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 리뷰
예술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예술가의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이는 2022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작품인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이 던지는 질문이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예술대학에서 행정 직원으로 일하며 조각가로 활동하는 '리지'(미셸 윌리엄스)는 중요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리지'의 창작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집주인이자 동료 예술가인 '조'(홍 차우)는 일주일째 보일러를 고쳐주지 않아 온수가 나오지 않고, '리지'의 반려묘 '리키'가 다친 비둘기를 물어오면서, '리지'는 원치 않는 간병인 역할까지 떠맡게 된다.
은퇴한 아버지(주드 허시)의 집에는 정체불명의 떠돌이 부부가 살고 있다.
여기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오빠 '숀'(존 마가로)이 마당을 파헤치는 기이한 예술 활동을 시작하고, 어머니(메리안 플런켓)는 이혼한 전 남편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순간, '리지'의 핵심 작품이 가마에서 의도치 않게 그을려버린다.
완벽주의적 성향의 '리지'는 이를 실패작으로 여기지만,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작품의 불완전함에서 특별한 매력을 발견한다.
그러나 전시회 당일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비둘기가 전시회장에서 날아오르기까지 한다.

<쇼잉 업>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과 배우 미셸 윌리엄스의 네 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웬디와 루시>(2008년), <믹의 지름길>(2010년), <어떤 여자들>(2016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은 빛난다.
전작 <퍼스트 카우>(2019년)를 통해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한 예술가의 내밀한 성장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그동안의 작품에서 주로 평면적 세계관을 보여줬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수직적이고 입체적인 시도를 한다.
영화는 평면의 스케치로 시작해 입체의 조각으로, 다시 하늘을 나는 비둘기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확장된다.
<쇼잉 업>에서 비둘기는 다층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우선 영화의 공간성 측면에서, 비둘기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평면적으로 다뤄온 세계에 수직적 움직임을 도입하는 매개체다.
'리지'의 삶이 수평적 평면에 갇혀 있다면, 비둘기는 그 한계를 뚫고 하늘로 상승하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또한 비둘기는 '리지'의 예술관과 삶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처음에 '리지'는 다친 비둘기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며 창밖으로 보내버린다.
이는 '리지'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을 거부하는 완벽주의적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점차 비둘기를 돌보면서,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그을린 도자기를 통해, '리지'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말에서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장면은 단순한 해방의 순간을 넘어, 예술의 본질에 대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시선을 담고 있다.
'리지'가 비둘기를 돌보고 치유했듯이, 예술 역시 완벽한 통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과 우연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가마에서 의도치 않게 그을린 도자기처럼, 때로는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이 더 깊은 예술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둘기가 '예술? 자연의 섭리를 보아라' 하면서 작품을 와장창하길 바랐다.
이 바람 자체가 예술적 통제와 자연스러운 혼돈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예술적 제스처로 읽혔기 때문이었다.
물론,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선택한 절제된 연출은 우리에게 이런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고, 이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예술로 기능할 것이다.
한편, <쇼잉 업>은 실제 포틀랜드의 오리건 예술공예대학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다 2019년 문을 닫은 이 학교는, 영화 속에서 예술가들의 공동체이자 '리지'의 안식처로 재탄생했다.
또한 실제 포틀랜드 예술가들의 작품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리지'의 도자기는 도예가 신시아 라티의 작품이며, '조'의 설치미술은 미셸 세그레의 작품이다.
홍 차우는 자신의 캐릭터 '조'를 위해 미셸 세그레의 작업실을 찾았다.
홍 차우는 예술가의 작업 과정과 영감, 특히 동료 예술가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리지'와 '조'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을 연구했다.

미셸 윌리엄스의 준비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조각가 '리지' 역을 위해 신시아 라티의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데,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미셸 윌리엄스에게 직접 점토와 도구를 뉴욕으로 보내 몇 달간 기초적인 도예 작업을 연습할 수 있게 했다.
이후 포틀랜드에서 신시아 라티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작업하며 캐릭터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고.
이처럼 <쇼잉 업>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섬세한 준비와 배우들의 몰입, 그리고 실제 예술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예술가의 일상을 진정성 있게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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