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로 사망보험금 先수령… 1억 계약땐 65세부터 월 23만원[10문10답]
과거 가입당시 특약 없어도
정책 변화로 전환 가능해져
9억 이하·55세 이상 누구나
변액종신보험은 대상 아냐
정기·상해사망보험도 불가
한화 등 5곳 4분기부터 접수
46만2000건 25조 규모 대상
자식 등 수익자 동의 불필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소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 수준이며,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노후 적정 생활비의 32.7%에 불과해 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금융위원회가 고령층의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종신보험을 소득으로 전환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내놓은 배경이다. 사후에 남은 가족에게 지급되던 사망 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당겨 받아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동시에 일부는 사망보험금으로 남길 수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계약이 75만9000건, 사망보험금 기준 35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 어떤 이점이 있나
사망보험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은 기존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관련 특약이 있는 경우에만 전환할 수 있었다. 종신보험은 본래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족의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상품으로 일부 보험사만 이런 특약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이번에 제도성 특약을 일괄적으로 부과하면서 과거에 가입할 당시 연금전환 특약을 들지 않았던 계약자도 연금화가 가능해진다. 만 55세부터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전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하면 본인이 그동안 낸 보험료 총액보다 많은 금액의 연금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0세에 예정이율 7.5%인 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8만7000원의 보험료를 20년 동안 납입하고 사망보험금 1억 원을 받기로 돼 있는 계약자 A 씨를 상정해보자. A 씨가 70세에 90% 비율로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한다면 20년 동안 매달 26만 원씩 수령할 수 있다. 연 지급형으로 신청해 매년 314만 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총 수령액은 6283만 원으로, 납입 보험료 누적액(2088만 원)보다 약 3배 많다.
2. 유동화 신청 자격은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종신보험 계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계약기간과 납입기간 모두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한 사람(계약자)과 보험계약 체결로 보호받는 대상(피보험자)이 동일해야 한다. 만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소득이나 재산 요건은 별도로 없다. 단,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남아있으면 유동화를 신청할 수 없다. 사망보험금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3. 종신보험이면 다 가능한가
유동화 재원인 해약환급금을 확정하기 어려운 종신보험은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보험료 일부를 운용해 투자이익을 배분하는 ‘변액종신보험’은 유동화 대상이 아니다. 변액보험의 투자 성과가 부진한 경우, 유동화 신청 시점의 해약환급금이 납입 보험료보다 적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리 연동형 종신보험’도 유동화 신청을 할 수 없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일부를 향후에 보험금이나 환급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이자율을 반영해 적립해둔다. 금리 확정형은 이자율이 정해져 있어 환급금이 예정이율에 따라 증가하지만, 금리 연동형은 시중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져 환급금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납입기간이 짧은 ‘단기납 종신보험’도 유동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어도 정기보험이나 상해사망보험이면 유동화할 수 없다. 종신보험은 사망 시기나 원인과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정기보험은 약정된 보험기간 중에 사망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준다. 상해사망보험은 사고나 재난으로 인한 사망에만 보험금을 주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보장하지 않는다.
4.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유동화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유동화 비율, 지급 기간뿐 아니라 신청 시 나이, 보험상품 이율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사망보험금 액수가 같더라도 회사별, 상품별로 유동화 금액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신청 당시 나이가 많을수록 적립 기간이 길어져서 해약환급금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수령액도 증가하는 구조다. 앞서 예시를 든 A 씨가 유동화 개시 연령을 75세로 늦추면 매월 29만 원을 받고, 80세에 유동화를 시작하면 매월 31만 원을 받는다. 종신보험 가입 시 정해진 이율(예정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는 더 많은 돈을 적립해야 하고 소비자도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같은 사망보험금 금액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예정이율이 낮았던 상품을 보유한 경우, 납입한 보험료와 적립액이 더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유동화 금액으로 받을 수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고령자의 노후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일시금 형태로 유동화할 수는 없다. 종신보험 고유의 특성 때문에 전액 유동화는 불가하고 필수적으로 일부 사망보험금을 남겨둬야 한다.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이내에서, 기간은 연 단위(최소 2년 이상)로 각자 필요에 맞게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노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자금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동화 기간 중에 필요하면 연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고 이후 재신청할 수 있다. 계약자가 부담해야 할 별도의 수수료는 없고 신청 및 지급 과정에서 필요한 계약관리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5. 언제부터 신청할 수 있나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의 종신보험을 갖고 있다면 올해 4분기부터 신청할 수 있다. 위 5개 생명보험사는 올해 10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1차로 출시한다. 이들 보험사가 보유한 유동화 대상 계약은 약 46만2000건이고, 사망보험금 규모는 약 25조5000억 원이다. ‘연 지급형’을 먼저 출시하고, 내년 초에 전산 개발이 완료되면 ‘월 지급형’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10월에 연 지급형으로 유동화를 실시한 계약자도 추후에 월 지급형으로 바꿀 수 있다. 5개사를 제외한 다른 보험사들도 순차적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개시한다. 금융 당국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태스크포스(TF)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전반적인 출시 준비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후속 보험사들도 조속히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6. 어떻게 신청할 수 있나
본인이 가입한 생명보험사에 신청하면 된다. 각 보험사는 유동화 상품 출시에 맞춰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개별적으로 대상 계약자임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계약자가 언제든지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도록 회사별로 콜센터 등을 통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지원 담당자를 둘 방침이다. 새로운 제도 운영 초기인 만큼 보험사 영업점을 통한 대면 신청만 가능하다. 금융위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초기에는 대면 접수로만 한정하고 제도가 안착되면 비대면 접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7. 유동화 결정 이후 변심하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계약자가 선택한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감액되면 이에 상응하는 환급금으로 유동화 금액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동화 실행 이후 사망보험금을 원상복구 또는 증액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계약자가 보험금 감액 등 유동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사는 유동화 신청 시 주요 내용을 충분히 안내하고,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수령액과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따른 지급 금액 비교 결과표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피콜 등을 통해 계약자가 숙지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동화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하는 푸시 마케팅은 금지된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입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유동화 철회권과 취소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철회권은 유동화 금액을 최초 수령한 날로부터 15일, 유동화를 신청한 날로부터 30일 중에 먼저 도래하는 기간까지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취소권은 보험사가 중요 내용에 대해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3개월 이내에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울러 부당한 사유로 사망보험금이 유동화된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업법상 부활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8.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가
유동화 신청 시 일반적으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설정된 자식 등 가족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유동화 재원인 해약환급금은 계약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수익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유동화할 수 있다. 계약자가 유동화 지급 기간 중에 사망하면 신청 시 설정한 조건에 따라 남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계약은 종료된다.
9. 비과세 한도가 있다는데
고액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종신보험은 보장성 보험이기 때문에 비과세 대상이지만, 유동화하면 저축성 보험과 같은 구조가 된다. 금융 당국은 유동화 대상 종신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월 납입 보험료 합산 금액이 150만 원 이하일 때만 비과세를 적용한다. 종신보험에 매달 200만 원을 냈던 B 씨가 사망보험금의 50%를 유동화하면, 월평균 납입 보험료는 100만 원으로 계산한다. B 씨가 매달 저축성 보험에 월 100만 원을 납입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합산 보험료는 월 200만 원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10. 요양·간병 등 서비스형 상품도 나오나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연금 형태가 아닌 현물이나 서비스 형태로 지급하는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요양시설, 건강관리, 간병 등 시니어 서비스와 연계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보험사가 유동화 금액을 제휴 요양시설에 지급해 소비자가 낼 요양시설 이용료를 일정 기간 충당하는 방식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암·뇌·심장 등 중대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전담 간호사를 배정해 투약, 식이요법, 진료·입원 수속 대행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도 예상할 수 있다. 보험사가 원가 이하로 별도의 중개이익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와 서비스 제공 사업처 간 제휴 등을 위해 준비 시간이 필요해 상품 출시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험상품과 노후대비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서비스형 보험상품 활성화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금융 당국은 이를 통해 ‘보험의 서비스화’를 촉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산업이 간병·재활·헬스케어뿐 아니라 생애 전반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 추진 및 관련 제도 개선 검토를 통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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