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골프장·백화점까지 줄줄이 상한가…실체 없는 기대감에 투자주의보

최근 재계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지역 연고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호남 반도체 테마주’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이나 실제 사업 연관성보다 본사나 사업장이 호남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은 반도체 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과거 지역 개발 호재 때마다 반복됐던 전형적인 ‘묻지마 테마주’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보다 '호남'이라는 지역 키워드가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알려진 이후 관련 수혜주 찾기가 본격화되면서 실제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은 기업들까지 일제히 테마주로 편입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장성에 사업장을 둔 주류 제조업체 보해양조다. 보해양조는 소주와 과실주 등을 생산하는 주류 전문기업으로 반도체 산업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은 없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전남 지역 대표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지난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25일부터 29일까지 불과 3거래일 동안 주가가 60% 이상 급락하는 등 전형적인 테마주 특유의 급등락 흐름을 보였다.
전남 무안에 본사를 둔 남화산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골프장과 레저시설인 무안CC를 운영하는 남화산업은 반도체 생산이나 소재·장비 산업과 사실상 접점이 없는 기업이다. 하지만 전남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심리가 집중되며 지난 24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26일과 29일에도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불과 일주일 만에 주가가 약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실적과 무관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전남 순천에 본사를 둔 태양광 추적장치 및 방역장비 제조기업 파루 또한 반도체 산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으나, 시장의 테마주 편입 움직임에 따라 지난 25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즉각 출회되면서 이후 26일과 29일에 각각 6.53%, 7.88% 하락하는 등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단기간에 반납했다.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팹(Fab) 건설 후보지로 지목된 광주광역시 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유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광주신세계는 반도체 산업과의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을 찾기 어렵지만, 투자 심리에 편승해 지난 24일과 26일 두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광주에 본사를 둔 철강 가공 업체 부국철강 또한 22일과 2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24일(-7.99%), 25일(-20.26%), 26일(-8.35%) 등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하며 테마주 특유의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광주 소재 레미콘 제조업체 서산 또한 지난 22일과 2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25일에는 전일대비 -29.93% 하락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향후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건설 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실제 해당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자동차 부품 업체 디와이에이와 공작기계 제조업체 화천기공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화천기공의 경우 산업단지 내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간접 수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주 계약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금호그룹 계열 종목들 또한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테마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둔 금호건설은 지난 24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26일과 29일에도 연이어 상한가로 마감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산업단지 개발과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건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공식 사업 계획상 금호건설의 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호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큰 변동폭을 보인 종목은 금호전기다. 광주에 연고를 둔 조명기기 제조업체 금호전기는 25일부터 29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호타이어 또한 광주 지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타이어 생산이 주력인 금호타이어는 반도체 산업과의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 21.49% 급등한 이후 추가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현상이 과거 지방자치단체 개발 공약이나 산업단지 조성 계획 발표 때마다 반복됐던 지역 테마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과거 새만금, 가덕도 신공항, 동해안 수소산업벨트 등 대규모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도 사업 연관성이 낮은 기업들까지 지역 연고만으로 급등·급락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본업이 반도체와는 거리가 먼 식품, 섬유, 레저 등에 집중돼 있어 단순히 지역 발전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재의 과열 양상이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제 조성되더라도 모든 호남 지역 기업이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의 사업 내용과 공급망 참여 가능성, 실제 수주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본사 소재지만 보고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인 입지 선정과 참여 기업, 투자 규모 등이 공개될 경우 관련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 전까지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투기적 매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최근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호남 반도체 테마주 ‘묻지마 투자’의 원인은?
A.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인식하고 해당 지역에 본사나 사업장을 둔 기업들을 일제히 ‘반도체 수혜주’로 분류해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Q2. 호남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최근 주가 흐름은?
A. 보해양조, 부국철강, 서산 등은 단기간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했으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수십 퍼센트씩 주가가 급락하는 전형적인 투기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팹(Fab) 건설 후보지로 지목된 광주광역시 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유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Q3. 현재 급등과 급락을 반복 중인 ‘호남 테마주’들의 실질적인 정책 수혜 가능성은?
A. 현재 급등한 상당수의 기업은 주류 제조, 골프장 운영, 백화점 유통 등 본업이 반도체 산업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수혜 가능성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역 연고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중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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