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돌고래 놓고 수족관 손해만 걱정하는 정부
지난 9월8일, 경남 거제에 있는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소위 ‘돌고래 무덤’이라 불리는 거제씨월드가 2013년에 개장한 이후로 열다섯번 째 죽음이다. 지난 2월 죽은 돌고래 ‘줄라이’와 ‘노바’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세 마리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2018년 고래류 보전 국제기구 ‘고래와 돌고래 보전’(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 WDC)가 미국과 유럽의 67개 수족관을 조사한 결과, 태어난 큰돌고래의 52%가 1년 이내에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생존한 돌고래는 14% 미만이었다. 수족관에서는 야생 상태에서와 달리 천적이 없고 수의학적 관리가 제공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 등이 집필한 ‘감금 상태의 해양포유류 사례 보고서’(The Case Against Marine Mammals in Captivity)는 조기 사망률이 높은 원인으로 수족관 돌고래가 새끼를 돌보는 기술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들었다. 로즈 박사는 그 외에도 태아 상태에서의 발달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제한적인 환경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족관에서 돌고래가 태어나고 죽는 비극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최근 마련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및 수족관이 ‘관람 등의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으로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하는 종을 보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여기에 더해 ‘관람 목적의 보유 금지종’으로 고래목을 지정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동물원과 수족관이 신규로 보유하게 되는 보유동물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해, 이미 수족관에서 사육하던 고래류는 계속 사육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년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동물원수족관법은 ‘보유동물’에 대해 ‘동물원 또는 수족관이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위탁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동물을 말한다. 이 경우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증식된 동물을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즉, 다른 시설에서 반입했든, 수족관에서 태어났든, 전시를 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이전에 없던 동물이 해당 시설 수조에 있다면 ‘신규로 보유하게 된 동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열린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환경법 전문가인 대구대학교 법학연구소 윤익준 교수는 "수족관에서 증식한 개체도 신규 보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법을 개정한 취지는 고래류 전시를 폐지하는 것이었다”며 “기존에 보유한 동물이 아닌 그 동물이 낳은 새끼까지 예외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고래목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증식 전반에 관련한 법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거제씨월드를 동물원수족관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수족관 관리를 관할하는 해양수산부는 수족관 내 출산이 신규 개체 보유 금지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동물원수족관법 제2조 '보유 동물'의 정의에 증식된 동물이 포함된 건 맞지만, 같은 법 제15조 제2항에서 동물원·수족관이 보유해서는 안 되는 대상으로 규정한 '관람 등의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에 증식된 동물이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1219130002122)
해수부는 애초에 이 조항이 필요했던 배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족관이 새로운 돌고래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동물을 수입하는 방법과 수족관에서 자체적으로 번식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2018년 이미 환경부는 고래류의 수입을 금지했다. 야생생물법 시행령 개정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일본 ‘다이지’에서 잔인한 배몰이 사냥으로 포획되는 큰돌고래는 국내로 들여올 길이 막힌 것이다.
2013년에서 2014년까지 정부는 거제씨월드가 다이지에서 포획된 큰돌고래 16마리를 무더기 수입 신청한 것을 허가해 시민단체들의 빈축을 샀다. 2017년 울산 남구청에게 큰돌고래 수입을 허가했다가 나흘 만에 폐사해 논란이 되자 2018년 비로소 고래류 수입 금지를 결정한 것이다. 만일 ‘신규 보유’가 돌고래를 돈 주고 사서 반입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면, 이미 돌고래 수입이 금지된 지 6년이 지난 마당에 동물원수족관법을 다시 개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도 고래류의 전시 금지를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전시를 금지하면서 ‘번식은 허용’한 사례는 없다. 2019년 6월 캐나다는 ‘프리 윌리(Free Willy)법’이라는 별칭으로 볼린 고래류 전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고래류의 수출입과 오락 목적의 전시와 공연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수족관이 사육하던 고래류는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번식하는 행위는 금지했다. 수족관에 살던 동물들을 갑자기 야생으로 풀어버릴 수도 없고, 다른 수족관으로 옮기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복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고래류 전시 금지법을 마련한 프랑스 역시 기존에 수족관에 있던 동물의 보유는 허용하고 번식은 금지했다. 관람객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등의 체험도 함께 금지했다. 즉, 고래류 수족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수순은 ‘기존 보유 동물까지는 사육 허가, 번식은 금지’가 일반적인 원칙인 것이다.
국내에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통과된 입법 취지는 2013년 남방큰돌고래 방류를 시작으로 ‘고래류는 감금 사육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고래류 전시를 금지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수족관 내 증식은 정부 내 주무 부처가 사실상 허용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심지어 수족관이 문을 닫을 때 야생 적응 가능성이 불확실한 돌고래 ‘비봉이’는 바다에 풀어버리고, 수족관 내 번식은 괜찮다는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를 도무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수족관에서 태어나 조기 폐사한 돌고래는 열 마리에 달한다. 해수부는 법이 시행되기 전에 수족관에 증식 금지에 대한 내용을 미리 알리고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안내했어야 했다. ‘시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수족관의 편의를 봐주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을 게 아니라 위반 사항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만일 법에 ‘번식 금지’ 조항이 별도로 필요하다면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또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불법 증식으로 태어난 개체는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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