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5의 하부를 자세히 살펴보니 전륜 구동 방식에 엔진 자리에 모터만 들어가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부 커버를 제거하고 보니, 앞에서 보면 마치 엔진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스포티지나 쏘렌토와 같은 3세대 플랫폼과 동일한 구조라고 합니다.

이러한 구성이 한국 지형에도 더 잘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끄러운 주행감 덕분에 제가 평소 전기차 멀미가 심한 편인데도 EV5를 시승하는 내내 전혀 멀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죠. 무조건 최신 플랫폼인 전기차 전용 EGMP만 더 좋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오히려 어떻게 최적화를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EV5가 보여주었습니다.

EV5는 앞뒤 구성을 달리했지만, 배터리가 탑재되는 부분은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EGMP 플랫폼이어야만 좋다는 공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멀미가 없었고 출력도 굉장히 매끄러웠다는 점은 3세대 플랫폼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중형급까지 완성도가 뛰어났던 3세대 플랫폼의 느낌이 EV5에도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가속할 때 전륜 구동임에도 불구하고 토크 스티어가 굉장히 적었고, 주행이 매끄럽고 편안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EV5는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부담이나 이질감을 덜 느끼게 해주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엔진룸을 보니 전기 모터와 미션이 사라진 자리에 감속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V5의 감속기는 모터와 분리되어 엔진과 변속기처럼 따로 배치되어 있는 형태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EGMP 차량들은 모터와 감속기가 일체형으로 가운데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EV5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죠.

내연기관 차량처럼 EV5도 양쪽 바퀴를 이어주는 드라이브 샤프트의 길이가 달랐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조금 짧아 보였죠. 이 길이를 맞추기 위해 이너 샤프트를 두어 좌우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구형 차량들도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지만, 그 차들은 출력 제어나 TCS 시스템의 한계로 토크 스티어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EV5는 최신차답게 토크 스티어가 매우 매끄럽게 제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륜 구동 가로 배치 방식에서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완전히 중앙에 두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세로 배치를 하는 경우나, 감속기와 모터의 위치를 혁신적으로 바꾼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이론적인 부분에 가깝죠. 이론상으로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중앙에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출력 수입 차량 중에서는 이너 샤프트에 감속기를 두어 양쪽 회전수를 맞추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또한, EV5는 전기차답게 앞쪽에 에어 플랩이 적용되어 공력 성능을 향상시킨 모습이었습니다. 준중형급 차량임을 고려했을 때, 프레임 두께나 구성은 충분히 튼튼한 수준이었습니다. 오히려 탄탄한 느낌을 주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죠.

재미있는 점은 크로스 멤버의 폭은 중형 플랫폼 수준이었지만, 로어암의 길이는 짧아 준중형 규격의 부품이 혼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서브 프레임 자체는 쏘렌토급으로 단단하게 구성되었지만, 부품 규격은 EV5의 사이즈에 맞게 조절된 것이죠. 이러한 혼용 구성은 마치 스포티지와 쏘렌토의 중간 지점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스테빌라이저의 두께는 23mm로 쏘렌토와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좌우 길이는 쏘렌토보다 2~3cm 짧았는데, 이는 스포티지의 폭과 유사한 수치입니다. 좌우 폭은 줄었지만 쏘렌토와 동일한 두께의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되면서, EV5는 수평을 잡는 능력이 빨라졌고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기아차 중에서 꽤 단단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차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롤 브라켓이 EV5에는 두 개나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인너 샤프트에 단단하게 물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 중간에 위치하여 두 개의 지지점이 롤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구조였습니다. 조향 시스템으로는 R 타입의 MDPS가 적용되어 있었죠.

핸들링 느낌은 과거에 비해 제법 개선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묵직한 조향감과 핸들 자체의 두께가 주는 피드백은 좋았지만, 핸들 중앙부의 제어가 조금 더 예민하고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동일한 시승 코스를 주행했을 때, EV5는 쏘렌토보다 보타를 덜 해도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차폭이 좁고 스테빌라이저의 길이가 짧은 점이 직진성 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실제 주행에서는 제법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죠.

전기차에는 가정용 에어컨처럼 냉난방기 기능을 하는 에어컨 컴프레서가 들어갑니다. 이 시스템은 냉난방뿐만 아니라 배터리 냉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하나의 시스템이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EV5의 하부에는 풀 언더 커버가 잘 되어 있어, 전륜 서브 프레임 하단 쪽을 완전히 덮고 있었습니다.

커버를 제거하기 전에는 하부의 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가려져 있었죠. 중간 센터 커버도 잘 막아져 있었고, 배터리 끝부분 마감도 EV4 때부터 개선되어 스태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니로 같은 차량은 측면이 우둘투둘하게 노출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EV5는 사이드 실을 더 대놓아 공력 성능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급에서는 정말 잘 해놓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EV5는 유럽 수출용 모델이라 그런지 넥쏘와 비슷한, 다소 하드하고 단단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형 플랫폼에 준중형 하체가 결합된 형태는 과거 유럽 전용 차량이었던 i40 왜건과도 유사합니다.

i40는 중형 플랫폼이었지만 앞쪽 하체는 준중형 구조를 결합하여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모델이었죠. 당시 i40는 안전성이나 주행 성능 면에서 매우 뛰어난 평가를 받았습니다. EV5 역시 유럽 시장의 세그먼트에 맞춰 이러한 설계를 채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플랫폼 끝단부와 하체를 새로운 규격에 맞춰 탄탄하게 만들었고, 이는 벌크업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배터리 사이즈는 81.4kW로 매우 커서 주행 거리도 긴 편입니다. 다만, CATL 배터리가 적용된 점에 대해 가격 이슈와 맞물려 고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이해되지만, 가격대가 높은데 국산 배터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이 계시죠. 이러한 부분은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V5의 뒤쪽 하부도 일반적인 중형 3세대 플랫폼 사이즈였지만, 크로스 멤버는 매우 컸습니다. 튼튼하게 잘 잡혀 있었죠. 또한, 하부를 살펴보니 4륜 구동 버전을 위한 공간과 마운트 자리, 드라이브 샤프트가 들어갈 수 있는 허브 자리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부품 호환성을 통해 4륜 모델이 나올 것을 미리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량 사이즈는 작지만 멤버는 중형급으로 매우 튼튼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멤버 끝단부는 중형이면서도 하체 부품이 나가는 길이들은 짧아 준중형급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EV5는 전반적으로 탄탄한 주행감을 선사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헐렁한 느낌보다는 이렇게 단단한 주행감을 선호합니다. 불안한 느낌 없이 긴장감을 덜어주는 주행은 운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줍니다.

일부러 고저차가 있고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을 시운전했는데, 주행 성능이 꽤 괜찮았습니다. 이는 현대차의 넥쏘 수소 전기차와도 매우 유사한 주행 느낌을 주었습니다. 넥쏘도 중형급이지만 실제로는 작아 보이는 편이거든요. EV5의 크로스 멤버는 차 사이즈에 비해 매우 짱짱했습니다. 게다가 EV5는 무게가 2톤에 육박하므로, 이러한 짱짱한 하체 구성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쏘렌토보다도 무거운 차량이니까요.

EV3나 EV4를 시승했을 때보다 EV5의 롤링 안정감이 훨씬 뛰어났습니다. EV3와 EV4는 낮은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롤링 면에서 불안정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아반떼나 니로, i30, 벨로스터 등 여러 모델의 후륜 부품을 조합하여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EV3와 EV4의 앞쪽 스테빌라이저는 아반떼 CN7과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차량 무게는 훨씬 무겁기 때문에 다소 허둥대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죠. 반면 EV5는 그 세그먼트에 맞춰 짱짱한 느낌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뒤쪽 스테빌라이저는 19mm 타입이 적용되었는데, 이 급에서는 꽤 단단한 편에 속합니다. 앞뒤 모두 주행 성능 면에서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주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단단함과 안정감은 유럽형 세팅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차가 있는 곳을 내려갈 때 국산차들은 흔들림이 길지만, EV5는 내려가서 빠르게 수평을 잡고 안정되었습니다.

EV3나 EV4의 다소 불안정한 주행감 때문에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EV5를 꼭 시승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휠은 19인치가 적용되었고, 235 55R 19 사이즈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이즈는 GV70, 올 뉴 쏘렌토, 싼타페 TM 등 중형 SUV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준 사이즈입니다.

준중형급 또는 크게 보아 중형 사이즈 차량에 이 정도의 큰 타이어가 적용된 것은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이는 플랫폼과 타이어 모두에서 과거 i40와 비슷한 인상을 줍니다. i40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던 모델로, 당시 국산차에서는 보기 드물게 뛰어난 핸들링과 주행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럽형 패키지를 선택하면 삭스 서스펜션과 유럽형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되기도 했었죠.

EV 시리즈 중에서는 EV5의 디자인이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합니다. EV9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 EV5를 봤을 때는 디자인 때문에 쏘렌토만큼이나 커 보였지만, 실제로는 유럽 세그먼트에 딱 맞춰진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 i30가 유럽에서 인정받았듯이, EV5 역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차량입니다.

EV5에 사용된 탄탄한 프레임들을 쏘렌토와 비교해 보니, 스테빌라이저의 지지점 폭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쏘렌토의 스테빌라이저 지지점은 EV5보다 더 넓었죠. 프론트 스테빌라이저의 경우 쏘렌토와 EV5 사이에 약 3cm 정도의 길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은 중형급이지만 하체는 준중형처럼 유럽형으로 세팅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EV5를 시승하고 하체까지 면밀히 분석해 보니, 이 차량은 결코 비판받을 만한 차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뼈대는 쏘렌토급으로 튼튼하게 가져가면서도,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로어암과 같은 링크들은 EV5의 차체 사이즈에 적합한 부품들을 선별하여 넣은 것이죠. 이처럼 중형 플랫폼과 준중형 플랫폼의 혼용 조합은 EV5에 단단한 느낌과 상대적으로 뛰어난 롤링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EV3, EV4, EV5 중에서 주행 질감은 EV5가 단연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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