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EDM, 부산은 인생샷…MZ 몰리는 연등회, 종교 행사 넘어 ‘핫플 축제’ 로

전하영 기자 2026. 5.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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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축제로 진화…지역별 매력도 다양
종교 여부 무관한 인기… “심리적 거리감 낮아”

오는 24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연등회가 개최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등회는 등을 밝히며 평안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이지만, 오늘날 종교 행사를 넘어 도시 전역의 축제로 확장됐다.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되면서 각 도시의 문화적 감각을 드러내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2030세대 사이에선 축제별 프로그램 일정과 방문 후기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추세다.

전통문화 체험부터 EDM 축제까지불교 이미지 반전시킨 서울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가 DJ를 맡았던 2024 연등회 대동한마당. 연합뉴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오는 25일까지 2026 연등회를 개최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17일까지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연등행렬은 요즘 SNS에서 가장 화제다. 아기 부처 조각상·연꽃 등 거대한 장엄등과 연등 든 시민들이 흥인지문부터 종로, 조계사 일대를 행진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다.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해 참여자만 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연등 만들기·사찰 음식 체험 등의 전통문화마당, 사물놀이·가야금 등 우리 옛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마당 등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기는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외국인 참여율도 높다.

특히 반응이 뜨거운 건 연등행렬 후 이어지는 'EDM 파티'다. 지난 2024년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가 DJ를 맡아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행사다. 불경을 힙합 스타일로 재해석한 디제잉과 들썩이는 관객석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불교의 이미지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올해 역시 '붓다클럽'이라는 별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에선 "극락도 락(樂)이다", "불교 어디까지 재밌어질 셈이냐" 등의 호응이 쏟아지는 중이다.

'인생샷 명소'로 사랑받는 부산 삼광사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 전경. 부산관광포털 제공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 역시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연등축제를 개최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4만여 개 오색 연등이 백양산 자락을 화려하게 수놓는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등축제다. 거리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연등회와 달리 법당을 배경으로 한다.

'연등회' 하면 떠오르는 행렬 프로그램은 없지만, 현재 이곳은 2030세대 '핫 플레이스' 중 하나다. 축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밖 풍경이 인생샷 명소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해당 축제가 지난 2012년 미국 CNN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 50선'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도 인기에 힘을 더한다. 올해는 평소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통문화에 ESG 요소 더한 경주 형산강
형산강 연등축제 중 연등숲 전시 전경. 동국대 WISE캠퍼스 제공

경주에서는 14일부터 31일까지 형산강 연등축제가 열린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가 주최하는 형산강 연등축제는 연등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주 대표 봄 축제다. 경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형산강과 '경주8경' 중 하나인 금장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점등식·제등행렬은 물론 형산강 일대를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연등 플로깅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첨성대, 다보탑 등 천년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유적지도 거대한 장엄등으로 만날 수 있다.

백미는 금장대 일대가 5000여 개 LED 조명과 연등으로 빼곡하게 꾸며진 연등숲 전시다. 형산강을 내려다보는 금장대 위치상 어둠이 내리면 강물 위로 연등 불빛이 번진다. 일부 사진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출사지로 불리는 장관이다. 올해는 이달 내내 이어져 '봄이 가기 전 경주에서 꼭 봐야 하는 풍경'으로도 손꼽힌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는 '산사음악회' 콘셉트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등회의 흥행은 전통 의식이 현대 문화와 어떻게 결합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종교에 기반을 둔 축제임에도 비종교인들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절에 다니지 않아도 마음대로 참여할 수 있고, 믿음을 강요받지도 않아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며 낮은 심리적 거리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