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 말단 공무원이 상사 식사 대접…“‘모시는 날’ 없애달라”

강소영 2024. 10. 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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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들의 사비를 걷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해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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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공무원 사비 걷어 국·과장에 식사 대접
‘모시는 날’ 관행으로 스트레스 호소
“제발 없애달라” 소속 기관 감사 요청도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월 500만 원 받는 분들이 200만 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을 먹다니”

(사진=게티이미지)
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들의 사비를 걷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해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4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모시는 날’은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소속 부서의 국·과장 등 상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으로, 주로 점심시간(57.6%)에 이뤄졌다. 이어 저녁 식사(7.2%), 술자리(10.4%)를 함께 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모시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으로, 둘 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비중이 44.9%로 절반가량 차지했고 과장 35.5%, 국장 17.0% 순이었다.

식사비용 부담 방식은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지출하되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응답은 21.5%, 근무기관 재정을 편·불법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은 4.1%로 조사됐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

조사에 참여한 공무원 10명 중 7명은 모시는 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44.7%를 차지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그 이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답이 84%에 달했다.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질문에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 원 받는 분들이 200만 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비용을 메꾸기 위해 초과근무를 시킨다”, “업무추진비는 부서장 용돈처럼 쓰고 모시는 날에는 사비를 갹출한다”, “노래방 사회까지 시킨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담겼다.

또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을 파악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거나 “식당을 고르고 승인받고 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등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됐고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성곤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비용 전가 및 과도한 의전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소통 자체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리더들이 관행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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