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막는 주차…강제처분 실효성 높여야
이중주차 차량탓 진입 지연
강제처분 법 있지만 책임 부담
울산 집행 사례 1건도 없어
현장적용 가능하게 보완 필요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45분께 울산 중구 한 아파트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서 냉난방기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경보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불은 빠르게 꺼졌고 인명피해도 없었지만, 내부는 에어컨이 검게 타고 천장까지 그을음이 번지는 피해가 남았다.
초기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소방당국의 출동 과정은 원활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인원 52명과 장비 18대를 투입했지만, 단지 내 도로에 이중 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됐다.
해당 단지는 지하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지상 주차도 병행돼 출동 동선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주차와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입주민은 "지상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들어오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불안감을 느꼈다. 지하에는 주차공간이 있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해 아쉬웠다"며 "큰 불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공동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주·정차 문제는 반복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소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법령에 따라 △소화전 5m 이내 주차 △소방차 긴급통행로 도로구간 주차 △아파트단지 내 소방차 전용구역 주정차 등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이동이나 파손 등 강제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울산에서는 2018년 관련 근거 마련 이후 아직까지 강제처분 사례가 없다.
전국적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소방청이 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9.8%가 강제처분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실제 집행은 소송이나 민원 부담 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한 소방대원은 "긴급출동 통행 방해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이 강화되면서 본부에서도 조건 충족 시 집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적법주차 여부 판단이 쉽지 않고, 사후 민원이나 법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