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반도체가 아니다"…AI 수혜 정도에 따라 주가 양극화
이번주 반도체 투자자들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대만의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엇갈린 실적에 혼란에 빠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일찍 올 3분기 실적을 공개한 ASML은 올 3분기 순 주문잔고가 26억유로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고 밝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ASML은 내년 순 매출액 가이던스도 시장 컨센서를 크게 밑돌았다.
이 결과 ASML은 지난 16일까지 이틀간 주가가 20% 폭락했고 다른 반도체 장비주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 리서치, KLC도 지난 이틀간 주가가 13~18% 급락했다.
반면 17일 실적을 공개한 TSMC는 AI(인공지능) 수요 강세로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 늘고 순이익은 54% 급증했다.
특히 TSMC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C.C. 웨이는 "고객들의 AI(인공지능) 관련 수요가 극도로 강하다"고 밝혔다. TSMC는 올해 AI 프로세서가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3배 이상 늘어 10% 중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반도체시장의 양극화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AI의 헤택을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시장은 몇몇 고객사에 의해 좌우된다. 그 중 하나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위탁 생산하는 TSMC이다. TSMC는 실적 발표 때 올해 자본지출 규모가 300억달러를 약간 웃돌고 내년에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TSMC의 자본지출은 대부분 반도체 장비에 투입된다.
반면 반도체 장비시장의 다른 큰 고객사 2곳은 AI 호황의 덕을 거의 보지 못한 가운데 실적 부진으로 자본지출을 늘리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인텔은 서버와 PC용 칩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자본지출을 삭감해야 했다.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의 자본지출이 올해 8%, 내년에 18%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ASML의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역시 실적 부진으로 올해 반도체 관련 자본지출이 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자본지출이 내년에는 2023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중국의 반도체 투자도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자 자국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ASML의 전체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적으로 14~18%였으나 지난해에는 29%로 뛰었고 올들어 3분기까지는 평균 48%까지 늘어났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이 같은 반도체 투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해왔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더 정상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중국의 매출액 비중이 2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TSMC의 호실적이 AI 붐을 입증하고 ASML조차 AI 사업은 견조하다고 밝힌 만큼 엔비디아와 AM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브로드컴 등 AI 성장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반도체주는 앞으로도 주가 흐름이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고객사들이 둔화되고 있는 PC 수요와 고르지 못한 스마트폰 판매, 부진한 자동차시장 등으로 인해 고전하면서 향후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어플라이드와 램 리서치, KLA 등은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지난 7월10일까지 주가가 2배 이상 뛰면서 모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 세 회사의 지난 12개월간 매출액 총합은 사실상 9% 감소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 세 회사는 이번주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5년 평균보다 10% 더 높은 상태다.
세미컨덕터 어드바이저스의 로버트 메이르는 지난 15일 "많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AI의 엄청난 성공이 반도체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지표라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주 사이에서도 AI 호황의 덕을 받는 정도에 따라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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