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못한 전세급등 온다” 전세 9년제 추진 논란

- 장기 거주 명분 속 시장 혼란 우려
- 임대차2법 후폭풍 잊었나... 전세 씨 마르고 월세 전환 가속
- '공급' 망각된 졸속 추진... 전세 급등은 시간문제

최근 정치권에서 임대차 기간을 최장 9년까지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른바 ‘3+3+3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사회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을 대표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2일 발의했는데요.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벌써 부터 전세 매물 감소, 전세의 월세화, 전셋값 급등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3+3+3 구조, 최장 9년 거주 가능… 명분은 '장기 거주 보장'

이번 개정안은 현행 2년인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에 시행 중이던 계약갱신 청구권이 2+2년 총 4년인 것과 비교하면 2번의 갱신과 최대 9년 거주는 매우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임대인은 국세, 지방세 납세증명서 외에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까지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새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재정정보를 세입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보증금은 주택가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해 세입자의 보증금 손실 위험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개정안 추진 의원들은 이번 개정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정보 투명성 강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 갱신 이외에도 임대인 의무만 강요하는 일방적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장기계약이 의무화되면 임대인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위축된 전세시장… 9년제 도입 시 ‘월세 전환’ 가속

사실 지금 전세시장은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대책'으로 혼란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이번 대책에서는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서 갭투자를 차단했고, 전세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는 등 전세난을 부채질 할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였으며, 이들 지역의 대출이 제한되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1월 1일) 3만 1,814건에서 지난 10월 17일 기준 2만 4,418건으로 2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 최장 9년까지 연장될 경우 전세 매물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장기 거주하게 되면 시중에 나와야 할 전세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9년간 자금이 묶이면 굳이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면 우선 반전세로 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전세의 월세화 진행은 뚜렷합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월세 거래 비율은 2020년 40%대에서 임대차2법 시행 이후 2022년 47.1%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50%를 돌파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60%를 돌파했습니다.

월세화 진행에 직접요인 '임대차2법'

2020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최대 4년 보장)과 전월세상한제는 세입자 보호 취지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 급등과 매물 감소라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법 시행 전 1년간 3.86% 상승에 그쳤지만, 시행 후 1년 6개월 동안 8.1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주인들이 향후 임대료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려 하면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의 보증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3+3+3’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러한 상황이 더 심각한 형태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20년 보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 계약으로 바뀌면 전세 매물은 더 빠르게 줄고 전셋값은 이전에서 볼 수 없는 수준으로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런 장기 구조에서는 보증금 상승, 거래 위축, 세입자 부담 증가라는 3중고가 불가피해, 서민의 주거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세제도 개혁보다 공급, 세제 유연성이 해법

시장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장기계약보다, 공급 확대와 세제 유연성을 통해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세의 장기화보다는 신규 임대주택이 확대 될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 부활하며 세제 부담 완화 등이 병행돼야 전세시장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전세 계약을 최장 9년까지 보장하는 법안은 겉으로는 세입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시장 기능을 위축시켜 임대공급 감소, 보증금 인상, 월세화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2020년 ‘임대차2법’이 남긴 부작용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비슷한 실험이 반복될 경우 ‘경험하지 못한 전세급등 도래’라는 경고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