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도 쓰이는 ‘조릿대’

여름 산길 따라 걷다 보면 짐승 털처럼 억센 풀잎이 길가에 퍼져 있다. 처음엔 대나무 새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키는 작고 잎에 털이 많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풀의 이름은 '조릿대'다.
생김새만 보면 음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강원도와 지리산 등 산지에서는 이 잎을 삶아 말려서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한약재로도 쓰이고, 일본에서는 죽순처럼 요리하기도 한다.
조릿대는 겨울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며, 식물계에서는 무시무시한 생존력을 가진 존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간에게는 식재료와 약재 등을 제공한다.
짐승 털처럼 거칠지만… 삶으면 부드럽다

조릿대는 벼과에 속한 식물로, 흔히 대나무 아랫종으로 분류된다. 크기는 작지만 형태는 대나무와 비슷하다. 가장 큰 특징은 잎에 털이 많고 거칠다는 점이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털이 반짝이는 조릿대는 조밥을 담던 조롱박 바구니(조리)의 대나무 잎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 잎은 생으로는 질기고 떫다. 하지만 삶아서 건조하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강원도에서는 된장국이나 장아찌에 쓰고, 전북 무주나 경북 봉화 같은 산간에서는 묵나물로 쌓아두고 겨울 국 재료로 쓴다. 일본에서는 조릿대순을 껍질째 삶아 찜이나 튀김으로 조리한다.
잎이 넓고 향이 약해 쌈 채소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털이 많아 민감한 사람은 잘 씻어야 한다. 강원 평창에서는 조릿대 순으로 볶음을 만들고, 경남 거창에서는 껍질 벗긴 줄기를 말려 차로 마신다.
너무 잘 자란다… 산을 뒤덮는 식물

조릿대는 전국 대부분의 산과 숲에 분포한다. 특히 침엽수림 하층에서 땅을 덮듯이 퍼진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자라는데, 한 번 자리 잡으면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 정도로 우세해진다. 생장 속도도 빠르고, 키는 1~2m를 넘지 않지만 군락을 이룬다. 햇빛이 적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고산지대에도 발견된다.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아 사계절 내내 초록빛을 유지한다. 이러한 생존력은 설악산이나 한라산처럼 희귀 식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조릿대 군락이 다른 식물을 밀어내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조릿대 군락의 번식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에서는 조릿대가 흙 유실을 막는 효과를 인정받아 산지 보전 식물로 활용된다.
조릿대가 가진 숨은 효능

예전부터 조릿대는 한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조릿대 잎이 열을 내려주고 가래를 삭인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민간요법에서는 조릿대 차를 만들어 감기나 열감기에 쓰기도 했다. 잎과 줄기를 달이면 노란색의 맑은 즙이 우러나오는데, 이 성분은 이눌린, 실리카, 플라보노이드 계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조릿대 차는 피로 회복, 소화 촉진, 기관지 진정 효과가 있다. 섬유질이 많고, 항균 작용을 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으며, 차로 마시는 방법 외에도 된장국, 육개장에 나물처럼 넣어 먹을 수 있다.
엽록소가 풍부하고 수분 함량이 많아 해독 작용이 있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과다 섭취하면 설사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하루 1~2잔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줄기보다는 잎을 우려내는 것이 더 부드럽고 은은한 향을 낸다.
보관법과 조리 팁

조릿대는 수확 후 바로 삶아야 풋내가 덜하다. 끓는 물에 5분가량 데친 뒤 찬물에 헹구면 질감이 살아난다. 데친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면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장마철에는 곰팡이 생기기 쉬우니 냉장고에서 건조제와 함께 밀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조릿대잎은 잔가시 같은 털이 많으므로 물로 여러 번 헹군 뒤 사용해야 한다. 나물로 무칠 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쓰면 특유의 향이 더 살아난다. 국에 넣을 때는 된장, 청국장과 잘 어울리며, 멸치나 다시마 육수보다는 쇠고기 육수와 함께 끓이면 감칠맛이 배가 된다.
줄기는 된장에 박아두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저장식으로 활용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릿대순으로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이때는 배추김치처럼 절여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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