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스토리] ‘소년보호처분’ 끝나도 끝이 아니다


인천일보와 법무법인 고운이 함께 하는 '로펌스토리'
학교폭력 사건에서 소년보호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모든 법적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형사적 절차는 마무리될 수 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 책임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근 학폭과 소년사건을 다루다 보면 보호자들이 행정 처분이나 소년보호처분 결정 이후 모든 절차가 종료됐다고 오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소년보호처분은 가해 학생의 교화와 개선을 위한 형사적 성격의 절차다.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 책임과는 별개다. 국가의 처분과 무관하게 피해자는 가해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과정은 오히려 더 긴 법적 분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 소년보호처분 뒤에도 민사책임은 남는다
민사소송의 핵심은 책임 주체와 책임 근거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해 학생의 '책임능력' 유무다. 책임능력은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뜻한다.
통상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은 책임능력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학생 본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감독의무자인 부모가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반면 중학생 이상은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학생 본인이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부모가 평소 보호·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부모 역시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
▲ 부모 책임, 면하기 쉽지 않다
민사소송에서 쟁점은 입증책임이다. 특히 가해 학생이 책임무능력자인 경우 부모는 자신이 감독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학교에서 발생한 일이니 교사 책임"이라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모의 감독의무는 자녀의 일상 전반에 걸쳐 있다고 본다. 실무상 부모 책임은 무과실책임에 가깝게 엄격하게 적용된다. 면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부모의 감독 소홀은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다. 자녀의 경제적 의존도, 평소 행실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 치료비 넘어 위자료·일실수입까지
손해배상 범위도 광범위하다. 이미 지출한 병원비뿐 아니라 향후 필요한 정신과 치료비, 심리상담비도 포함된다. 폭력으로 영구적 후유증이 남았다면 장래 소득 상실분, 간병비까지 청구 대상이 된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도 인정된다. 피해 학생뿐 아니라 부모가 겪은 정신적 고통도 고려된다. 가해 행위의 잔혹성, 지속 기간, 반성 여부 등이 산정 요소다.
▲ 집단폭력은 연대책임 원칙
여러 명이 가담한 집단 학교폭력은 책임이 단순 분할되지 않는다.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면 가해 학생들과 부모는 손해 전부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진다.
피해자는 가해자 중 누구에게든 전체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다.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정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 범위를 직접 제한하지 않는다. 한쪽이 전액을 배상한 뒤 내부적으로 다른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가해 측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구조다.
▲ 시효 3년, 전략적 대응 필요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내 행사해야 한다. 대부분 사건 직후 인지되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소송 과정에서는 과실상계 여부도 쟁점이 된다. 피해자가 분쟁을 유발했거나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면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 다만 무리한 고액 청구는 주의해야 한다. 청구액 대부분이 기각될 경우 패소 부분에 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문=법무법인 '고운' 이경렬 변호사(형사전문)
/정리=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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