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만큼 버는데 세금 0원, 정책지원금도 챙기는 ‘당근 비즈니스’
상품권 사서 물건 구매 후 재판매로 ‘두 번 세탁’…중고제품 특성상 하자 생겨도 ‘모르쇠’
가입자 수 4000만명에 육박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과세 사각지대로 변질됐다. 당근마켓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전문 판매업자 중 상당수가 일반 직장인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어서다. 더욱이 당근마켓을 활용한 돈벌이, 이른바 ‘당근 비즈니스’ 중에는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다분한 행위들도 포함돼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상품권 사재기 기준은 할인율 4% 이상” 메뉴얼까지 등장한 비과세 사업 ‘당근 비즈니스’
21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안내문을 발송한 당근마켓 판매자(525명) 가운데 실제 신고에 응한 379명의 매출액 총합은 177억140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매출은 4673만원이다.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 수준이다. 이 중 상위 10명은 평균 2억2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관련업계 안팎에선 국세청이 파악하지 못한 당근마켓 전문 판매업자 수와 실제 매출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하다. 르데스크가 만난 한 당근마켓 전문 판매업자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국세청의 눈을 피하면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판매업자들이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다”며 “그들은 워낙 교묘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절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이어 “무직자 신분을 이용해 정부지원금까지 수령하는 이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해당 판매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가장 빈번하게 이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상품권 거래’다. 저렴하게 상품권을 매입해 고가에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 깡’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과세를 피하기 위한 추가 작업을 시도한다. 매입한 상품권을 곧장 되팔지 않고 에르메스, 샤넬 등 희소성이 높고 거래가 활발한 고가의 명품을 구매해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단순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나름의 공식도 존재한다. 업자들이 설정한 최소 할인율은 4% 이상이다. 3%대는 백화점 근처에 놓인 상품권 판매소에서도 구매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백화점에서 정가 1000만원의 명품을 상품권(할인율 4% 기준)으로 구매할 때 실제 필요한 현금은 960만원이다. 이후 희소성 프리미엄(P)을 더해 11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할 때 순이익은 140만원에 달한다. 물론 별도로 납부해야 할 세금은 없다.
하자가 있는 중고명품이나 가전제품을 매입해 수선·수리 과정을 거쳐 값을 올려 재판매하는 방식도 전문 판매업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식 중 하나다. 당근마켓 플랫폼 내에서도 고장난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게시물은 대부분 이러한 목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전문 판매업자들은 거래량이 현저하게 많아 거래신용도를 나타내는 ‘매너온도’ 또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고장난 물건을 구하기가 더욱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 중인 전문 판매업자 김성수 씨(29·남·가명)는 “중고명품 의류의 경우 착색, 끈 떨어짐, 찢어짐 등의 이유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들을 골라 수선을 통해 구입 가격보다 1.3~1.5배 정도 비싸게 팔 수 있다”며 “GPS 때문에 거래가능 지역이 제한돼 있어 각 지역별 부촌을 직접 다니며 주로 매물을 구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의류나 악세사리보다 에어컨, 스피커, 오토바이 등 고장난 기계를 수리한 뒤 판매하는 것이 마진이 커 구매가의 10배 이상의 웃돈을 받을 때도 있다”며 “개인이 수리하기는 쉽지 않아 해당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부업으로 많이 이용하는데 나 역시도 현재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품 재판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중고 플랫폼 특성상 완벽한 수리가 어렵고 제품에 이상이 있어도 명확한 책임소재를 따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상당수가 높은 소득을 기록하고 있어 과세를 부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땀 흘려 돈 벌고 꼬박꼬박 세금 내는 선량한 직장인들의 상대적 발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중고시장의 제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재생산됐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며 “플랫폼 특성상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심리를 이용한 거래수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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