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말 뒤집고 모르쇠...아내는 엄지 치켜들며 “멋있었다”

김수언 기자 2024. 3. 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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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아내에게 웃으며 “밥 먹고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1년 6개월째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법정에서 검찰과 설전을 벌였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질문에 “애쓰셨다”고 했고, 검찰은 “비난하는 표현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전혀 아니다” “기억이 안 난다”며 대북송금 혐의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 반문하거나, 묻지도 않은 사실관계에 대해 길게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이 한 말을 뒤집거나, “내가 언제 그랬냐”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26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5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 측의 두 번째 피고인 신문이 이어졌다.

이날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 등 북한 측 인사를 만나, 경기도에서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한 500만불을 쌍방울 측에서 대납하기로 약속하면서 북한 측에서 도지사 방북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터무니 없는 전제”라며 500만불을 주기로 했다는 건 어디서 나온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검찰은 “질문하지 말고, 평서문으로 설명을 하라”고 했다.

또 검찰이 “북한 측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논의한 적 있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고, 검찰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피고인(이화영)이 이재명 지사를 포함한 경제고찰단을 초청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하자, 이 전 부지사는 “안부수의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안난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다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기억이 안 난다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 오른쪽)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2019년 당시, 경기도에서 북한에 여러 차례 방북을 요청했었다며 이 전 부지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 전 부지사는 “2월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이재명 지사가 방북할 상황이 아니었고, 방북 의사도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2019년 5월 경기도에서 작성된 중국 출장 결과 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6월 중 이재명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 등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당시 출장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갔던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그건 실무자들이 상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기억하기론 당시 신모 국장(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방북 요청을 하겠다고 해서 해보라고 한 건 있다”고 했다. 검찰은 “출장 간 경기도 공무원들이 맘대로 북한과 협의하고 작성하고 보고했는데, 전혀 모른다는 거냐”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전혀 몰랐다는 건 아니고, 저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또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를 대표로 하는 대표단에 대한 방북을 북한에 요청한 공문을 제시하며, “‘도지사 방북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이 전 부지사는 “지사가 가면 좋은 거고, 불가능하면 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서 경기도 대표단에는 도지사가 제외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모순된 대답이 계속되자 검찰은 고개를 젓거나,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되레 검찰에 “방북 초청 공문을 북한에 보낸 적이 있냐” “북한에 갔는지 확인했냐”며 “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 문서는 이 전 부지사가 전결(專決)한 것으로, 경기도지사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검찰은 “전결한 건데 모르겠냐”며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뉴스1

검찰과 이 전 부지사가 질문마다 사사건건 부딪히자 재판장이 직접 개입해 중재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 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 하라고 했지, 허위사실을 이야기하라고 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조서 내용을 그대로 읽으며, “(이 전 부지사가)과거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 아산의 예를 들며, 기업을 껴야 유리하다고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고, ‘김(성태) 회장이 지사님 방북 추진을 힘쓴다고 하는데, 해보라고 하면 어떨까 한다’라고 하자, 이재명 지사가 ‘잘 진행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진술하지 않았냐”고 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그런 사실 없다”며 “검찰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검찰 측에선 어이없다는 듯이 “김대중, 현대 아산 이런걸 검찰이 시킨 거냐”고 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모씨는 재판이 끝나고 퇴정하는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멋있었어요”라고 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재판이 잠시 휴정하자,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며 백씨에게 “밥 먹고가”라고 말하며 미소짓기도 했다. 백씨는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7월 재판에 나와 그를 향해 “정신차리라”고 소리친 인물이다.

한편, 오는 29일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피고인 신문이 마무리되고, 다음 달 2일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후 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은 지난 2022년 10월 시작돼 17개월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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