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우방' 이해 일치한 한·영, 군사안보 협력 대폭 강화
'인·태 중시' 공동이해속 혈맹 미국과 관계 근접할 안보 공조 추진
'다우닝가 합의' 이례적 채택…尹 "사이버·방산 등 안보 협력 체계 새롭게 구축"
(런던=연합뉴스) 안용수 이동환 기자 = 우리나라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유럽의 핵심 우방인 영국과 안보·군사 분야에서 협력과 공조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한영 양국은 20일(현지시간) 군 합동 훈련 확대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 방산 공동 수출 MOU(양해각서) ▲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등도 체결한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훈련과 작전의 공동 수행에 더해 방위산업 협력,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 강화까지 안보의 전방위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반도체 협력 MOU 체결, 그리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착수를 발표한 것도 넓게 보면 안보 동맹 강화다. 반도체 공급망은 결국 대중국 견제와 맞닿아 있고 FTA는 원래 단순한 경제 협정을 넘어서는 경제 안보 개념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현지 동포 간담회에서 "한영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방위 산업 등 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보는 한·영 양국이 공히 각각 '혈맹'으로 여기는 미국과 관계에 못지않게 한·영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해 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선 양국이 동맹 수준의 관계 발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흐름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고 중시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세계 안보가 근래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미국이 중국의 팽창주의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상황에서 영국은 인·태 지역 핵심 국가인 우리나라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발발한 6.25 한국전쟁 당시 영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으며, 이 가운데 무려 1천명이 넘는 청년이 전사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혈맹 관계인 미국 못지않게 영국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생존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한영 양국이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상호 안보 협력 강화 움직임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에 따라 양국 관계는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적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
우리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합의(accord) 문서 형식으로 양국 간 포괄적 관계를 격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영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외교적 구상이 깔려있다.
찰스 3세 국왕 또한 지난 5월 대관식 이후 첫 국빈으로 윤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재정립 및 격상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우닝가 합의에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 입장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태평양, 중동지역 정세 등에 대한 공동 의지가 포함된다.
특히 양국이 공식 문서를 통해 북핵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이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력 문서로 타결을 이뤘다"며 "안보·국방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에너지 등 경제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포괄적으로 넓혔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AI·디지털·원전·우주과학·바이오·양자 기술·해상풍력·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의 경제 협력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수석은 "그간 한영 관계가 협력의 잠재력이 큼에도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작년 기준 한영 교역 규모는 유럽 국가 중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프랑스에 이은 5위 수준에 머물러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첨단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나라"라며 굳건한 과학기술 연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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