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 대통령 8명 중 4명 구속… 무소불위 권한이 ‘비극의 씨앗’ [심층기획-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헌법에 ‘대통령’ 단어 87차례나 등장
40여개 조항 걸쳐 권한과 책무 규정
과도한 권력 집중 탓 견제·균형 난항
“개헌으로 권한 축소·제한” 오랜 공감
승자독식 정치구도 개편도 도마 위에
구체적 시점·방식에는 갑론을박 지속

아이러니하게도 헌법은 윤 전 대통령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었고, 윤 전 대통령은 그 헌법에 따라 파면됐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했고, 헌법을 위배해 휘두르다 파면이라는 비극을 맞이했다. 헌법을 개정하고,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을 축소·제한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헌법 130개조항 중 대통령권한 조항 40여개

국가의 원수이자, 외국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 및 비준권, 국군통수권, 법률안 제출권·거부권, 행정입법권, 예산안 제출권,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임명 및 해임권, 공무원임면권, 헌법기관 구성권, 사면·감형·복권, 개헌 발의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에 설치 근거가 명시된 헌법기관 중 국무총리, 국무위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권을 가진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 때문에 1987년 체제 헌법에서의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다.
◆비극 피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폭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다수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해 비극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94억원의 뇌물수수와 252억원의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80억원·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직권남용 등 이른바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소추안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처벌받지 않았지만 아들과 친인척, 측근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져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지 오래다. 다만 그 시점과 방식 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6월 중에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개헌 투표를 동시 실시하자는 논의가 우선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임기 등 권력구조 개편 문제 등 뜨거운 쟁점을 논의하기에는 조기 대선까지 남은 두 달간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의가 길어질 경우 내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권력 구조 개편 문제를 놓고는 대통령 단임제를 유지할 것인지, 중임제로 전환할 것인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의회의 권한 등을 어떻게 제한하고 조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승자독식 정치구도를 뜯어고치기 위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대통령과 정권을 수호하는 집권 여당,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야당의 ‘벼랑 끝 정치’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국회는 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방안, 정치 개혁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각 당과 정파 등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개헌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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