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0만 달러 파드리스행 초읽기
지난 8월이다. 오피셜 하나가 떴다. 새로운 계약이 알려졌다.
세상의 눈길이 쏠린다. 무려 120억 원(6년)이라는 조건 때문이다. 더 놀라운 점이 있다. 거액을 쓰기로 한 팀이다. 키움 히어로즈였다.
늘 비판받던 대상이다. 투자에 인색한 탓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도 이 정도 쓴다.’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3루수 송성문(29)을 잡기 위해서다. 이른바 ‘집토끼’를 단속한 셈이다.
기간은 6년이다. 2026년에 시작돼 2031년까지 이어진다. 연평균 20억 원 꼴이다. 그런데 이 계약은 곧 무효가 된다. 인증샷만 기억될 상황이다.
또 다른 거래가 성사 단계다. 발표만 남았다는 표현이 맞다. 송성문은 이미 바다를 건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합의가 끝났다는 보도다.
현재는 최종 단계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만 남았다. 별 이상은 없을 것 같다. 현지 매체들도 이미 기정사실화 한다.
당연히 액수는 더 크다. 3년 13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환산하면 192억 원 정도다.
혹시? 일부는 그런 걱정도 한다. 만약 원 소속 구단이 반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우리가 먼저 한 계약이 있다. 그게 우선이다.’ 혹은 ‘포스팅 보상금(이적료)이 너무 낮다.’ 등의 주장 말이다.
하지만 성립하지 않는 가정이다. 키움의 이의 제기는 불가능하다. 그게 포스팅 시스템의 원칙이다.
신청의 주체가 자신들이다. KBO를 통해 MLB로 포스팅을 요청했다. 즉 시장에 내놓은 당사자가 구단인 셈이다. 이후로는 지켜볼 뿐이다. 당연히 송성문과 파드리스의 계약에 대해 주장할 권리가 없다. 비율이 정해진 보상금만 남을 뿐이다.

120억 계약은 이제 무효
물론 반대로 보는 시선도 있다. 키움이 또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견해다. 즉, 이런 얘기다.
일단 120억 원을 질렀다. 그걸로 생색은 충분히 냈다. 반면 지출은 전혀 없다. 계약은 2026년부터 이행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익이 발생한다. 1300만 달러가 보장액이라고 치자. 그럼 20% 만큼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260만 달러(약 38억 원)를 파드리스가 히어로즈에게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포스팅에 따른) 명목이다.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팀의 핵심이 떠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헐거운 전력이다. 그가 빠지면 빈자리를 더 커질 게 뻔하다.
그러나 구단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매정한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간의 행보가 그랬다.
일단 거액 지출을 면했다. 반면 큰돈이 생겼다. 보상금 38억 원이면 상당한 액수다. 팀 전체의 1년 치 연봉(2025년 상위 40명 기준=44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미 그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박병호, 강정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에 이어 벌써 여섯 번째다. 누적된 포스팅 보상금은 대략 4500만 달러에 달한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660억 원이 넘는다.

일본에도 없는 타자만 6명 진출
따지고 보면 대단한 팀이다. 메이저리거 1명 배출도 어렵다. 그걸 벌써 6명째 이뤘다. 그만큼 좋은 재목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게다가 육성하는 능력도 대단하다. 특히 야수들을 키우는 시스템이 특별한 것 같다. 타자만 이렇게 여럿을, 계속해서, 빅리그로 진출시킨 사례는 드물다. 일본에서도 찾기 어렵다.
과정에 머뭇거림도 없었다. 구단이 말리거나 반대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한결같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졌다.
여기까지는 분명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명문 구단이라고 불려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들이 많다.
그간의 행적 탓이다. 국내 트레이드를 살펴보면 그렇다. ‘전력 유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금이 포함된 경우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최근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박동원을 KIA로 보내며 10억 원을 받았다(2022년). 조상우 때(2024년)도 같은 액수가 오갔다. 선수 혹은 신인 지명권과는 별개다. 추가 보상이 요구됐다.
뿌리가 깊다. 과거 장원삼 때가 대표적이다. 삼성에서 30억 원을 받았다. 2008년 1차 시도가 KBO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듬해 기어이 성사시켰다.
이후에도 이어진다. 늘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기사화된 어두운 얘기들도 있다. 몇 개는 의심스러운 내부 서류가 드러나기도 했다.

3년째 꼴찌, 팬들에 미안한 일
물론 야구단도 기업이다. 수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지되고, 운영된다. 너무도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 그건 승리라는 목표다. 이겨야 한다는 의지다. 그게 핵심적인 가치여야 한다. 그래야 존재할 이유가 생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이다. 그들은 멋진 플레이를 원한다. 강력한 경쟁력을 응원한다. 가을야구를 바라고, 우승을 꿈꾼다. 그걸 포기하면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지는 괜찮았다. 모두가 겁내는 상대였다. 4강 정도는 충분했다. 한국시리즈 패권을 다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3년(2023년~2025년) 연속 꼴찌다. 그것도 아주 비참할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83패-86패-93패로 지는 경기가 점점 늘어난다.
올해는 승률이 4할 아래(0.336)로 떨어졌다. 10개 구단 체제(2015년) 이후 두 번째로 낮다. 2022년 한화 이글스의 0.324에 육박하는 수치다.
해외 진출은 응원한다. 막을 이유도, 마땅한 명분도 없다.
다만, 그게 수익이 돼서는 안 된다. 지출을 줄이는 효과여서도 곤란하다. 생기는 보상금은 당연히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써야 한다.

LA 다저스의 경우
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키움은 FA와 거리가 멀었다. 외부 영입은 물론이다. 심지어 내부에 생기는 것도 꺼리는 눈치다. 직전에 ‘손절’한다는 인상이 짙다. 박동원,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그런 의심을 받았다.
올 (상위 40명 기준) 연봉 총액이 44억 원 미만이다. 130억 원이 넘는 삼성, LG SSG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래도 투자 없이는 뾰족한 방도가 없다. 최근 3년 간이 그걸 입증한다.
장사(운영) 잘하는 것은 충분히 입증했다. 모기업 없이도 오랜 시간을 견뎠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애써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못 할 일이다. 리그 수준을 떨어트리는 일이다.
2011년의 일이다. LA 다저스의 암흑기였다. 구단주 프랭크 매코트가 거액의 이혼소송에 휘말렸다. 물어줄 위자료가 천문학적 액수로 알려졌다. 구단에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운영이 휘청거렸다. 와중에 중계권료를 헐값에 넘기려고 했다.
그러자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직접 나섰다. 버드 셀릭이었다. 그가 이사회를 열고 강제력을 발동했다. 중계권 계약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매코트 구단주의 경영권을 박탈했다. 커미셔너 사무국이 직접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다저스는 강제 매각 대상이 됐다. 협상 끝에 현재에 이르렀다. 구겐하임 그룹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과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