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기침 오래간다면 '이 병' 의심해야

여름철 활동량이 늘며 해외여행 수요도 다시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한 가지 감염병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바로 ‘백일해’다.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퍼지는 호흡기 질환으로, 일본에서 올해 들어 환자 수가 급증했다. 이미 감시 체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립건강위기관리연구기구(JIHS)는 지난 6월 셋째 주(16~22일) 백일해 확진자가 3211명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기준으로는 2018년 통계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수치다.
누적 감염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4년 들어 6월까지 일본 전체 누적 환자는 3만58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한 해 동안 기록한 4370명의 8.2배 수준이다.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1만6845명을 2배 이상 넘어섰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백일해, 감기처럼 시작하지만 증상은 다르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세균성 호흡기 질환이다. 전염 경로는 주로 호흡기 비말이다. 기침, 재채기, 대화 중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면 710일의 잠복기를 거쳐 콧물, 가벼운 기침, 재채기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다. 문제는 증상이 12주 뒤 점점 악화된다는 점이다. 2~4주가 지나면 ‘흡’ 하는 소리가 섞인 발작성 기침이 이어진다. 가래,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서 이런 기침이 밤에 지속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연령대별로는 20세 미만, 특히 영유아와 초등생이 많다. 중학생 이하 감염이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성인 감염도 있지만,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는 대부분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게 집중된다. 일부 영아는 기침 소리 없이 무호흡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호흡이 멈춰 청색증이 생기고, 폐렴이나 중이염, 뇌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2023년 말 영아 백일해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한국도 급증… 1년 새 165배 늘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백일해 환자는 4만8048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292명) 대비 약 165배 수준으로 늘었다. 그 전까지는 한 해 수십~수백 명 수준에 머물렀지만 불과 1년 사이 수만 명 단위로 폭증한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가 백일해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백일해 감염으로 인한 국내 첫 사망 통계였다.
백일해 확산에는 방역 완화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 이후 이어진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며 각종 호흡기 질환도 줄었지만, 그만큼 백일해균에 대한 자연 노출이 감소하면서 집단 면역 형성이 제한됐다. 또 생후 2개월부터 5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는 백일해 예방백신(DTaP)을 정기 접종하지 않은 경우, 혹은 접종 이후 시간이 오래 지나 항체가 감소한 경우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감염 막으려면 손 씻기보다 중요한 것

백일해는 감기처럼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병이다. 발작성 기침이 몇 주간 이어지고 폐렴으로 번질 수 있어 조기 인지가 중요하다.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국내에서는 생후 2개월부터 4회 기본 접종, 만 1518개월에 1차 추가 접종, 이후 1112세에 한 번 더 접종을 권장한다. 성인의 경우 항체가 줄어드는 시점에 따라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생활 위생도 필수다. 공공장소에서 손을 자주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기침, 콧물 등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기침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밤마다 숨이 가빠지고 구토가 동반된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아는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 백일해 뜻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생기는 세균성 호흡기 질환이다. 주로 기침, 재채기 같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심한 기침이 100일 가까이 지속된다고 해서 ‘백일해(百日咳)’라 불린다. 감염 경로는 감염자의 침방울, 기침, 재채기를 통한 공기 중 전파된다. 밀폐된 공간이나 집단 생활 환경에서 전염이 쉽다.
■ 증상 진행 단계 및 기간
백일해는 3단계로 진행되고, 전체 경과는 6~10주 이상 이어질 수 있다.
1단계: 카타르기(초기, 감기 유사 단계)
- 기간: 1~2주
- 증상: 콧물, 재채기, 미열, 마른기침
- 특징: 감기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전염력은 가장 강하다.
2단계: 경련기(기침 발작 단계)
- 기간: 2~6주
- 증상:
짧고 연속적인 기침(발작적 기침)
숨을 들이마실 때 ‘흡’ 하는 소리(흡기성 천명)
구토, 가래, 피로감
특징: 기침이 매우 심해지고 밤에 더 심해진다.
어린아이일수록 증상이 심각하다.
3단계: 회복기(서서히 호전 단계)
- 기간: 수 주 이상
- 증상: 기침 횟수는 줄지만 쉽게 자극받아 다시 발작적 기침 발생
- 특징: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 감기와 백일해 구별법
원인
- 감기: 대부분 바이러스
- 백일해: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세균)
발열
- 감기: 미열 또는 없음
- 백일해: 초기엔 미열, 이후에는 없을 수도 있음
기침
- 감기: 일반적이며 1~2주 내 호전
- 백일해: 발작적 기침이 수 주간 지속됨
특징
- 감기: 콧물, 코막힘이 주 증상
- 백일해: 기침 중 ‘흡’ 소리, 구토, 청색증 등이 동반됨
감염력
- 감기: 보통
- 백일해: 매우 높음, 특히 초기 2주간 전염성 강함
고위험군
- 감기: 전 연령대
- 백일해: 1세 미만 영아에게 특히 치명적
■ 반드시 의심해야 할 경우
-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며 점점 심해지는 경우
- 밤에 발작적 기침, 숨 쉬기 힘든 모습
- 기침 후 구토, 청색증
- 기침 소리가 ‘흡!’ 소리를 동반할 때
- 아이가 기침 후 호흡 멈춤 증상 보일 때 (특히 영아)
■ 정리 요약
- 감기와 유사한 초기 증상 때문에 초기 진단이 어렵다.
-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고 점점 악화되면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 특히 1세 미만 영아에게는 사망 위험이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 백일해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며,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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