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료 수입 허용, 국회 심의 없었다
‘가전법’, 수입·재개땐 심의 규정
한우협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농식품부 “안전상 문제 없을 것”

정부가 소 등 반추동물의 단백질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수입위생조건을 마련하면서 국회 심의를 받지 않은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을 우려해 그동안 수입을 막아왔던 정부가 재개 조치를 취하면서 농업계 등에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개정 ‘반려동물 사료 수입위생조건’(농식품부 고시)을 시행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BSE를 이유로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을 제한해왔다. 반려동물 사료는 대부분 가축의 생산물을 원료로 제조하기 때문에 BSE 매개 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지역’(농식품부 고시)은 BSE 발생으로 인해 반추동물의 뼈·뿔 등 BSE 관련 품목 수입이 금지된 미국·호주·영국 등 36개국에서 수입이 가능한 품목을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을 함유하지 않은 반려동물 사료’ 등으로 규정했다. 검역 단계에서도 BSE 관련 국가에서 생산된 반려동물 사료는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을 함유하지 않고, 소매용으로 포장된 경우에만 수입을 허용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된 수입위생조건은 ‘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지역’에 따라 수입이 허용된 지역의 생산물만이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BSE 관련 품목의 수입이 금지된 36개 지역의 소 유래 생산물 또한 ‘국가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농식품부 고시)에서 수입을 허용한 부위인 경우에는 원료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본지 2월26일자 1면 보도).
이에 따라 기존에는 미국산 반려동물용 사료의 경우 소 등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이 포함되면 수입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등을 원료로 하면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BSE를 이유로 유지해오던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한 데 대해 생산자단체 등에선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사실상 쇠고기 제품의 수입 재개로 보고 있는 한우업계에선 국회 심의를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BSE 최초 발생 국가의 쇠고기와 쇠고기제품을 수입하거나, BSE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쇠고기 또는 쇠고기제품의 수입을 재개하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국회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BSE 발생으로 반추동물 단백질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 수입이 중단됐던 만큼 이를 재개하려면 국회 심의가 필요했다고 본다”며 “국내 한우 등 반추동물이 해당 사료에 노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 재개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도 “쇠고기 등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지정검역물로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방역 조치를 해제하려면 국회 심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수입위생조건은 쇠고기가 아니라 반추동물 단백질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이미 수입되는 쇠고기 부위만 원료로 허용하는 것이라 안전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조치가 미국이 요구해왔던 통상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협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8년 5월 한국에 미국산 반추동물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 허용을 공식 요청했고, 같은 해 7월 한국은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2023년 8월에도 한·미 위생·검역(SPS) 위원회에서 시장 개방을 재차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까지 한국 정부는 수입위생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추후 협상을 앞두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한국 사료 수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결과를 다각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