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뒤늦게 뛰어든 프리미엄 버거 '재거스' 경쟁력 있을까
현대그린푸드가 최근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재거스'를 선보이며 국내 프리미엄 버거 패권싸움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 1호점을 내는 등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쉐이크 쉑,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등 유명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국내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재거스가 미군 부대를 넘어 대중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평택 미군기지(USAG 험프리스)에 재거스 글로벌 1호점을 오픈했다. 재거스는 미국 스테이크 레스토랑 브랜드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창업자가 만든 수제버거 전문 브랜드로 미국 이외에 국가에 매장을 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재거스 험프리스점은 165㎡(약 50평)에 70석 규모로 마련됐으며 대표 메뉴인 '크레이지 굿 치즈버거', '스파이시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을 포함한 버거 14종과 사이드 등을 판매한다.
재거스는 텍사스 로드하우스와 같은 전략으로 매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 텍사스 로드하우스를 들여와 평택 미군기지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지난 5년 간 현대백화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중심으로 총 8개 매장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있는 미군기지에서 재거스를 먼저 운영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뒤 매장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테이크 전문점'인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전략을 수제버거 전문점인 재거스에도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미국 내 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해 국내서도 이미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지만 재거스는 현재 미국에 11개 매장만을 운영하는 비교적 작은 브랜드여서 국내 고객들에게 생소하다.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빕스, 애슐리 같은 뷔페 아니면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양분화되는 시점에서 정통 미국 스테이크 전문점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 시장에 안착했다. 경쟁사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아웃백 정도로 경쟁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흔히 미국 3대 버거 브랜드라고 불리는 브랜드 중 인앤아웃 버거를 제외하고 두 브랜드(쉐이크 쉑, 파이브가이즈)가 국내에 들어와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고든램지 버거, 슈퍼두퍼 등 여러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는 각각 오너 3세인 허희수 SPC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주도로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SPC는 2016년 쉐이크쉑을 처음 들여와 현재 25개점으로 확장했다. 당초 2025년까지 25개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를 조기달성해 앞으로 매장 수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파이브가이즈도 지난해 6월에 1호점을 낸 이후 1년 새 매장을 5개로 확대했고, 1900개의 글로벌 매장 중 국내 4개 매장이 매출 상위 10위 안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에 비해 재거스는 평택 미군부대 안에 둥지를 틀며 소극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거스의 평택 미군기지점은 일반인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이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상반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데다, 위치로 인해 일반 소비자의 입소문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그린푸드가 수제버거 업계 1위를 노린다기보다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재거스를 들여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주력 사업은 단체급식·식재 유통 사업으로 매출의 80%가 이 부문에서 나온다. 외식 브랜드로는 이탈리, 사델스 등 30여개를 운영 중이며, 연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외식 사업으로 올리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성공적인 한국 운영 경험을 통해 재거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 것"이라며 "전체 매출 중 외식 사업의 비중이 높진 않으나 꾸준한 성장과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