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은 못 고쳐도 시계는 고쳐 보자!…무브먼트 교체로 편안한 잠자리를[수리하는 생활]

아무리 피로해도 시계 소리가 들리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외박할 때는 초침 소리를 탐지해 모든 시계의 건전지를 꺼냈다가 아침이 되면 복구해둔다. 카페나 병원처럼 잠시 머무는 공간의 시계들은 통제할 수 없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시계 소리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우리 집 시계들은 째깍째깍 소리를 내지 않고 초침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고장 난 시계들을 점차 ‘무소음 무브먼트’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시계는 시계 판과 시곗바늘,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기계장치인 ‘무브먼트(movement)’로 이루어진다. 오래된 시계 중에는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기계식 시계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건전지가 들어가는 쿼츠(quartz) 시계를 사용한다. 쿼츠 무브먼트 안에는 수정(水晶) 진동자가 있어, 작은 전압으로 초당 3만2768번 진동하여 일정하게 시곗바늘을 움직인다. 기계식 시계와 달리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차도 24시간 동안 1초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 일반적인 쿼츠 시계의 경우 십자드라이버만 있으면 누구나 시계 무브먼트를 교체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 ‘무소음 무브먼트’를 검색해보자. 정보가 많아 위축될 수 있지만 제품을 고르는 법은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 판과 무브먼트를 연결하는 너트의 길이다. 사용하던 무브먼트의 규격을 꼼꼼하게 재서 같은 규격의 무브먼트를 고른다. 기존의 시곗바늘이 새 무브먼트에 안 맞을 수도 있으므로 호환되는 바늘을 함께 구비하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 시계추가 달린 시계는 추시계형 무브먼트를 구입하면 된다.
요즘은 시계 무브먼트를 셀프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쇼핑몰 페이지에도 교체 방법이나 주의 사항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시계라는 장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판매자가 정리해둔 깨알 같은 정보들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비용은 배송비를 제외하면 시계 하나당 4000원 이내. 시계 여러 개를 한 번에 교체하거나, 주변에 함께 교체할 동지들을 모아 배송비를 아껴보는 것도 좋겠다.
교체를 마쳤다면 좋은 건전지를 넣어주자. 시계도 좋은 밥을 먹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 공짜로 받은 이름 모를 브랜드의 건전지를 넣었다가 기계장치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브랜드의 충전지를 여러 개 구입해서 시계가 멈출 때마다 충전해 놓은 것으로 교체해 쓰는 것이다. 폐건전지를 모아 버리는 것도 불편한 일이거니와 충전해 쓰는 2차전지를 사용하는 편이 환경에도 이롭다.
최근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라의 사정은 당장 바꿀 수 없지만, 잠이 드는 환경에서 거슬리는 조건들을 하나둘 제거해 수면의 질을 높여보자. 어쩌면 시계 소리를 없애는 것만으로 당신의 잠자리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모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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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