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412km. 이 숫자는 한때 내연기관 슈퍼카만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속도의 왕관은 전기차의 머리 위에 올려졌다. 크로아티아의 하이퍼카 브랜드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가 만든 ‘네베라(NEVERA)’가 전기차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었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폭발력과 정밀한 제어력으로 만들어낸 이 성과는, 자동차 기술의 미래가 이미 내연기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412km/h, 전기차의 ‘물리적 한계’ 돌파
네베라는 독일 파펜부르크(Papenburg) 시험장에서 진행된 고속 주행 테스트에서 최고 시속 412km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된 양산형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속도 중 하나로, 내연기관 슈퍼카 부가티 시론(420km/h)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테스트 당시 네베라는 4km 직선 구간에서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기록을 달성했다. 압도적인 가속력과 함께 공기저항을 완벽히 제어한 결과였다. 시동 소리 대신 짜릿한 전기음만이 울려 퍼진 이 장면은, “전기차는 느리다”는 인식을 단번에 깨뜨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1.81초
최고속도뿐 아니라 가속력 또한 경이롭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81초. 이는 세계적인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2.3초), 테슬라 모델 S 플래드(1.99초)보다도 빠르다.
이처럼 압도적인 성능의 비결은 네 개의 전기모터에 있다. 전륜과 후륜 각각에 독립된 모터가 장착되어 있으며, 시스템 총 출력은 1,914마력, 최대 토크는 2,360Nm에 달한다. 각 바퀴가 개별적으로 동력을 제어받는 정밀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과 반응성을 유지시킨다.

120kWh 배터리,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의 혁신
네베라의 심장인 배터리는 자체 개발한 120kWh 리튬이온 H형 배터리팩이다. 대용량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고속 주행 중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액랭식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 셀은 차량 하부에 H자 형태로 배치되어 무게 중심을 낮추고, 공기역학적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이 구조 덕분에 네베라는 초고속 주행 중에도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으며, 제동 시에도 탁월한 균형을 유지한다.

단순한 ‘속도’가 아닌 정밀한 ‘과학’
리막 오토모빌리는 네베라의 성능을 단순한 마력 경쟁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완성도로 설명한다. 네베라는 1초에 100회 이상 노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각 바퀴의 출력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노면 마찰 변화에도 완벽한 안정성을 유지한다.
또한 차체는 항공기 수준의 탄소섬유 모노코크 구조를 채택해, 강도와 경량화를 모두 달성했다. 이 덕분에 공차중량이 약 2,150kg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동·가속 반응을 구현할 수 있었다.

150만 유로의 ‘하이퍼 EV’, 단 150대 한정 생산
네베라는 단순한 양산 전기차가 아니다. 전 세계 150대 한정 생산, 가격은 약 150만 유로(한화 약 22억 원)로 책정됐다.
각 차량은 크로아티아 스베타네델랴(Sveti Nedelja) 본사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구매자는 인테리어 가죽 색상부터 모터 세팅, 배터리 커버 디자인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네베라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과학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가 바꾼 ‘고성능’의 개념
리막 네베라의 등장은 고성능 자동차의 기준을 다시 정의했다. 내연기관은 폭발과 연소의 기술이라면, 네베라는 정밀 제어와 데이터의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성능의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포르쉐와 현대자동차가 리막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네베라의 기술이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의 시대는 이미 도심형 세단을 넘어, 초고성능 하이퍼카의 영역까지 도달했다. 네베라는 그 상징이자,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이 향할 궁극의 방향을 보여주는 존재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