 둔해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을 차체 하단에 두른 플라스틱 가니시로 덜어내면서 차를 보다 날렵해 보이도록 유도했습니다. 날카롭게 솟구치는 벨트 라인은 3열 승객의 개방감을 앗아갔지만,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시키는 디테일로 기능했죠.
어느새 18인치가 기본이 된 견고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의 휠들은 모두 차와 잘 어울리는 생김새였는데, 개인적으로 플래티넘 패키지에 들어가는 최상위 휠보다 다이아몬드 커팅 휠이 더 커 보여서 그런지 더 멋있는 것 같아요. 크기도 19인치로 똑같구요.
덩어리감이 강조된 후면부 역시 후면 유리를 세단에 가깝게 눕히면서 실용성을 일부 희생했지만, 덕분에 스타일을 얻었고 가장 낮은 트림에서도 LED 테일 램프를 기본 적용해 알찬 느낌을 준 건 역시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전작의 듀얼 머플러는 상위 모델인 롱바디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거겠죠. 대신 트윈 팁으로 구성해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거 그대로 왼쪽으로 옮겨서 듀얼 머플로 드레스업 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가니시와 스키드 플레이트를 폭넓게 둘렀지만, 오프로더라기 보다는 잘 달릴 것 같은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생김새로 진화했습니다. 한층 강인하고 날렵해졌음에도 전작의 터질 듯한 볼륨감까지 그대로 유지해 그 존재감이 상당했어요. 실제로는 전작 대비 크기 차이가 별로 없는데, 육안상으로는 차가 훨씬 거대해 보였죠.
다만 싼타페라는 이름 외에는 전작을 계승했다고 할 만한 디테일이 전무했기 때문에 헤리티지 측면에서 아쉽다고 평가하는 반응도 일부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국내에 돌아다니는 차들 중에 간혹 이 'ㄴ'자 주간주행 등이 들어가 있는 차들이 있죠. 수출형 사진을 흔하게 접하다 보니 아예 출고할 때 붙어있는 순정이겠거니 했는데, 이거 애프터마켓 제품이더라고요.
실내 역시 확 젊어진 외관과 발을 맞췄습니다. 거대한 'Y'자를 이루는 센터패시아는 앞서 출시된 현대차 라인업과 궤를 같이 했고 스티어링 휠부터 에어벤트, 자잘한 창문 스위치 하나까지 디자인에 신경 써 그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2-실린더 타입의 계기판은 가운데 컬러 LCD 정보창을 더해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았고, 오토홀드가 포함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8인치 대화면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공조장치 조작 등이 가능한 최신 텔레메틱스 시스템인 블루 링크를 제공하는 등 생김새만 화려한 것이 아닌 그에 걸맞는 최신 편의장비를 갖춰 상품성을 크게 보강했습니다. 후방 카메라가 '띠용'하고 나오던 고급형 오디오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특히 최상위 트림의의 스페셜 에디션을 추가하면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 뒷좌석 수동 커튼과 220V 인버터 등 상위 모델에 나있던 고급 사양을 추가할 수도 있었죠. 덕분에 버튼의 개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으레 있어야 할 곳에 직관적으로 배치돼 있어서 각종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뭔 당연한 얘기를 하나 싶으시겠지만, 버튼 배치가 엉뚱하게 돼 있는 차들이 종종 있는데요. 현대차를 타면서 그런 불편을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뒷좌석은 여전히 쾌적한 공간을 제공했고, 전작의 열선 시트와 B필러 에어벤트도 그대로 내려왔습니다. 휠 베이스가 직전 모델과 동일하기 때문에 3열 시트 역시 좁은 건 매한가지였지만, 대신 2열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바꾸면서 2열 승객이 무릎 공간을 양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포인트였죠.
사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벨트라인으로 뒷좌석 승객의 시야는 답답해졌지만, 앞서 신형 라인업에 줄줄이 탑재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파노라마 썬루프를 옵션으로 마련해 이를 보완했습니다. 면적이 넓다 보니 개방감이 상당했어요.
트렁크도 경사진 D필러로 약간의 손해를 봤는데, 여전히 차급에 기대하는 적재 공간만큼은 충분히 제공했죠.
파워트레인은 직전 모델에 먼저 투입했던 4기통 2.0, 2.2L R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디젤을 제외한 다른 파워트레인은 아쉽게도 제공되지 않았어요. 이전에도 동력 성능에서는 모자람이 없다고 평가받은 만큼 외적인 부분을 개선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습니다. 변속기 로직을 개선해 실용 구간에서 보다 나은 연비를 제공했고, 전작에서 2.2L 모델에만 넣어주던 4륜 구동 시스템을 2.0L까지 확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승차감은 오히려 전작보다 부드러워졌음에도 특유의 낭창낭창함은 크게 개선되면서 주행품질이 한층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4륜구동 모델에 한해 구동력과 제동력을 제어해 차가 코너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는 '구동선회 제어장치(ATCC)'를 기본 적용하면서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코너링 시 안정성을 보완한 것도 좋았어요. 이 시기 현대기아차 대부분이 공유한 전자식 스티어링(MDPS)의 이질적인 조향 질감이 이 안정감을 반감시킨 게 문제였지만요.
이후 2014년부터 판매된 연식변경 모델에서는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수동커튼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하위 트림에 확대 적용해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또 왜 때문인지 기존의 7인승 모델에만 묶여있던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5인승에서도 선택할 수 있게 했죠.
이 연식변경 차량들은 외관에서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좀 더 단정한 모양새의 사이드미러 리피터와 스포티해진 기본형 18인치 휠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휠 베이스를 늘린 별도의 롱바디 버전을 함께 개발해 가지치기 모델로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수출 시장에 따라 싼타페, 그랜드 싼타페로 판매된 이 모델은 국내에서는 아시다시피 '맥스크루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노후화된 대형 SUV '베라크루즈'의 빈자리를 일부 대체했습니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아예 싼타페의 상위 모델로 포지셔닝해 고급스러운 내장 소재와 2열 캡틴 시트 더욱 넉넉한 3열 공간은 물론 산타페에는 없던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넉넉한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죠.
2015년 하반기에는 내외관 디테일을 수정하고 최신 편의 장비를 반영해 상품성을 높인 '싼타페 더 프라임'이 출시됐습니다. 호평받는 디자인을 굳이 뜯어고칠 필요는 없죠. 이전 세대 '더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DM 역시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소소하게 화장만 고치는 수준으로 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전면부는 부담스러웠던 그릴의 가로 줄무늬를 얄쌍하게 처리했고 날렵함을 강조했던 범퍼는 'ㄷ'자로 꺾은 크롬 장식과 함께 좌우로 한껏 벌려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일렬로 빛나는 LED 주간 주행등도 새롭게 추가된 구성이죠.
독특했던 사각형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전조등 밝기 이슈가 있어 일반적인 원형 프로젝션 램프로 변경 다시금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돌아왔는데, 덕분인지 대대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직전 모델과는 인상이 확연하게 달라졌어요.
측면과 후면 역시 휠과 범퍼의 디자인, 리어램프의 내부 그래픽을 수정해 세련미를 더하는 데 그쳤습니다. 나중에는 듀얼 트윈 머플러 팁을 옵션으로 추가하는 등 전작의 2% 부족했던 부분까지 말끔하게 채워지면서 오히려 후속인 'TM'보다 낫다고 평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여전히 화려함을 뽐내는 실내는 각종 편의 사양을 최신화하고 소재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새로운 색상의 가죽 시트와 나중에는 천장을 스웨이드로 감싸는 등 감성 품질을 높였죠. 또, 10개 스피커의 JBL 사운드 시스템, 어라운드 뷰, 특히 이 모델부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폰 커넥트 시스템을 지원했기 때문에 다양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밖에 전동 트렁크가 도입됐고 국산 SUV로는 최초로 차간거리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과 자동 긴급제동, 후측방 경고 같은 최신 주행 편의 및 안전 사양을 보강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습니다.
현대차의 자체 튜닝 브랜드인 'TUIX' 패키지를 더해 내외관 구성은 물론 서스펜션 세팅과 브레이크 성능까지 보강할 수 있었죠.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량을 거듭했고, 출력도 미약하게나마 상승했습니다. 연료를 추가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LNT' 방식을 사용 'EURO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켰고, 덕분에 번거롭게 요소수를 넣을 일은 없지만 연소되지 않은 연료가 엔진오일에 섞여 들어가 주기적으로 오일이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죠. 이는 수입차를 포함한 동일한 LNT 방식을 사용하는 차라면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엔진오일 관리에 더욱 유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가혹한 환경인 시내 주행이 빈도가 높다면 더욱 신경 쓰셔야 돼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영향인지 초반 가속은 이전보다 답답해졌다는 반응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두툼한 토크감으로 일상에서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했고 이질적이었던 MDPS도 다듬어 조향감이 보다 세련되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흡차음재를 보강해 직접 모델 대비 정숙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도 받았죠.
2016년 하반기 진행된 연식 변경에서는 국내 누적 판매 100만대를 기념한 스페셜 트림 '1 Million 에디션'이 추가됐습니다. LF 쏘나타의 '와일드 버건디 에디션'처럼 한정 판매까지는 아니었지만, 기념 모델답게 듀얼 머플러, 전용 그릴, 패들 시프트와 무광 우드 그레인 같은 전용 사양으로 내외관을 꾸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드디어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도입됐는데요. 수출형에 올라가던 2.0L 세타2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린 사양으로 4륜 구동까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차량 가격도 주력인 2.0L 디젤 기본형 대비 100만 원 가량 저렴해 메리트가 있었고, 디젤 엔진 못지않은 호쾌한 가속감에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과 나긋한 주행 질감까지 여러모로 환영할 만한 구성이었습니다만... 불과 이때까지만 해도 SUV만큼은 여전히 디젤이 강세였고, 모든 장점을 상쇄하는 나쁜 연비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3세대 싼타페는 YF 소나타에서 이어지는 그간의 국산차는 물론이고 글로벌 기준으로도 놀랄만한 파격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모델이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주행품질 부분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수록 완성도를 끌어 올리며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죠. 현대차의 장기인 넉넉한 실내와 편의장비, 멋들어진 디자인까지 패밀리카로 어느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보니 젊은 가장들, 특히 군 간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야금야금 올라 어느새 그랜저와 맞먹는 가격표를 달았음에도 글로벌 누적 판매량 174만 대가 팔려 역대 싼타페 중 가장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직전 모델 못지않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쏘렌토 R'에 빼앗겼던 중형 SUV 1위 자리를 손쉽게 탈환했는데... 물론 기아차도 가만히 있진 않았기 때문에 '더 프라임' 출시 이후에는 사정이 좀 달라졌지만요.
다만 품질 문제로부터 자유롭진 못했죠. 출시 초 일부 차량에서 물이 새어 실내로 유입되는 결함이 발견돼 '수타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는가 하면, 엎친대 덮친 격으로 '뻥연비'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리터당 14.4km로 표기한 2.0L 전륜구동 모델의 복합연비가 국토부가 인정하는 오차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결국 리터당 13.8km로 하향 조정됐고, 이에 따라 오너들에게 주행거리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했어요. 이후 이렇다 할 큰 이슈는 없었지만, 출시 초부터 홍역을 앓고 시작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는 싼타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았고, 역대급 후속이었던 '3세대 쏘렌토'에 중형 SUV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되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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