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 리먼, SVB... 대형은행이 유독 금요일에 무너지는 까닭

김지섭 기자 2023. 4. 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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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당국, 주말 사태수습 가능
블랙먼데이 막으려 D데이 그날로”
지난달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에 있는 실리콘밸리뱅크(SVB) 지점 밖에서 고객들이 돈을 찾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올해 은행 위기의 도화선이 된 실리콘밸리뱅크(SVB) 등 주요 은행들은 모두 금요일에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본시장 매체 ‘더코베이시레터(TKL)’에 따르면 2008년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맞은 날(3월 14일)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선언하기 직전 마지막 거래일(9월 12일)은 모두 금요일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된 2008년 워싱턴뮤추얼의 붕괴 시점(9월 26일)도 금요일이었다.

유독 금요일에 대형 은행이 파산하는 전통은 올해에도 반복됐다. 지난달 금융시장 패닉을 불러온 SVB가 최종 파산한 3월 10일도 금요일이었다.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스위스(CS)를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에 인수시키는 논의도 3월 17일 금요일에 시작됐다.

대형 은행 붕괴 소식이 금요일에 자주 들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주말 동안 당국이 사태 수습에 나서 ‘블랙 먼데이(월요일 주가 폭락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은 공식 파산에 이르기 전, 당국과 사후 처리 문제 등을 비공개로 논의하는데 당국 주도로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요일을 D데이로 잡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SVB가 파산 선언을 했을 때에도 미 금융 당국이 예금 전액 보장 조치를 주말에 발표해 급한 불을 껐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데이비드 바 대변인은 CNN비즈니스에 “금요일 은행 영업이 끝나면 (월요일 오전) 증시 개장 전까지 상황을 복구하는 데 60시간이 주어진다”며 “FDIC 직원들은 주말 동안 파산 은행의 계좌를 정리하고, 청산 가치가 있는 자산을 솎아 내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 은행 위기로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6~22일 미국 상업은행에서 1257억달러(약 165조원)가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말 미국 은행권 총 예금은 전년 대비 4.4% 줄어든 17조3000억달러(약 2경2663조원)를 기록했다. 2021년 7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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