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현수, 혹사 후유증 경고, 82경기 뛰게 하더니 결국...탈났나?

시범경기 1위를 질주하며 기분 좋게 정규시즌을 준비하던 거인 군단에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뒷문을 묵묵히 지켰던 '철인' 정현수(25)가 유독 잔인한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22일 한화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무너진 그의 평균자책점(ERA)은 어느덧 18.00.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 치부하기엔 구속 저하와 제구 불안의 골이 너무나 깊어 보입니다.

"볼넷-사구-스리런포" 9회초 0이닝 3실점 강판... 아웃카운트 '0'의 굴욕

22일 사직 한화전은 정현수에게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팀이 10-3으로 크게 앞선 9회초, 승기를 굳히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후속 타자에겐 몸에 맞는 공까지 허용하며 스스로 장작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허인서에게 던진 실투가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단 한 명의 타자도 잡아내지 못한 채 ERA 18.00이라는 숫자를 남긴 정현수의 모습은 지난해 82경기에 등판하며 '좌승사자'로 군림했던 위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롯데 벤치는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고 그를 즉각 강판시켰고, 사직구장에는 싸늘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140km 던져선 타자 못 이겨" 김태형 감독의 냉정한 일침... '구속 실종'의 미스터리

명장 김태형 감독의 진단은 매서웠습니다. 김 감독은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이 한 번도 안 나왔고 구속도 안 나온다"며 정현수의 현재 상태를 꼬집었습니다. 이어 "아무리 좌완이라도 140km 초반을 던져서는 상대를 할 수 없다. 기본 143~144km는 나와야 한다"며 구속 회복이 급선무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정현수는 지난해 140km 중반대의 직구와 예리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구속이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에 머물고 있습니다. 구위가 떨어지니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게 되고, 존 구석만 노리다 볼넷을 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구속이 안 나오니 본인도 자신 있게 못 들어간다"며 심리적 위축까지 우려했습니다.

"데뷔 2년 만에 100경기 등판" 혹사 논란 피할 수 없는 '마당쇠의 대가'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정현수의 부진은 지난해 '과부하'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정현수는 지난해 리그 최다인 82경기에 등판했습니다. 데뷔 후 단 2시즌 동안 무려 100경기를 소화하며 롯데 불펜의 궂은일을 도맡았습니다. 아무리 젊고 싱싱한 어깨라 할지라도 1년 내내 마운드에 올랐던 여파가 올 시즌 초반 구속 저하라는 '청구서'로 돌아온 셈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마저 목 디스크 증세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롯데의 좌완 불펜진은 붕괴 위기에 처했습니다. 김태형 감독이 "불안한 왼손은 필요 없다. 최악의 경우 좌완 없는 불펜진도 고려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현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이자 팀 전력의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 발언입니다.

"정규시즌은 다르다?" 반복되는 시범경기 잔혹사... 쿄야마 카드가 대안 될까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정현수가 매년 시범경기에서 유독 부진했다는 점입니다. 2024년 ERA 13.50, 2025년 12.00을 기록하고도 정규시즌에는 제 몫을 해냈던 전력이 있습니다. 팬들은 이번에도 '슬로우 스타터'의 기질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구속 자체가 떨어졌고,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쿄야마 마사야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정현수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현수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다시금 '마당쇠'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서는, 굴욕적인 ERA 18.00을 씻어낼 수 있는 구속 회복과 자신감 있는 투구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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