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분양가 절반 수준, 이 동네 아파트는 왜 반값 매물로 나왔나?

조회 43,7392025. 2. 26.

경남 거제시 덕포동의 '거제옥포도뮤토' 아파트가 준공 8년차를 맞아 최초 분양가 대비 40% 할인된 1억 6,000만원대에 매물이 쏟아지며 지역 부동산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 단지의 장기 미분양 현상은 조선업 위기와 공급 과잉이 빚은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역 경제와 맞물린 미분양의 악순환

거제옥포도뮤토 아파트는 2017년 5월 준공 당시 전용 84㎡(약 25평) 기준 2억 7,000만원에서 2억 9,500만원대의 분양가를 형성하며 현지에서 '프리미엄 단지'로 주목받았다. 당시 포스코A&C의 브랜드 파워와 첨단 지능형 설비를 앞세워 8: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2023년 6월 기준 230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전체의 44%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 지역이 국내 조선 산업의 심장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인한 고용 불안이 주택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킨 결과다.

더욱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거제시에만 18,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분양되며 공급 과잉이 심화되었다. 인근에 대규모 신규 단지들이 연이어 들어서며 거제옥포도뮤토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추락했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2024년 10월 기준 전용 84㎡ 매매가는 1억 8,360만원에서 1억 9,100만원 사이를 오가며 최초 분양가 대비 30~40% 할인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격 파괴의 경제학적 분석

현재 진행 중인 가격 하락은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구조적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2024년 1월 기준 해당 단지의 공시지가는 50만원/m²로 2015년 20만원/m²에서 150% 상승했으나, 실제 거래 가격은 역주행 중이다. 이는 토지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건물 노후화와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2024년 11월 기준 전기 사용량이 평당 10.95kWh에 달하며, 이는 동급 신축 아파트 대비 23% 높은 수치로 에너지 효율성 저하가 관리비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정부의 미분양 대책도 한계에 부딪혔다. 2023년 도입된 '악성 미분양 관리제도'에 따라 거제시가 5개월 연속 지정 지역으로 관리받고 있으나, 신규 분양 물량이 지속 유입되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는 시세의 80% 대출을 허용하는 등 실수요자 유인책이 부분적으로 효과를 발휘, 2024년 11월 기준 103동 중층 매물이 1억 3,000만원 전세로 계약되는 등 거래량 소폭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투자 유망성과 지역 발전 전망

장기 미분양으로 인한 가격 할인이 오히려 투자 기회로 작용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2025년 예정된 거가벨트 개발 계획은 부산~거제 간 교통 인프라를 대폭 개선할 전망으로, 이는 접근성 향상을 통한 수요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해양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 청년 인구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4년 12월 기준 해당 단지의 전국 아파트 순위가 세대수 부문 8,369위에서 7,200위로 상승하는 등 약세 반전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편승한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 2024년 3/4분기 기준 상가 입점률이 62%로 동년배 아파트 대비 18%p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상업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또한 2025년 예정된 공시가격 재조정에서 개별공시지가가 0.2% 상승할 전망이지만, 이는 실거래가 반등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조 개혁을 통한 미래 가치 창출

거제옥포도뮤토의 사례는 지역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여실히 증명한다. 조선업 회생을 통한 고용 안정화 없이는 주택 수요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거제시는 2024년 7월 '조선 산업 혁신 허브'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첨단 조선 기술 개발과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에 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전환 사업을 확대해 2025년까지 150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으로, 이는 미분양 물량의 65%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민간 차원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2024년 9월 포스코A&C는 거제옥포도뮤토의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 현대화 공사를 추진 중이다. 특히 태양광 패널 설치와 스마트 홈 시스템 도입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40% 개선할 계획으로, 이는 장기적인 유지비 절감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과제

거제옥포도뮤토 아파트의 반값 행진은 단일 단지의 문제를 넘어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상징한다. 2024년 12월 기준 거제시의 인구는 21만 명으로 2015년 24만 명 대비 12.5% 감소했으며, 이는 전국 평균 감소율(3.2%)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택 가격 할인이 아닌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이 필수적이다.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영어교육특구 지정과 해양 레저 시설 확충은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는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024년 11월 한 건설사의 분양가 조작 사건이 적발되며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이에 거제시는 2025년 1월부터 모든 분양 현장에 공인중개사 상주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 감독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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