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아이패드 앱 5

안녕하세요. 기록하는 사람, 빵이입니다. 매일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괜찮은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서>를 출간하고는 정말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기록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기록하고 있다는 의식 없이도 기록을 남기고는 해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찍은 사진이나, 한 손에 전화기를 들고 휘갈겨 쓴 메모나. 이 모든 것은 다 기록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기록을 하려고 앉으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 번 펼친 노트에는 반듯하고 예쁜 글자를 적어야 할 것 같고, 2% 부족하게 느껴지는 페이지는 찢어내고 싶어요. 뭘 써야 제대로 기록하는 건지 모르겠기도 하죠. 스스로를 돌아보고 하루를 남기는 행위가 아주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한참이나 종이 위를 맴돌다 아무런 글자를 남기지 못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기록은 덜 부담스러운 기록 중 하나예요. 뒤로가기(컨트롤 제트)를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 덕분이지요. 그러니 오탈자가 생기면 수정테이프 자국이 남고, 잉크가 마르기 전에 손날이 닿으면 번져버리고 마는 실수도 아이패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무리 많이 쌓아도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순간을 촬영해 사진으로 붙이기 쉬운 건 말할 것도 없죠.

점점 일상에서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디지털 기록이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아이패드만 있으면 여러 권의 노트를 살 필요도, 필통이며 다이어리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어요. 아이패드로 기록하는 일상, 꽤나 재미있는 디지털 기록. 이미 많이 사용 중인 노션과 굿노트 대신, 제가 잘 쓰는 아이패드 앱들을 소개할게요.


[1].
마치 종이처럼 쓰다
Paper

Paper(이하 페이퍼)는 심플한 노트 앱이에요. 심플하다는 말 그 자체로, 기능이 아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붙이거나 밑줄을 그을 수 있어요. 스머지, 잉크펜, 연필, 마커, 붓, 가위(자르기), 채우기 등 사용할 수 있는 펜의 종류가 꽤나 많은 편이지만 펜의 굵기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덜 부담스럽게 사용할 수 있고요. 기록하면서 신경 쓸 게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독특한 점은 타이핑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아이패드 앱인데 타자를 칠 수 없다니요! 무조건 손으로 써야 해서 그런지, 분명 디지털인데도 손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생김새도 실제로 휴대하는 포켓 사이즈의 아날로그 노트들과 무척 닮아있고요.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쓰듯, 아이패드에서 페이퍼를 꺼내 적어봅니다.

체크리스트며 타임테이블, 줄글 일기나 장을 본 것까지 전부 한 페이지에 담아버리는 저도 페이퍼에선 여러 권의 노트를 사용해요. 플러스(+) 버튼으로 간단하게 새 노트를 생성하고, 취향껏 노트 커버와 책등의 색상을 커스텀할 수 있습니다. 촬영한 사진이나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표지로 설정할 수 있어요.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는 것과 미리보기 형식으로 보는 것 모두 가능하니 한눈에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일상 기록도 좋지만, 특별한 기록을 남기기에는 더욱 좋습니다. 가끔 마음이 갈 때마다 쓰는 취미 기록을 시작하기에 좋은 앱이죠. 식사 기록이라든지, ootd와 같은 노트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일종의 디지털 스크랩이랄까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하거나, 마음에 드는 패턴이 있다면 저장해 페이퍼에 붙여 넣어요.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유료 구독(연간 $11.99)을 한다면 여러 장의 사진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붙일 수 있답니다. 무지, 유선, 모눈, 도트, 체크리스트 등의 다양한 내지도 쓸 수 있고요.

이건 제 패션북이에요. 전에 입은 옷, 입고 싶은 옷, 살까말까 망설이는 옷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있는 노트예요. 모든 페이지를 모아보면 나만의 작은 매거진 같기도 합니다.


[2]
무엇이든 쌓아보는
Better

모바일로 쓸 수도 있지만, 아이패드로는 더욱 편리한 베터. 베터는 LG U+에서 만든 조금 독특한 SNS예요. 나만의 보드를 만들고, 그 보드에 기록을 쌓아가는 앱입니다. 여러 보드를 만들 수 있어요. 하나는 일기 보드, 하나는 음악 보드, 하나는 도시락 보드처럼, 내가 쌓아가고 싶은 주제의 보드를 만들어요. 지인들이 다 보는 SNS에 올리고 싶진 않지만 어딘가에 내 기록을 쌓고 싶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궁금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보고 싶을 때! 베터가 딱이랍니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블로그 같기도 하고, 서랍 속의 수첩 같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처럼 최소 한 장의 사진이 함께 업로드되어야 하고, 블로그처럼 한두 줄의 가벼운 코멘트부터 쭉쭉 써 내려간 줄글까지 모두 적을 수 있어요. 보드의 완료일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니, 하나의 보드를 완성하는 기록 챌린지를 할 수도 있겠고요.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걸터앉아 하루를 적어보기에도 좋습니다. 하루의 흔적을 남겨보는 거예요.

베터에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일기, 독서, 공간, 향기, 도시락, 마음 돌봄 등등. 아주 많은 주제의 커뮤니티가 있어 자리만 있다면 언제든 참가할 수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보드 속 기록을 구경할 수 있답니다. 얼마 전에는 뜨개 보드를 올리는 분을 보았어요. 늘 로망이었던 취미를 누군가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을 보며, 한번 시작해보고 싶단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 뭐예요.

나만의 커뮤니티 개설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생성 승인 요청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꽤 괜찮은 기록’이란 이름의 커뮤니티를 리딩하고 있어요.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 직접 쓴 일기를 올리는 기록 모임이에요.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일기도, 모아보면 꽤 괜찮은 기록이란 의미입니다. 이곳에선 종종 내가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일상의 사소한 것을,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아끼는 걸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지난 내 하루를 다시 돌아보게 돼요. 혼자서 쌓았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기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쌓아온 흔적을 딛고 나아가는 기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3]
디지털 아이디어 스케치
Mindnode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기록하기. 마인드노드는 마인드맵 형식으로 기록을 전개하는 앱이에요. 주제가 되는 중심 마디를 만들고,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중심 마디에서 뻗어나온 마디에 세부 내용들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새로운 다이어리 시안을 작업해야 한다면 중심 마디에는 ‘다이어리 시안’을, 작은 마디에는 ‘타임테이블’, ‘체크리스트’, ‘루틴트래커‘를 적는 거예요.

주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곤 합니다. 수기로 쓰는 아날로그 아이디어 스케치북이 있긴 한데,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들과 다르게 크기가 크고 두꺼워 자주 들고 다니지는 않거든요. 가방 없이 주머니에 지갑만 꽂고 다닐 만큼 보부상과는 거리가 멀어, 노트를 여러 권 챙기는 대신 아이패드 하나만 덜렁 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마인드노드를 열어 중심 마디를 여러 군데 만들어둡니다. 그리고 생각이 나는 것들을 하나씩 추가해요. 일종의 혼자 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무엇이든 던져보고 써본 다음, 괜찮은 것을 간추려냅니다. 메모장에 적는 것과 다를 게 없다구요? 구조화된 목록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를 거예요.


[4]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애플 캘린더

캘린더 앱으로 일정만을 정리했다면 이번엔 바꾸어보세요. 캘린더를 가계부로, 무드 보드로, 계획서로, 또 감상문으로요.

캘린더도 폴더처럼 여러 개를 생성할 수 있어요. 좌측 상단의 캘린더 아이콘을 누르면 캘린더를 추가할 수 있답니다. 어떤 캘린더로 쓸지 이름을 정해봅니다. 가계부로 쓸 캘린더는 ‘지출’, 무드보드로 쓸 캘린더는 ‘기분’, 작업 일정은 ‘마감’, 평소 일정 관리는 ‘일정’으로 정해볼게요. 좋아하는 색상도 골랐다면, 매일 조금씩 항목을 기입합니다.

가계부를 따로 쓰지 않고 있나요? 그렇다면 캘린더로 수입 지출을 정리해 보세요. 지출이 생겼다면 ‘지출 캘린더’에 사용한 금액과 내용을 적어봅니다.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 일정이 있다면 ‘마감 캘린더’에 적어보세요.

감정을 기록하는 ‘기분 캘린더’는 이모티콘으로 표시해 보세요. 글로 써도 좋지만, 너무 길면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럼 다시 꺼내보지도 않게 되겠지요. 작은 캘린더 한 칸이 복잡해 보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 제목은 간단하게 표시하고, 메모란에 짧은 코멘트를 남겨보세요. 왜 힘들었는지,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 내일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렵지 않은 오늘의 일기, 완성이랍니다.

노출되지 않기를 원하는 캘린더가 있다면 캘린더 목록에서 체크 표시를 지워주세요. 다시 체크 박스를 누르면 캘린더에 나타나고, 체크를 지우면 잠시 가려져 있을 거예요. 원하는 캘린더만 단독으로 볼 수도 있으니, 월간 정돈을 할 때 유용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하고 단순한 캘린더 기록, 아이패드로 할 수 있어요!


[5]
무엇이든 자유롭게 기록하는
Freeform

애플 캘린더만큼 기본에 충실한 아이패드 기본 앱, ‘프리폼(Freeform)’이 있어요.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붙이고, 포스트잇이나 도형을 붙일 수도 있죠. 노트를 펼쳐 오늘의 내용을 적듯 이곳에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게다가, 공동 작업자를 추가해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답니다. 아이패드 유저끼리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할 때, 이곳에 상대를 추가해 함께 작업해보세요.

새 문서를 만들면 도트 타입, 플레인(무지) 타입으로 캔버스를 설정할 수 있어요. 손글씨를 작성할 땐 도트 타입 배경화면을 사용해 글씨가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게 하고, 낙서를 하며 메모할 땐 플레인 타입으로 깨끗한 배경을 사용해요. 화면을 손가락으로 줌인/줌아웃해 캔버스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늘리는 대로 여유 공간이 생겨나요!

어릴 땐 코르크 보드에 덕지덕지 문서가 붙어있는 게 참 멋있어 보였어요. 언젠가 작업실을 갖게 되면 꼭 나만의 보드를 만들리라고 다짐했지요. 그 꿈을, 요즘 저는 프리폼에서 이루고 있어요. 포스트잇으로 만드는 보드! 무엇이든 붙여보는 거예요. 생각도, 할 일도, 낙서도, 요즘 듣는 노래도, 스쳐지나간 아이디어도. 포스트잇의 크기와 색, 글씨를 조정해 나만의 보드를 커스텀해보세요.

도형을 사용하면 마인드맵으로 쓸 수도 있어요. 원하는 모양의 도형을 선택하고, 안에 내용을 적으면 그대로 텍스트 박스가 되거든요. 우측 하단의 커넥터를 키면, 도형을 만든 즉시 선을 연결해 마인드맵을 만들 수 있어요. 커넥터가 활성화되면 도형을 둘러싼 모든 면에 화살표가 나타나는데, 그 화살표를 잡아당기기만 하면 끝이에요. 원하는 길이, 원하는 위치, 원하는 모양과 굵기로 설정할 수 있어 무척 편하답니다. 커넥터 형태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요! 원하는 대로 바꾸어보세요.

매일의 일기를 쓰기에도, 여행 계획을 세우기에도, 아이디어 스케치를 할 때에도 유용한 프리폼. 틀이 없는 기록, 이곳에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