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K자 경제…미 하위 10% 가구 관세 부담, 상위 10%의 3배

한겨레 2026. 5.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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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①

미 관세인상·감세, 소득분배 등에 악영향
소득 하위 계층의 임금 상승 크게 낮아져
저소득층 실업률·장기실업 비중 계속 상승
초거대 부자들의 부 편중은 더욱 심해져
‘미국을 위대하게’, 트럼프 약속과 정반대
지난해 4월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경제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갈등, 인공지능이 바꾸는 노동과 자본의 질서, 심화하는 불평등과 기후위기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화의 풍경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 교수가 매월 1~2회씩, 6개월에 걸쳐 격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그 한가운데 놓인 한국경제의 쟁점을 짚는다. 국제 질서의 거대한 전환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지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최근의 미국 경제를 묘사하는 표현은 알파벳 ‘케이(K)’다. 코리아의 K가 아니라 격차가 K자 모양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의 K다. 2025년 10월 뉴욕타임스는 부자들은 주가 상승과 함께 소비가 크게 늘었지만 저소득층의 삶은 물가 상승과 함께 더욱 힘들어졌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이제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인들은 두 개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의 불평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서 격차가 더 커지고 있어서 문제다. 트럼프 정부는 세계화와 국제무역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산업경쟁력 약화 그리고 제조업 일자리 상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관세를 인상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그는 세계화의 패자였던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다시 대통령이 됐다. 미국은 2025년 4월2일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와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의 수입품에 10~49%까지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고, 추가 협상 이후 8월7일 상호관세가 발효됐다. 2026년 2월 대법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결정했지만, 트럼프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상황에서 150일 동안 관세를 한시적으로 매길 수 있다는 무역법 122조에 기초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와 함께 ‘트럼프 경제학’의 또 다른 축은 감세다. 트럼프 정부는 2025년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25년 말로 예정돼 있던 트럼프 1기 정부의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안을 갱신하고, 저소득층의 건강보험과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을 축소해 복지지출을 구조조정하며 국방비와 정부부채 한도를 증액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과근무 수당 및 팁(Tip)에 대한 연방소득세 공제, 노년층과 중산층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 감면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러한 관세인상과 감세가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의회예산국의 분석을 보면, OBBBA의 사회복지 축소와 부유층 감세로 2026~34년까지 세후소득이 하위 10% 가구는 연간 평균 3.1% 감소하는 반면, 상위 10% 가구는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관세인상도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미쳐 그들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예일대학교 버짓랩 분석에 따르면, 하위 10% 가구의 관세 부담이 상위 10% 가구보다 약 3배나 크다. 예를 들어 무역법 122조가 만료되지 않는 경우, 2026~34년까지 하위 10%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연간 2.1% 감소하는 반면 상위 10% 가구는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연방정부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하, 전국노동위원회의 친고용주 위원 임명과 같은 트럼프 정부의 노동정책도 노동자의 권리와 경제적 안정을 약화시키고, 노동자 가구의 생활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분위별 임금 변화를 보아도 트럼프 정부 들어 불평등이 확대됐다는 것이 확인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임금상승추적기(Wage Growth Tracker)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바이든 정부 시기(2021~25년)의 경제 회복기에는 임금 하위계층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이 상위계층 노동자의 상승률보다 높아서 임금불평등이 줄어들었다. 이는 1기 트럼프 정부 시기(2017~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25년에 2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크게 낮아져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커졌다. 이는 역시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창출의 둔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급속한 관세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크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와 가처분소득 2차 분배 모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이 53.8%로 1947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해 11월 뉴욕시장 선거에서 ‘감당 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를 주장하며 임대료 동결과 부자증세를 내세운 민주당 좌파인 맘다니가 승리한 배경이 됐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임금상승추적기 보고서에 나오는 미국 상위층과 하위층의 임금상승률(%) 그래프. 2025년에 2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소득 하위 계층의 임금 상승이 크게 낮아졌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들어 일자리 사정은 별로 좋지 않다. 2026년 3월 미국의 총 비농업 일자리 수는 한 달 전보다 17만8000개 증가하여 예상보다 높았고 실업률도 4.3%로 하락했지만, 2월에는 13만3000개 감소하면서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 관세 인상 이전인 2025년 3월과 비교하면, 전체 일자리 수가 약 26만 개 늘어났을 뿐이고,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7만5000개 줄어, 제조업 전체 고용 대비 0.6%가 감소했다. 저소득층인 흑인들의 실업률이나 전체 실업자 중 27주 이상 실업 상태인 장기실업자의 비중도 계속 상승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는 2026년 들어 높아졌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 2025년 말까지 계속 둔화했다. 이는 관세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글로벌 공급망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제조업에서 수출 주문과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관세가 높아지면 중간재를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도 피해를 받고 국제무역 둔화는 세계와 미국의 성장을 동시에 정체시키기 때문이다. 즉 현재까지 미국 경제의 상황은 관세 인상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킬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반면 초거대 부자들의 부는 최근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파리경제대학의 쥬크만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최상위 부자 0.00001%, 고작 19명의 초거대 부자들의 부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11월 약 12%를 기록했다. 1년 전 약 10%에 견줘 높아졌다. 이렇게 억만장자들이 더욱 부자가 된 것은 테크 기업들의 주식시장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상위 0.00001%의 부는 이미 2024년 말 2.6조 달러에 달해, 2023년 말보다 약 1조 달러나 증가했다. 이들이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말 1.2%에서 2024년 말 1.8%로 높아졌다. 그 이후 2025년 말까지 이들의 부는 약 7000억 달러 더 증가했다. 결국 중산층 이하 노동자들과 정반대로,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기술과 자본을 장악한 초거대 부자들의 부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25년 경제성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5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1%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4년 2.8%보다 낮았지만, 관세 인상의 충격을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은 결과였다. 개인소비지출은 2.6%, 고정투자는 2.7%, 설비투자는 8.3%나 증가했다. 1분기 성장률은 소비 둔화와 관세 인상에 대비한 수입 급증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연율로 -0.6%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3.8%, 3분기에는 4.4%로 올랐다가 4분기에는 0.5%로 낮아졌다. 개인소비지출의 성장률은 1분기에는 낮았지만 2분기 이후 높아졌고, 고정투자는 설비투자의 증가로 상반기에 성장률이 특히 높았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의 성장은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붐과 관련된 투자의 급증이 뒷받침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2025년 상반기에 정보처리 설비와 소프트웨어 관련 고정투자가 연이율로 약 27%나 급등했고, 이를 제외하면 2025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1%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AI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한 거대 투자가 계속될 수 있을지 주시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란 전쟁은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로 크게 높아졌다.

결국 현재 미국 경제는 성장 지속에도 불구하고 격차가 확대되는 K자를 그리고 있다. 특히 소비지출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는 주로 고소득층이 주도하고 있어 거시경제의 성장률 숫자가 갈라지고 있는 현실을 가린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물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약속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물가와 일자리·경제에 관한 여론이 크게 나빠졌다. 이제 K자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앞에서, 그를 지지했던 미국 노동자들이 잘못된 경제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경제성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우버 운전을 하는 한 40대 여성은 경제성장 수치가 좋다는 말에 대해 ‘누구에게 좋은 거죠?’라고 반문한다. 우리도 스스로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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