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比 300% 오른 시금치…무더위와 장바구니 물가 상관관계[세쓸통]
2000년대부터 채소 주산지, 폭염 늘고 수확량 감소
이상기후로 2040년까지 농산물 물가 최대 1.1%↑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추분 전까지 9월 폭염일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연이은 폭염에 시금치는 평년보다 300%가량 상승했고 배추는 한 포기에 90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우리의 식탁을 침범한 이상기후 여파를 통계를 통해 살펴봅니다.
날씨의 변화는 우리 생활과 경제에 밀접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날씨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는 노지채소류부터 시작해 농어업·건설업의 고용 등에 그 여파가 나타납니다.
특히 농작물과 날씨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시름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초콜릿 제품의 가격을 줄인상했습니다.
커피 원두의 국제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습니다. 주산지의 이상기후, 병충해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한 영향입니다.
국내 농산물의 사정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9월3주 여름 고랭지 배추 상(上)품 소매가격은 포기당 9161원으로 전주보다 15.8% 올랐습니다. 배춧값은 지난 8월 7000원대에 진입 후 지난주 90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987원보다 53.0% 상승했고, 평년 5847원보다는 56.8% 오른 수준입니다. 평년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을 말합니다.
시금치 상품 100g 소매가격은 평년 대비 300%가량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시금치 가격은 3713원으로 전주보다는 6.8% 감소했지만 1년 전과 평년보다는 각각 85.4%, 289.2% 대폭 올랐습니다.
이런 가격 상승세는 최근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 기록적 폭염에 기인합니다. 배추와 시금치 모두 대표적인 저온성 채소입니다.
지금 시중에 출하된 여름 고랭지 배추는 해발 700m 이상인 완전고랭지에서 재배된 작물입니다. 배추는 올해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강원도 산지에서도 장기간 폭염이 이어져 생육이 부진했습니다. 18~20도의 저온에서 자라는 배추는 30도 이상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취약합니다. 올해는 특히 품질이 떨어져 상(上)품 배추의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달 말부터는 준고랭지 지역까지 출하가 확대돼 공급량이 늘 거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금치가 자라나기 적정한 온도는 18~25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주산지인 경기 포천 등에서 일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지속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가을장마 후 기온이 떨어지면 생육 상황이 나아져 가격도 안정을 찾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폭염은 가을까지 침범했습니다.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추분을 앞두고 지난 19일까지 9월 폭염일수는 5.5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이달 3.7일로 역대 최다입니다.
이런 가을의 이례적 더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의 대기를 감싸 찬 공기의 유입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합니다.
21세기 이후 고랭지 채소 주산지의 폭염일수는 증가세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기상환경 변화가 배추·무 단수와 가격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9월 평균 강원도 채소 주산지(평창·강릉·정선)의 폭염일수는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증가하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고랭지 배추와 무의 단위당 수확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하 물량이 줄어들면 농산물 물가는 상승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 노트에 따르면 이상기후는 지난해 이후 식료품과 과일, 채소 등 생필품 물가 상승에 10% 정도 기여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이같은 기후플레이션이 지속되면 204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0.6~1.1% 상승할 거로 내다봤습니다.
통상 가을은 여름과 달리 집중호우나 기온의 변화가 많지 않아 수확량 감소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정체전선을 동반한 가을장마가 쏟아져 작황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강원 등 일부 지역에는 일 최대 300㎜의 폭우가 예고됐습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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