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가운데에 '가벽'을 만들었더니.. 20평대 주택에 생긴 놀라운 일!

안녕하세요. :)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금은 소소하게 소품샵를 운영 중인 "칠성댁"입니다. 결혼 5년 차, 남매 같은 우리 부부와 큰 댕댕이가 사는 우리 집을 소개할게요.

저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디자이너로 일했던 제 스스로와 목수인 남편, 그리고 걸어 다니기만 해도 존재감이 큰 우리 댕댕이가 살기에는 아파트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우리가 마음껏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바라왔었죠. 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집을 찾게 되었고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아직까지 미완성이라 보여드리지 못할 부분도 있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좋은 기회로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으로 소개해 봅니다.☺️

도면

오래된 주택들이 그렇듯, 참고할 만한 현황 도면이 없었기에 새로 실측하고 도면을 그렸어요. 이 집은 1층의 경우 블록과 콘크리트가 섞여있는 구조였고, 2층은 추후에 증축된 집이라 구조 변경이 비교적 쉬웠어요. 그래서 내부에 계단을 만들어주었고, 1층 벽체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에 큰 방으로 사용하던 곳을 주방으로 만들어 거실을 좀 더 넓게 확보했죠. 이전에는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에 붙어 있었거든요!

2층은 내부 가벽을 모두 철거하고 따로 방을 나눠주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엔 굳이 방을 나눌 필요가 없고, 새 식구가 생긴다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계획과 다짐(?)으로 인해 ㅎㅎ

1F 현관

짠! 저희 집 현관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이 집을 건축할 당시 출입문은 도면상에 보이는1층 화장실 앞에 위치해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문이 너무 골목길 안쪽 방향이라 전에 살던 분께서 뒷마당 가는 길에 난 문을 출입문으로 쓰고 계셨죠. 하지만 그쪽 방향의 문을 사용할 경우 마당을 거쳐 바깥으로 나가야 되는데, 저희는 우리 멍멍이에게 작더라도 혼자만의 마당을 주고 싶었어요. 더군다나 동선상으로도 썩 편하지가 않아서, 리모델링하면서 현재의 방향으로 현관문 위치를 바꿔버렸답니다.

현관의 경우, 그전에 아파트에 살 때 센서등이 있어도 너무 어두워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이 집은 현관 방향에 기존 창이 존재해서 창 크기만 수정해서 살려주고, 그 아래쪽에는 낮은 신발장을 제작했답니다. 신발장 위에는 외할머니께서 선물해 주신 옹기 화분과 여기저기서 사 모으고 있는 저의 토분들을 올려두었어요! :)

1F 거실 Before

1F 거실 After

거실 쪽에 있는 큰 창은 남향이라 햇빛은 잘 들어오지만, 너무 골목 쪽이라 낮 시간에 주로 혼자 있는 저는 거의 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햇살은 들어오되, 열리지 않는 불투명한 우드 픽스 창으로 바꿔줬습니다.

덕분에 우리 집 댕댕이랑 하루 종일 밝은 거실에서 지내고 있답니다.ㅎㅎ 바닥은 마이크로 시멘트로 시공했는데요. 처음 집을 디자인을 할 때 베이지 & 우드를 전체 톤으로 잡았었는데, 마침 지금 바닥재의 베이지 느낌이 좋아 바닥 자재부터 선정하고 진행했었죠. 아무래도 장판이나 마루보다는 좀 더 딱딱한 콘크리트 느낌에 가깝기에 러그나 실내화를 신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 이외에 단점은 찾지 못했어요. :)

✍ 자재정보바닥재 / 주방벽 / 욕실 : 렉스크리트 레디믹스 1액형타입

거실 큰 창의 반대편 모습이에요. 완만한 아치형의 벽 바깥으로 보이는 곳이 현관 신발장 부근이랍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한 분위기의 집이에요.

TV 옆에 문을 통해 나가면 뒷마당이 나온답니다. 아직 공사판이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다음에도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보여드릴게요!

1F 주방 Before

1층 주방 After

기존의 주방은 거실 한 옆에 같이 붙어 있었어요. 거의 한 공간같이 사용하자니 굉장히 불편할 것 같아서 기존의 거실 옆 큰 방으로 사용하던 곳을 주방으로 바꿔주었어요. 다행히 배관이 들어오는 경로가 지금의 주방과 더 가까워 설비 작업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에 집에 비해 주방과 거실을 분리해 주니, 거실도 넓어지고 식탁을 놔둘 공간도 생겨 원형 식탁도 구비했답니다.

베이지 무드로 컨셉을 잡을 때 다이닝 체어는 블랙으로 해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찾다가 사무실에 쓸 것 같은 디자인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우리 집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바로 구매했죠. :)

술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구조의 주방 ☺️

좋아하는 화분과 허브, 그리고 부추는 싱크대 옆에 놔두고 늘 지켜본답니다. 부추는 자라나면 그때그때 잘라먹는 게 좋거든요!ㅎㅎ

이사를 하며 냉장고 때문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조여오는 예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냉장고는 바꾸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냉장고 장을 고민하기로 했죠. 최대한 핏을 딱 맞게 하되, 뒤쪽으로 열이 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고, 층고가 높은 집의 장점을 살려 냉장고 위쪽의 수납장을 넉넉하게 확보해 평소에 쓰지 않는 잡동사니를 다 넣어두었어요.ㅎㅎ 지금은 문을 열면 쏟아지는 상태😅

1F 게스트룸

손님을 맞이하는 작고 포근한 사랑방

거실 소파 옆에는 작은 문이 두 개가 보이는데요. 이곳은 손님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게스트룸과 작은 화장실이 있어요.

정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방이 나와요. ☺️

저희는 시댁 식구들과 친정 식구들이 모두 타지에 살고 계시고, 친구들도 다 타지에 있다 보니 거제에 놀러 오면 자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방은 무조건 있어야 된다는 남편과 저의 공통된 의견으로 1층 작은방은 고스란히 살려두었죠.ㅎㅎ 작은방에는 연애시절 가구 공방에서 만들어둔 화장대만 심플하게 걸어두었습니다. 언제든 손님 대환영 🙋‍♀️

1F 게스트룸 화장실

작은방 옆 문을 열면 나타나는 작고 소중한 1층 화장실이에요.ㅎㅎ 아직 2층 화장실이 공사 중이라 1층 화장실을 쓰고 있지만, 애초에 계획은 손님이 사용할 화장실이었어요. 때문에 손님이 오면 샤워도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다가갔죠. 수전은 데크형 수전으로 뽑아 쓰는 샤워기를 설치해 샤워에도 무리가 없고, 평소에 간단히 손 씻고 세수하는 욕실로도 손색없어요. 미관상으로도 전체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답니다.

계단실

1층에서 2층으로, 작고 오래된 주택에 계단 만들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앞서 보여드린 주방 한편에 만들었는데요. 작은 집에 계단을 만들어주는 작업은 생각보다 머리가 아팠어요. 계단은 한 개더라도 1층과 2층 모두에서 일정 면적을 차지하게 되니, 막상 제가 잃게 되는 면적은 2배로 느껴지더라고요. ㅠㅜ

오늘의집과 핀터레스트에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고, 컴팩트한 계단 사례도 많이 찾아봤지만, 혈기왕성한 리트리버도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끼이거나 떨어질 위험이 없어야 했어요. 그래서 계단은 모든 면이 막힌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대신 조금이나마 데드 스페이스를 줄이기 위해 계단 아랫부분부터 주방 싱크대를 시작하는 구조로 디자인했어요.

계단의 발판 폭은 최대한 좁게 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계단 한 칸당 높이가 235mm 정도 나오더라고요. 일반적인 계단 높이인 180~200mm에 비해서 꽤나 높은 편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우리 가족이 사용하기는 불편하지 않아요.

계단의 가로(통로) 폭은 800mm 정도 확보해 줬는데, 생각보다 넓더라고요. 남편과 둘이 오르내리다 마주치더라도 어깨빵(?) 당하지 않고 무사히 지나칠 수 있답니다.ㅎㅎ 만약 좀 더 좁은 공간에 계단을 만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700mm도 충분할 것 같아요.^^

2F 침실

계단을 올라가면 처음 보이는 모습이에요. 방을 벽으로 나누지 않는 대신, 붙박이장을 가벽으로 세워 침실과 공간 분리만 하고자 했어요. 가벽 역할을 하는 붙박이장 앞 공간은 드레스룸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가벽 너머로 저희 부부의 침실이 있어요. 유니크한 가벽 & 붙박이장은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

저희 부부 침실이에요. 공사도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겨울,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침대 매트리스부터 구매해뒀었어요. 몇 개월을 묵혀뒀다가 매트리스에 맞춰 침대를 제작했답니다.ㅎㅎ (극강의 P 부부 ㅎㅎ) 침대 헤드도 목공으로 제작하고, 각각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달아두었어요.

침대 옆으로는 욕실 입구와 세면대가 있어요. 화장할 때 손을 다섯 번 이상은 씻는 절 위해 욕실 밖으로 꺼내준 세면대 겸 화장대에요.ㅎㅎ 아! 이케아 상품을 살 땐 부품 등을 잘 살펴보고 사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하부장 따로 세면대 따로 구매해서 남편에게 줬다가 설치하는 내내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처음에 그냥 설치했다가 폽업 부속이 달라서 서랍이 안 닫히더라고요.😂 다들 참고하세요!

침실 한편엔 TV 장으로 쓰던 수납장을 놔뒀어요. 리모델링하며 스탠드형 TV를 구매해서 따로 TV 장이 필요 없어졌기도 했고, 또 남편과 연애 시절 함께 만들어뒀던 가구 중 가장 아끼는 거라 눈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뒀죠. :)

장식품은 많이 사지도 놔두지도 않는 편인데, 이 자리엔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두었어요. 신혼여행 때 길거리에서 샀던 코끼리 조각품과 얼마 전 퇴사 후 스스로에게 준 퇴사 기념(?) 화분, 미대 입시 때 시험작으로 나온 아폴로 석고상, 그리고 제 아픈 손가락인 옛 친구 초상화. :) 앞으로도 집에서 유일하게 이것저것 쌓이게 될 공간이 될 것 같아요.

따뜻한 분위기의 우리 침실입니다! 딱 한 가지, 창에 아무것도 달지 않아 일어나면 햇살이 얼굴에 내리 꽂힌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블라인드를 하고자 하는 남편과, 커튼을 하고자 하는 저의 사소한 의견 충돌로 아직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덕분에 늦잠을 잘 수 없는 침실이라 이것 또한 나쁘지 않네요.ㅎㅎ

마치며

이렇게 아직까지 채워나갈 부분과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은, 작고 소중한 우리 집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에 우리 부부는 많이 싸우기도 하고, 응원해 주기도 하며 또 하나의 산을 넘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ㅎㅎ 하나하나 완성이 될 때마다 그날 저녁은 기념주(?)를 마시며 다음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고 계획을 짜죠. 이게 셀프 인테리어의 매력 아닐까요? :)

두서없고 서투른 우리 집 온라인 집들이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