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 잡는 박테리오파지… “미국·중국·유럽은 되는데 한국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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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있던 시절, 항생제 내성이 있는 만성골수염 환자가 있었습니다.
만성질환과 암 치료 중 항생제 내성이 나타난 환자들이 규정이 없어 박테리오파지를 쓰지 못 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유럽도 항생제 내성균 환자의 건강권이 더 중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 박테리오파지 치료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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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박테리오파지로 내성균 잡아
“식약처는 박테리오파지 규정 없어”
전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있던 시절, 항생제 내성이 있는 만성골수염 환자가 있었습니다. 더 쓸 항생제가 없어 박테리오파지 20종을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은 박테리오파지와 관련된 식약처 규정조차 없고, 병원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승인이 안 됩니다. 박테리오파지를 만들어도 환자한테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이 박테리오파지와 관련해 2017년 겪은 경험담이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그리스어로 ‘박테리아(세균)를 먹는다’는 뜻으로, 1917년 프랑스 미생물학자 펠릭스 데렐이 이름을 붙였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복제한다. 복제된 바이러스가 많아지고 밖으로 나오면 세균은 세포막이 터지면서 죽는다.
장 소장은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오송 질병관리청사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균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동향’ 아카데미에서 “국내 제약사가 박테리오파지를 치료제로 만들기 어려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규정이 없어 일반적인 신약 개발 모델로는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과 암 치료 중 항생제 내성이 나타난 환자들이 규정이 없어 박테리오파지를 쓰지 못 하는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병원균을 숙주로 하는 만큼, 병원 폐수나 일반 하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해 병원균과 계속 섞어 수를 늘리면서 배양한다. 사실 박테리오파지는 항생제인 페니실린보다 먼저 개발됐지만, 투약 편의성이 높은 항생제가 보급되면서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시들해졌다. 다만 최근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박테리오파지 치료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도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테리오파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소에 따르면 한국의 항생제 내성 사망자 수는 2030년 13만433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생제 내성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은 25조원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2019년 기준 130만명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 의료진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치료가 필요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용할 수 있다. 유럽도 항생제 내성균 환자의 건강권이 더 중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 박테리오파지 치료를 허용했다. 중국도 현재 박테리오파지 치료가 일부 실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선 박테리오파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기업들이 치료제를 개발하고도 사업을 키울 수 없다. 용동은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가 창업한 마이크로바이오틱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마이크로바이오틱스는 2년 전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충족하는 생산시설을 만들고, 리가켐바이오와 박테리오파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오틱스는 올해와 내년 한국과 미국에서 녹농균 감염을 치료하는 박테리오파지 후보물질 ‘MP101′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관련 규정이 없어 국내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용 교수는 “수억원을 들여서 항암 치료가 잘 끝나더라도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박테리오파지 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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