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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력을 분석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엔데믹 이후 백신 수요 정체 국면에서 글로벌 확장 전략을 가동하는 가운데 재무·투자 컨트롤타워로 부상한 최재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의 중간지주사 출신으로 그룹의 투자 기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최근 회사의 효율화 작업을 총괄하며 '벌크업 전략'과 '재무안정성'을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중간지주사 거쳐 재무 컨트롤타워로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재영 CFO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합류하기에 앞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SK케미칼에서 회계팀장과 금융팀장을 거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과 SK플라즈마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고, 2022년 1월에 SK디스커버리로 자리를 옮겨 그해 10월까지 재무실장을 맡았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 재무실장을 맡다가 같은 해 12월부로 경영지원본부장을 겸했으며, 지난해 10월 경영전략본부장이 됐다. 경영지원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은 사실상 같은 보직이며, 조직명과 직책명만 변경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질적으로는 2023년 말부터 경영전략본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 CFO를 엔데믹 이후 정체된 백신 수요를 대체할 성장동력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 전략의 '키맨'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에서 재무 경험을 쌓아 그룹의 투자 기조를 이해하고 있으며,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흐름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FO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이유다.
최 CFO는 합류 직후부터 투자 규모 축소와 사업 우선순위 재편을 주도하며 자금운용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정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글로벌 확장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해석한다. 백신 포트폴리오 확대와 국제협력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CFO가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약 2년 만에 CFO를 바꾼 것도 관심을 끌었다. CFO 교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기적 성장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용성 전 CFO는 2020년 SK케미칼에서 이동해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했지만 이후 퇴임 수순을 밟았다. IPO라는 초기 목표를 이뤘던 전임자와 달리 새로 합류한 최 CFO에게는 '장기적 성장전략'과 '재무안정성'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적자 기조에도 현금 1조 방어선 유지

업계는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나타나는 '재무적 균형'이 최 CFO의 리더십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SK디스커버리와 SK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에서 재무를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투자효율화와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적자 기조에도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유지하는 보수적 운용은 그의 관리기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최 CFO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회사가 엔데믹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새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간 매출은 △2022년 4567억원 △2023년 3695억원 △2024년 2675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2022년 1150억원 △2023년 -120억원 △2024년 -138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폐렴구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차세대 백신 개발과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과제는 향후 성장동력으로 평가되지만 임상 비용과 생산 인프라 투자까지 감안하면 재무 부담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국제기구와의 파트너십 유지와 글로벌 조달사업 참여를 위한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실제로 R&D는 △2022년 1130억원 △2023년 1173억원 △2024년 1061억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영업적자가 늘고 R&D비 지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회사의 유동성은 최 CFO의 리더십 아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2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539억원으로 합계 1조967억원 수준이다. 2023년 상반기 1조2208억원, 2024년 상반기 1조2156억원에 비하면 줄었지만, 실적 악화에도 여전히 1조원 초반대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재무·전략 포괄 컨트롤타워로 M&A 주도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안정적인 유동성을 넘어 실적 반등 시점에 쏠려 있다. 현금여력이 1조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영업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자산 운용만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관점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SK바이오사이언스가 언제 실적 턴어라운드의 모멘텀을 마련하느냐가 향후 재무전략의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도 최 CFO의 역할이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실적반등의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을 택하고 최 CFO가 이를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최 CFO가 지난해 10월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은 만큼 그의 역할은 재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그룹 내 중간지주사와 계열사에서 쌓아온 역량이 새로운 형태로 발휘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생산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고, 미국 바이오텍인 선플라워와 피나바이오 지분을 취득하는 등 M&A 행보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최 CFO가 자금집행 및 전략적 투자 판단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M&A의 배경에 대해 "유관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 상호 간의 긍정적인 기술교류 차원에 가깝다"며 "아직 벤처에 가까운 기업들이지만 발전 가능 정도나 기술력에 따라 추가 지분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이 많지 않아 당장 재무적으로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당분간 적극적인 투자기조는 보류하는 분위기라 추가로 M&A할 기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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