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이 다시 재테크 1순위? 은행권, 10% 고금리로 승부수

주식·가상자산 자금이탈에 고금리 특판 봇물…우대조건·지수연동 리스크, 꼼꼼히 확인해야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이 다시 ‘고금리 예·적금 전쟁’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주식·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던 대기성 자금이 금리 변동성 확대와 차익 실현 흐름 속에서 은행들은 연 10%가 넘는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수신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조건부 고금리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은 우대금리 적용 조건과 상품 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고금리 경쟁, 증권사·가상자산과 맞선 ‘자금 사수전’

최근 은행 창구와 모바일 앱에는 ‘최고 연 12%’, ‘추첨형 최대 연 10%p 우대’와 같은 문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도 은행들이 고금리를 제시하는 이유는 빠져나간 수신 기반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올해 내내 이어진 증시 거래대금 급증, 가상화폐 시장 반등, 해외투자 확대로 은행 예·적금 잔액이 둔화되자 은행들은 원금 보장형이면서도 조건부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전통적 예금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지수연동예금(ELD)이다. 신한·하나·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부 상품은 최고 연 8~10%대 수익률을 내세운다. 하지만 해당 상품은 코스피 지수가 특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지수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거나 급등·급락할 경우에는 수익률이 1~2% 수준으로 떨어지고, 심지어 원금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고객이 실제로 얻게 되는 수익률은 ‘최고 금리’와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식이지만 금융소비자는 상품 구조를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금리 적금 경쟁은 더 치열하다. 우리은행의 ‘두근두근 행운적금’은 기본금리 2.5%에 5번의 행운카드 추첨에서 모두 당첨되면 총 1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12.5%가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농협·신한·국민은행도 6~8%대의 이벤트성 적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다만 대부분 월 납입액이 30만~50만 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체감 수익 역시 한계가 있다.

▲ 최근 은행권에선 창구와 모바일 앱에서 ‘최고 연 12%’, ‘추첨형 최대 연 10%p 우대’ 등을 내세워 수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증권사 역시 수신 기반 확보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초대형 IB로 지정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원금 보장형 IMA 상품 준비에 나선 데다 발행어음 시장도 확대되면서 예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은행과 증권사 간 구도로 확장되고 있다.

은행의 고금리 예·적금 경쟁이 소비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상품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기대보다 훨씬 낮은 수익을 얻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에서 홍보하는 최고 금리보다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를 먼저 계산하라고 조언했다. 추첨형 적금은 당첨 여부가 우대금리를 결정하는데 모든 회차에 당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월 납입액이 작을수록 금리 차이가 실제 이자 금액으로 이어지는 폭도 작아진다. 예컨대 6개월 동안 매달 50만원을 넣는 적금에서 연 10%가 적용된다 해도 세전 이자는 몇 만원대에 그친다. 금리 숫자가 주는 인상만큼 실제 수령액이 크지 않은 이유다.

또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살펴봐야 한다. 급여이체, 자동이체 건수, 카드 사용 실적, 마케팅 동의 등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비 패턴을 인위적으로 바꿨다가 오히려 얻는 이익보다 잃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수연동예금(ELD)의 경우에는 파생상품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요망된다. 지수가 급등해도 ‘상한(캡)’이 걸려 있어 수익이 제한되거나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고금리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상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면 기회비용만 날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도해지 시 불이익에 대한 내용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판·이벤트 상품일수록 일반 예금보다 중도해지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된다. 갑작스러운 자금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라면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금리 예·적금은 눈에 띄는 숫자보다 나의 자금 계획과 소비 패턴에 실제로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고금리 경쟁이 단기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뒤늦게 ‘핀테크·증권사·은행’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금 쟁탈전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약관 검토는 필수다”고 말했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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