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두 전직 검사의 ‘사랑과 전쟁’

한겨레21 2024. 10. 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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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로 말도 안 섞고 쳐다도 안 보겠다는 기세로 싸움 중이다.

그 무엇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대통령과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당 대표의 무근본 무규칙 이종 헐뜯기라니.

만약 한동훈 대표가 그런 말을 분명히 했다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ㄱ싸움'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랑과 전쟁' 밑바탕에는 지독한 정치적 무능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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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정치의 품격]준비 안 된 대통령-당대표의 정치적 무능…책임도, 도리도, 염치도 없는 백해무익 ‘기싸움’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로 말도 안 섞고 쳐다도 안 보겠다는 기세로 싸움 중이다. 지켜보는 국민은 더 이상 답답해하지도, 착잡해하지도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기사가 뜨면 언제부턴가 ‘화나요’보다 ‘좋아요’가 압도적으로 많이 눌린다.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망하고 어서 빨리 다른 볼거리로 넘어가자는 구경꾼의 악취미일까? 글쎄. 사람들은 이제 일말의 기대나마 접은 것 같다.

그 싸움이 대단한 국정 기조나 방법론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대통령과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여당 대표의 무근본 무규칙 이종 헐뜯기라니. 밥을 먹네 안 먹네, 독대를 하네 마네, 공격 사주를 했네 안 했네…. 온통 그 두 사랑이 엇갈리며 부딪쳐 빚어진 말들이다. 여기에 어떤 국리민복이 있으며 집권세력으로서의 책임은 고사하고 도리와 염치라도 있는가.

하루가 멀게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과 위헌적 특혜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건만,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은 국록을 먹는 공직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엉뚱한 처신만 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사과(비슷한 언급)를 했으니 국민이 이해하란다. 거부권 남용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의무”란다. 검찰은 기어이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무혐의 처분하여 면죄부를 줬다. “소통의 수단”이라는 신박한 개념으로 덧칠까지 해줬다. 여사가 주가조작의 공범임을 충분히 의심할 정황이 다수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그 내용을 검찰이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여당에서는 ‘상식적 발언’ 한마디가 안 나온다. “다른 건 몰라도 주가조작만큼은 특검이 필요하다” “특검으로 털고 가는 게 옳다”는 말은 나와야 할 게 아닌가.

만약 한동훈 대표가 그런 말을 분명히 했다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ㄱ싸움’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았을 것이다. 그를 밀어올려준 당원과 지지자들, 심지어 반대하던 이들조차도 한목소리로 응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모든 논란에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하던 한 대표는 힘을 엉뚱한 곳에 썼다.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한동훈이 지난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 직권으로 당비를 써서 자기 대선 인지도 여론조사를 했다’는 정보를 주면서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하겠는데”라고 자신을 ‘겨냥’한 게 알려지자 ‘급발끈’한 것이다. 이 정보의 출처와 배후가 누구인지, 그 행정관을 원하는 공공 금융기관 감사 자리에 앉혀준 이는 누구인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난리다. 누구인지 모두 알 것 같은데 자기만 몰랐던 것처럼 새삼스럽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사 의혹에 대해, 국회 무시와 당무 개입에 대해, 입틀막에 대해, 의료 문제에 대해, 국가 재정 위기에 대해 이렇게 신속하게 힘을 실어 말해본 적이 있던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랑과 전쟁’ 밑바탕에는 지독한 정치적 무능이 깔려 있다. 우연히도 그 자리를 쉽게 ‘접수’한 전직 검사 둘이서 명분도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채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고 자신을 과시하고 과신한 것에서 이 모든 사달이 시작됐는지 모른다. 허공에 주먹질하는 듯한 대통령의 허황된 언행과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멋지니’ 묻는 듯한 여당 대표의 이기적 언행 둘 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의 불신대란은 의료대란만큼이나 국민 건강과 안녕에 해롭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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