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적이는 해안가를 피해 조용한 여름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경남 고성의 동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구절산'이 제격이다.
‘아홉 번 절하고, 아홉 번 불러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을 품은 이 산은, 단순한 자연 경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 중심엔 폭포를 품은 암자 ‘폭포암’이 절벽 위에 아슬하게 서 있고, 그 아래로는 아찔한 풍경을 자랑하는 출렁다리가 이어진다.

구절산 폭포암은 자연 그 자체에 닿은 듯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절벽을 병풍 삼아 세워진 이 암자는 마치 산의 일부처럼 주변 경관에 녹아든다.
일붕 선사의 제자인 현각 스님이 세운 이 사찰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위한 수행의 공간이다.
폭포의 물소리와 산바람, 그리고 그 사이에 깃든 정적은 방문자에게 사색과 위로의 시간을 선사한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적 울림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지닌다.

폭포암을 지나 협곡을 바라보면 장쾌한 구절폭포가 펼쳐진다. 평소엔 잔잔한 흐름이지만, 장마철 이후엔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암 아래 협곡을 가르며 쏟아진다.
그 위를 잇는 출렁다리는 또 다른 감각의 시작이다.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절경과 함께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는 마치 묵은 감정을 씻어내는 듯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국내 유명 출렁다리들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이곳은, 여름의 무더위를 단숨에 잊게 만드는 자연 속 어드벤처와 같다.

구절산 폭포암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유는, 산사의 고요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방문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묵언 수행처처럼 깊은 정적이 흐른다.

사찰에서 한 걸음 내려오면 이어지는 산책로에서는 요란했던 폭포 소리가 점차 멀어지며,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길 끝에 위치한 황금빛 마애불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숨을 고르게 되고, 소원 리본을 매단 작은 소망의 장소는 조용한 위안의 시간을 선물한다.

Copyright © 여행한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