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무지갯빛 튜닝 스티커, 엠보 쿠션 리무진 시트, 네온사인 조명이 빛나는 내부, 이 휘황찬란한 자동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택시다. 타기만 해도 롤러코스터급 속도로 곡소리가 절로 나고, 술 마시고 타면 내릴 땐 술이 깨어있고, 20분 거리를 5분 만에 도착했다는 각종 증언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유튜브 댓글로 “대구에 있다는 총알택시의 정체를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이 자동차들의 정체는 스피드택시, 레인보우택시 등으로 불리는 대구의 총알택시다. ‘대구 전 지역 10분 내 도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0년대 초반부터 유명해진 택시로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데, 알아본 결과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정말 사람들의 증언이 사실일까?
대구 ㅇㅇ총알택시 회사
“스피드 차량으로 하시면 빠른 건 맞아요. 빠른 차로 보내달라고 하시면 저희가 스피드로 해드려요. 저희가 미터 요금은 아니시고요. 10시에는 요금 3만원 받거든요”

해당 업체에 연락해본 결과, 평 범한 콜택시 업체이지만 빠른 차량을 원하는 경우 스피드 차량을 별도로 배차해서 목적지까지 빠르게 모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스피드 차량의 특징은 대개 미터기 요금제가 아닌 정찰 요금제로, 차량이 없어 도로가 한산한 심야 시간에는 정말 빠르게 목적지로 모실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시내에서 150~160km로 달리고 고속도로에서는 200km를 넘기도 한다는 말이나, 과속 카메라의 위치를 모두 파악해 피하며, 급할 땐 역주행도 불사한다는 이런 이야기는 과연 사실일까? 업체의 답변을 들을 수 없어 과거 총알택시 회사에서 기사로 일한 적 있다는 한 택시회사 사장님께 물어보니

전 ㄹ택시 기사
“지금 솔직히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습니다. 지금 소수의 인원분들은 하실지언정 예전만큼의 역주행이라든지 신호를 무시하고 다닌다는 이런 위험천만한 일은 이제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5030이라는 도로 규정이 바뀌었고... 그때 당시만 했어도 이런 (단속)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대구 전 지역에 20분 안이면 웬만큼 다 들어갈 수 있었다고 봐도 되죠”

과거에는 단속 카메라가 찍지 못하는 차선의 위치를 파악해두어 교묘히 피해 달리고, 역주행까지 불사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하는데, 특히 2021년부터 안전속도5030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며 총알택시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대구시청 관계자
“옛날에는 좀 있었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어요. 현재는 이렇게 운행되고 있는데가 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5030 그거 하면서부터 대구시에 CCTV가 한 800개 정도 되거든요. 이제 시내 안에서는 그렇게 운영할 수가 없어요.”

더욱이 우리가 취재한 ㄹ사 택시는 아니었으나, 2018년도 왕복 10차로에서 164km로 달리던 총알택시가 전방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박아 기사와 승객이 즉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급속도로 총알택시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줄어들게 되기도 했다고.

그런데 왜 대구의 총알택시만 특히 화제인 걸까? 총알택시는 서울의 사당, 강남, 영등포를 포함해 전국 어디에나 있는데, 유독 대구의 총알택시에 대한 언급이 많은 이유가 있을까? 이건 대구의 도로 특징과 관련 있는데 시내 도로가 잘 닦여있고 차는 적어서 과속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동과 서를 크게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와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신천대로와 신천동로가 격자 형태로 뻗어있고, 우회할 수 있는 순환도로도 많고 도로의 폭도 넓은 편인데, 출퇴근 시간이 지나면 도로도 급격히 한산해져서 총알택시가 운행하기 수월한 환경이라는 것. 그래서 여타 총알택시에 비해 과속의 급이 달랐던 거다.

두번째로 대구의 심야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도 심야 총알택시의 수요를 높인 이유로 볼 수 있는데, 논란이 많았던 대구 버스의 ‘중간종료 방식’은 그나마 최근에 폐지돼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중간종료 방식은 운행시간이 끝나면 버스가 종점까지 안가고 가다 멈추는 방식이어서, 승객들은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부르거나 걸어가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